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는 인생을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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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우깡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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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썰라는 사이트에서 수 많은 글을 접하면서
이런 저런 사람 사는 이야기들도 많이 보고 느낀것도 참 많았어.
이 글을 읽고 있는 너에게 묻고싶어.
후회없는 인생이란 뭘까?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상상을 하지
후회하기 때문이야. 얼마나 후회하느냐의 정도의 차이일 뿐이겠지.
그 누구도 지금까지 완전히 후회없는 인생을 살아왔다고 말 하지 못할거야.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내가 학창시절에 겪은 일을 다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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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이 막 되어서였어.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아무 연고도 없는 고등학교에 입학했지.
고1때 친구도 많이 사귀고 이런저런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어도 막상 2학년 새학기 첫날 교실에 들어가보니 아는 친구들이 손에 꼽을 정도였지. 우리 학년만 360명 정도 되었으니까.
너희는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을 보면 제일 먼저 뭐부터 해?
나는 일단 우리 반 애들을 대충 쫙 둘러봤어. 누가 예쁜가, 누가 좀 깝치게 생겼나 하고 말이야ㅋㅋㅋ
근데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애가 눈에 처음 들어왔어. 외모를 묘사하자면
아담한 키에 가녀린 체구, 단정하게 자른 생머리, 귀엽게 작은 입에 오똑한 코와 정말 매력적인 눈을 가지고 있었어. 얼마나 예쁘던지...... 그리고 그 아이가 쓰고 있던 뿔테 안경도 그 아이의 외모를 가리지 못하더라. 나중에 철테 안경으로 바꿨는데 와... 얘가 이렇게 예뻤나 감탄까지 했다.
첫 눈에 반한 건 아니었어도 그 아이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어.
이제부터 편의상 그 아이의 이름을 혜정이라고 할게.
혜정이에게 정말로 반한 건 수업 시간이었지. 발표 수업이 거의 모든 과목마다 있었거든. 게다가 국어 시간에는 토론 수업도 했어.
혜정이는 그 때마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말을 하는데, 항싱 나는 그 목소리에 홀려 멍을 때리던 기억이 나네.
그리고 어딜 나가든 자신감이 있었어. 혜정이는 키가 좀 작았거든. 아마 155정도 됐을거야. 사람이 보통 키가 작으면 상대적으로 열등감을 느끼기도 쉽고 자신감이 많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
학창 시절에 누구나 한 명쯤은 키가 되게 작고 소심한 여자애들이 있었을거야.
나는 그런 아이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거든.
근데 혜정이는 사람이 참 밝고 명랑했어. 기 죽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 나는 키 작은 여자를 되게 안좋게 봤었는데, 점점 혜정이에게 빠져들기 시작했어.
언제부턴가 나는 일부러 혜정이와 같이 등교하기 위해 늘 같은 시간에 나갔어.
등교 시간이 8시 50분까지였는데, 난 항상 8시에 일어나서 허겁지겁 학교에 갔거든. 근데 혜정이는 맨날 7시에 학교에 가더라ㅋㅋㅋㅋㅋ 그러면 나는 맨날 6시에 일어나야 밥도 먹고 씻고 학교에 갈 거 아니야?
나는 그래서 매일 6시에 일어났어. 부모님이 맨날 아침마다 급하게 학교가는 걸 보고 잔소리를 하셨는데, 내가 미친놈처럼 갑자기 부엉이마냥 일찍 일어나니까 뭐 잘못 쳐먹었냐고 하시더라ㅎㅎ. 아침에 졸려 죽을것같아도 혜정이 생각하면 힘이 나서 벌떡벌떡 일어났어.
덕분에 매일 나는 혜정이와 같이 등교하면서 친해질 수 있었어. 사실 이게 문장 하나로 표현해서 그렇지, 친해지는 과정이 진짜 힘들었다.
내가 남중을 나왔거든. 고 1때 남녀공학에 다시 적응을 하긴 했어도 여자애들이 조금 어색했어. 어떤 주제로 대화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서 횡설수설 할 때도 있었고ㅋㅋㅋ 그러다 언제는 혜정이랑 말할 때 말 존나 더듬다가 그거 보고 혜정이가 엄청 웃기도 했다ㅋㅋㅋㅋㅋ 거기서 웃어줬으니 다행이지.
