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도 몰랐다, 모두를 속였다... 왜 소름 돋는 '한 수'에 LG 팬들이 열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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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도 몰랐다, 모두를 속였다... 왜 소름 돋는 '한 수'에 LG 팬들이 열광하나
LG 선수들이 2일 수원 KT전에서 승리한 뒤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
이천웅(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일 수원 KT전에서 승리 후 동료들과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김우종 스타뉴스 기자] 작전은 조용히 전달됐다. 신의 한 수였다.
2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LG-KT전.
1회초 4점을 뽑으며 리드를 잡은 LG. 이어 2회말에는 무사 만루 위기까지 몰렸으나 구원 투수 임찬규가 조용호, 강백호, 알포드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이어진 3회초 공격에서 LG는 5점을 뽑았다. 9-2. 사실상 여기서 승리의 기운은 LG로 쏠리는 듯했다.
그러나 LG의 불펜이 흔들렸다. 3회말 3점을 내줬다. 9-5, 4점 차까지 좁혀졌다. 급기야 8회말 4실점 하며 승부는 9-9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개막전에서 패한 LG가 이날 7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끝에 패한다면 타격이 배로 클 수밖에 없었다. 11회초 LG의 공격. 선두타자 박동원의 좌중간 안타와 문보경의 희생번트, 홍창기의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1사 2, 3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KT 벤치가 초강수를 띄웠다. 국가대표 선발 자원 고영표의 구원 투입. 개막 2연전을 모두 잡겠다는 이강철 KT 감독의 필승 의지가 느껴졌다.
바로 이 순간, LG 벤치가 조용히 움직였다. '염갈량'의 맞불 승부수. 작전 능력이 빼어난 9번 박해민 타석이었는데,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타 이천웅. 그리고 염경엽 감독은 조용히 이천웅을 불러 스퀴즈 번트를 지시했다. 사령탑의 작전은 3루 주루코치를 거쳐 3루 주자에게 전달됐다.
사실 박해민을 교체 없이 그냥 놔뒀다면, KT 벤치는 더욱 철저하게 스퀴즈 번트를 대비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번트에 능한 박해민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땅볼 유도에 능한 고영표. KT 벤치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 역시 삼진 아니면 내야 땅볼 유도였다.
그러나 LG가 타자를 이천웅으로 바꿔버렸다. 번트에 능한 박해민을 빼는 대신 베테랑 이천웅을 투입했기에 오히려 강공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KT가 스퀴즈 번트 작전을 간파할 확률이 오히려 더욱 낮아졌다. 그리고 그것을 역으로 찔렀다. 모두를 속인 '신의 한 수'는 이렇게 탄생했다.
고영표의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이천웅이 절묘하게 번트를 성공시켰다. 번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홈으로 쇄도하는 '세이프티 스퀴즈'도 아니었다. 고영표의 투구와 동시에 3루 주자 송찬의는 그냥 홈으로 돌진했다. 만약 KT 배터리가 피치아웃을 하면서 공 하나를 뺐다면 LG가 완전히 당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LG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과감하게 초구부터 작전을 걸면서 KT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LG 벤치에 있던 나머지 선수들도 알아채지 못한 비기였다. 득점 후 LG 더그아웃에서 혀를 내두르는 선수들의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이천웅의 번트 타구를 잡은 고영표는 1루로 공을 뿌리려 했다. 그러나 KT의 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만약 KT가 대비해 1루 커버가 되면서 고영표가 1루로 공을 던졌다면, 홍창기 역시 3루를 돌아 홈으로 파고들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오히려 고영표가 1루로 던지지 못한 게 KT 쪽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3루로 침착하게 던져 홍창기를 잡아낸 것. 그래도 이미 귀중한 점수를 뽑은 LG였다. 결국 LG는 11회말 함덕주가 또 마운드에 올라 팀 승리를 지켜냈다.
LG 팬들은 이날 염 감독이 보여준 한 수에 소름이 돋았다며 열광하고 있다. 어느 시즌보다 우승에 목마른 LG 팬들은 전략가로 알려진 염경엽 신임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박해민을 빼고 대타 이천웅을 투입한 뒤 모두의 허를 찌르는 초구 스퀴즈. 염 감독이 개막 2경기 만에 작전 능력을 증명한 것이다. 이제 LG는 이번 주 고척에서 키움과 원정 3연전을 치른 뒤 주말에는 삼성과 홈 3연전에 임한다. 극적인 승리를 따낸 LG가 상승세를 계속해서 이어갈지, LG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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