‘0%의 기적’ 도로공사, 역전에 역전으로 흥국생명 꺾고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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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의 기적’ 도로공사, 역전에 역전으로 흥국생명 꺾고 우승
女배구 도로공사, ‘여제’ 김연경의 흥국생명 꺾고 챔프전 우승… MVP 캣벨
거짓말 같은 우승이었다. “지고 있다가 뒤집어 이기는 게 우리 팀 스타일”이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우리 팀 색깔”이라던 여자 배구 한국도로공사가 흥국생명을 꺾고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 리그 3위 도로공사가 월드클래스 공격수 김연경(35)을 앞세운 1위팀 흥국생명을 누르고 우승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다. 이번에 도로공사는 챔피언전 1·2차전을 지고 내리 3·4·5차전을 이겨 이른바 ‘리버스 스윕(reverse sweep)′을 달성한 V리그 최초 팀이 됐다. 지금까지 남자부에서 9번, 여자부에서 5번 1·2차전을 이긴 팀이 예외 없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날 그 0% 확률을 뒤집었다.
도로공사는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5차전에서 풀세트 승부 끝에 3대2(23-25 25-23 25-23 23-25 15-13)로 극적인 승리를 가져갔다. 가장 튼튼한 방패와 가장 예리한 창이 끝까지 맞붙은 명승부였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정규 리그 블로킹과 리시브 1위에 오른 팀. 반면 흥국생명은 공격 성공률과 서브 1위였다.
김연경과 옐레나(26·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앞세워 흥국생명이 점수를 벌리면 도로공사가 따라붙는 양상이 이어졌다. 도로공사는 상대가 때려도 때려도 받아내는 안정적인 리시브와 조직력을 무기로 싸웠다. 반면 흥국생명은 범실(28개)이 도로공사(16개)보다 거의 2배 많았다. 손발이 맞지 않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공격 성공률은 흥국생명(38.83%)이 도로공사(36.65%)를 앞섰지만, 도로공사 리시브 효율(51.04%)이 흥국생명(43.93%)보다 높았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정규 리그에서 흥국생명을 6번 만나 5번 졌다.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2위 현대건설을 꺾고 챔피언전에 올랐는데 1위마저 격파했다. 1·2차전을 흥국생명에 내주고 3·4차전 연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확 바꿨다. 3·4차전 모두 첫 세트를 내준 뒤 2·3·4세트를 따내 3대1로 이겼다. 미들 블로커 배유나(34)와 정대영(42), 리베로 임명옥(37) 등 경험 많은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이날 삼산월드체육관에는 시즌 최다 관중 6125명이 들어찼다.
김종민(49) 도로공사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그 기적을 기록에 남기느냐, 배구 팬들에게 잠시 스쳐가는 기억으로 남기느냐는 마지막 경기에 달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모든 선수가 제 역할을 해줘야 이길 수 있는 팀”이라며 “잃을 게 없기 때문에 과감하게 경기하겠다”고 했다. 1세트를 내주고 2세트를 따낸 도로공사는 3세트에서 19-23으로 끌려가다가 흥국생명 범실 등으로 내리 6득점을 해 25-2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4세트를 2점 차로 뺏겼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5세트를 따냈다.
이날 32득점으로 제 몫을 해낸 외국인 선수 캣벨(30·미국)이 챔피언전 MVP로 뽑혔다. 박정아(30)가 23점, 배유나가 18점을 보탰다. 흥국생명은 옐레나가 35점, 김연경이 30점으로 분전했으나 통합 우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정규 리그 3위 팀이 챔피언전 우승을 거머쥔 건 여자부 역대 3번째다. 도로공사로선 통산 두 번째 챔피언전 우승이며 통합 우승을 달성했던 2017-2018시즌 이후 5년 만이다. 김종민 감독은 “경험 많은 우리 선수들이 상대가 어떤 페이스이고 어떤 리듬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경기를 운영했다”고 했다.
흥국생명 김연경은 16년 만의 V리그 통합 우승에 도전했으나 분루를 삼켰다. 그는 이번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시즌 중간 은퇴 고민을 밝혔던 그의 향후 거취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경기 후 김연경은 “5차전까지 경기하면서 기회가 많이 왔는데 놓쳐서 너무 아쉽다”며 “은퇴에 관해서는 FA 등 여러 가지를 잘 종합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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