둘이 좀 친해지니까 카톡도 많이 주고받고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도 같이 붙어서 수다 떨고, 학교 끝나고는 공부하러 같이 도서관도 가고 저녁도 같이 먹고 그랬어. 아 참, 처음 여자랑 단둘이 저녁먹으러 가는데 그렇게 떨릴 수가 없더라ㅋㅋㅋ
그렇게 우리는 점점 가까워졌어. 그쯤 되니 혜정이도 내가 자길 좋아한다는 걸 눈치챈 것 같더라.
그렇게 어느덧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식이더라. 정말 화창한 날이었어.
내가 진짜 웃긴놈인게, 방학이 바로 코앞이니까 막 혜정이가 다신 못 볼 사람마냥 느껴져서 갑자기 고백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전날까지 아무 생각도 없었거든. 사람 마음이란게 참 간사해.
지금도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간다 ㅎㅎ
종례가 끝나고 다들 피시방 가자 볼링 치자 당구 치자 노래방 가자 꼬시더라고. 나는 어디 갈 데가 있다면서 막 빠져나왔지. 근데 혜정이도 친구들이랑 놀러 갈 거 아니야.
그래서 나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정신나간 놈 빙의해서(내가 글은 이렇게 썼어도 상당히 소심하다......) 혜정이 불러냈지. 오늘 나한테 잠깐 시간좀 내달라고. 나도 말하고 나서 존나 깜짝 놀랐어. 내 안의 또다른 내가 대신 말한 기분이랄까? 진짜 놀랐어. 아직도 생생해.
혜정이도 살짝 놀란 눈치더라. 불과 5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혜정이 기다리는 친구들이 대여섯 명은 있었거든.
혜정이가 뭔가 눈치챈 표정으로 알겠다고 말했을 때......
그 눈빛을 아직도 잊지 못해.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고, 더운 공기에 기분이 좋은 시원한 바람이 내 살결을 스치고, 혜정이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어.
혜정이가 자기는 오늘 못논다고 친구들한테 말하러 갔고, 걔들도 눈치는 있어서 자리를 양보해주더라. 정말 진심으로 고마웠어.
그렇게 다들 그날 할 게임 얘기나 친구들이랑 놀 얘기들을 하는 시끌벅적한 하굣길을 둘이 조용히 말 없이 걸었어.
나중에 혜정이한테 이 날 얘기를 했더니 자기는 진짜 나 때문에 심장이 엄청 떨리면서도 화창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탓에 진짜 말로 표현이 안 되는 묘한 기분이었다고 하더라.
큰 길로 나와서 사람들이 점점 넓게 퍼질 무렵,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말 없이 손을 잡았어.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린다는 말. 아는 사람들은 알 거야.
그때 내가 막 좋아한다고 입을 떼려는데, 혜정이가 한 말 때문에 과장 아니고 정말로 5초정도 숨이 안 쉬어졌다.
심장은 우사인볼트마냥 존나 뛰고 있는데 말이지.
"너 나 많이 좋아하지?"
눈웃음 지으면서 약간 장난스럽게 말하는데, 그 때 기분이 어땠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난 아무 말도 못할거야. 말 그대로 말로 표현이 안 되니까.
나중에 혜정이한테 어디서 그런 말할 용기가 나왔냐고 하니까, 자기는 이미 다 알고 있어서 오히려 점점 차분해질 수 있었다나? 솔직히 나도 공감은 안돼ㅋㅋ
여름방학 30일중에 5일을 빼고 하루종일 혜정이랑 있었어.
평일에는 여름방학 보충수업 한답시고 같이 학교갔다와서 점심 먹고 도서관 가고. 도서관 데이트라고 할 수 있겠네. 그래도 우리는 중상위권은 되는 성적이어서 그런지 공부할 때는 친구처럼 하면서 열심히 했어.
그리고 둘 다 성격이 비슷했던 게 뭐냐면 꼼꼼한 거랑 연애랑 일 구분을 확실하게 했다는 것 정도? 그니까 서로 카톡 답장 늦게 한다거나 해도 서로 신경쓰지 않았어. 공부 때문에 바쁘다는 걸 누구보다도 서로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런 여자친구가 또 어디 있겠어?
유일하게 안 맞았던 부분은, 아니 내가 이상했던거지ㅋㅋㅋ 그때 막 일베가 뜰 때였거든. 일베를 한 건 아니지만 주워들은 게 있어서 어쩌다가 노무현 관련된 게 보이면 농담으로 일베 드립을 치다가 등짝 맞고 그랬어. 쪼끄만 게 손은 엄청 매워가지고;
사실상 천생연분이라 부를 만한 연인이었지. 고3때까지 크게 싸운 적은 없고 두세 번 다툰 것 말고는 정말 잉꼬부부마냥 지냈어. 그래서 친구들이 우리 보고 정말로 잉꼬부부라고 농담도 하고 그랬다. 솔직히 그땐 조금 부끄러웠어ㅎㅎ 하도 소심이라서 그랬나봐. 지금 보니까 픽 웃음이 나네.
무슨 거의 2년 사귀는동안 두세번 밖에 안 싸웠냐고 할 애들 있을것같아서 얘기를 하자면, 우리는 룰을 하나 정했는데, 한 명이 언성이 높아지고 화를 내면 나머지 한 명은 묵묵히 들어주기.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라는 책에 실제로 있는 내용이야. 혜정이가 독서 동아리 회장이어서 그런지 책을 상당히 좋아했고 나도 지금은 아니지만 어릴 때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어. 언제는 도서관에서 똑같은 책 붙잡고 서로 물 마시거나 화장실 갈 때 말고는 한 마디도 안한 적도 있어. 굉장한 책벌레들이였지.
그리고 다 읽으면 혜정이 집에 데려다주면서 책 얘기도 하고 간단한 토론까지 한 적도 있어. 진짜 유별난 커플이지. 어떤 커플이 도서관에서 아무말도 안하고 책만 읽냐?ㅋㅋㅋㅋㅋ 거기다가 토론도 하고ㅋㅋㅋㅋ 진짜 내가 다시 봐도 어이가 없는데 이걸 읽은 너희는 어떻겠냐ㅋㅋㅋㅋㅋㅋㅋ
2,3학년 중간에 있던 일까지 하면 책 한권 쓰겠다. 여긴 과감히 생략할게.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졸업식이 오고 있었어. 나는 수시 상향3개쓰고 나머지는 내 수준에 맞게 써서 서울대 떨어지고 연세대 붙고 나머지 4개는 3개나 떨어지고 건국대는 붙었더라. 수시는 도통 알 수가 없어. 그래도 기분은 존나 좋았지 연대가 어디냐. 근데 수능 최저 못맞출뻔했다 시발 수학 1문제 차이로ㄷㄷ 진짜 이건 신의 가호가 아닐까 지금도 생각한다. 사실 아무 쓸모없는 합격이었지만..
혜정이는 연대는 떨어지고 서울여대랑 중앙대 붙었더라. 우린 서로 정말 축하해주고 기뻐했어. 비록 같은 곳을 갈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서로 목표하는 학과에 붙었으니까.
이쯤 되니 애들보다 더 놀란건 선생님들이더라. 고등학교 내내 연애하면서 너네같은 애들은 처음 봤다고. 그 말에 괜히 우쭐하고 뿌듯하고 그랬다ㅎㅎ
면접 대비해서 서로 막 상황극이라고 해야하나? 면접 상황극도 하고 그랬다ㅋㅋㅋㅋㅋ 진짜 재밌었어. 막 말도 안되는 질문 남발하고 '저 사랑합니까?' '오늘 예쁘네요' 막 이딴 개소리도 하고ㅋㅋㅋ 오글거렸다면 미안하다.
이제 수능도 끝난지 좀 되고 수시결과도 발표나고 하니까 다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엄청 들뜬 분위기였어. 체육관에서는 3일에 한번 꼴로 장기자랑 열리고 그랬지.
말 안했는데 나랑 혜정이는 노래부르는것도 좋아해서 같이 학교 축제 나가서 듀엣곡도 불렀어.
혜정이가 목소리도 예쁘지만 노래를 진짜 잘했거든. 좋은날 3단고음도 무리없이 올리고 그랬어. 그때마다 감탄이 아니라 위압감이 느껴지더라. 처음 같이갔을때는 솔직히 살짝 무서웠어ㅋㅋㅋ
나도 친구들이랑 노래방가서 잘한다는 소리 듣는 편이었는데 나보다 한 티어가 높으니...
노래 끝나고 박수와 함께 우리랑 친한 몇몇 애들 막 잉꼬야~! 이러는데 듣는 사람이 더 오글거릴정도로 부끄러웠다. 얘들이랑은 지금도 만나서 여행도 가고 그럼.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학창시절이 다 지나가고 아쉬움 가득한 졸업식날이 왔어. 친구들하고 사진 엄청 찍고 다 한번씩 포옹도 하고 그러면서 아쉬움을 달랬어.
나랑 혜정이 부모님도 오셔서 혜정이랑 나랑 사이좋게 사진도 찍었다. 지금도 이 사진은 액자에 보관해서 내 책상에 올려뒀어. (여기서 대충 감이 올거야)
아 참고로 우리 부모님들께선 서로 아는 사이셨어. 우리가 서로 부모님 소개도 해드리니까 부모님들도 서로 몇 번 만나셔서 식사도 하고 선물도 주고받고 하시더라고.
그리고 졸업식 끝나고서는 교문 앞에서 다같이 가족사진 찍고, 점심 먹으러 쿠우쿠우 가서는 나랑 혜정이만 자리 따로 내주시더라. 너무너무 감사했음. 내가 남동생이 있고 혜정이가 오빠가 있었는데 둘다 살짝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는데 좀 웃기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어ㅋㅋㅋㅋㅋ 그래서 일부러 서로 먹여주고 닭살돋는 멘트 날리고 그랬다ㅋㅋㅋㅋㅋ(진짜 괘씸한게, 평소에 밥 먹을때는 이런 짓 안함ㅋㅋ)
그렇게 식사 끝나고 우리는 따로 놀러 가고, 가족들은 같이 카페 간다고 하더라고. 예전에 부모님들끼리 처음 만나셨을 때 좀 놀랐던게, 우리 아버지랑 혜정이 아버지가 중학교 동창이시더라? 근데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셨나봐. 그래도 서로 관심사도 비슷하시고 같은 동네에 사셨으니까 공감대도 있고 그래서 친구처럼 지내심. 사흘 전에도 같이 술마시러 가시더라.
CGV가서 영화 보고 사진관 가서 사진도 찍고(이때 사진 정말 예쁘게 나왔다) 오락실 갔다가 피시방 가서 같이 롤하고 나니까(노래는 잘해도 롤은 더럽게 못함ㅎㅎ.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귀여워서 할만했다) 어둑어둑해져서 한 8시가 됐더라. 집에 가려고 밖에 나와서 택시타려고 걷고 있는데 얘가 화장실을 가고싶다네.
불과 1분 거리에 화장실이 있었어. 같이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자기 지갑을 피시방에 놓고 온게 생각난다는거야. 그걸 가져오라네? 피시방은 10분 거리인데...우리가 있던곳은 시내였어. 8차선 도로가 가로지르고 대각선 횡단보도도 있는 큰 길가였고. 사람들도 적당히 북적이던 곳이야. 그래서 혼자 보내도 괜찮겠지 하고 보내고 나서 한 20걸음정도 걸으니까 괜히 불길한거야.
너희는 사람의 직감을 믿니? 전혀 근거없는 추측일 뿐인, 그 순간의 기분일지도 모르는 예감을 믿어? 나는 100퍼센트 믿어 의심치 않아. 직감에 대한 맹신 때문에 회사 일을 망친적도 있고 심지어 비트코인에 500을 날린적도 있지만, 나는 아직도 직감이란 걸 100% 병적으로 맹신해. 정신병이야. 나도 알아. 하지만 난 아직도 그 정신병을 고치지 못했고 평생 못 고칠거야.
그래서 다시 미친듯이 달려갔어. 여자화장실에 직접 들어가기까지 했어. 완전히 돌아버린거지. 혜정이를 부르니까 다행히 안쪽 칸에 있더라. 왜 왔냐면서 미친놈 소리듣고 다시 피시방으로 향했어. 좀 오래 걸린다면서 빨리 지갑 찾아오라해서 뛰어갔어. 가면 안됐는데. 개 씨발 병신새끼 가면 안됐는데
아주 다행히도 지갑은 아무도 손 안댔더라. 체크카드, 현금, 그리고 우리 사진도 그대로였어. 피시방 알바가 그거 내 거라서 가져가는거냐고 물어봤는데 지갑 안에 있던 사진 보여주니까 뻘쭘해하면서 미안하다더라. 근데 갑자기 쌔한거야 느낌이. 씨발 갑자기 기분이 존나 이상한거야. 뭐라고 해야하지?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에 갑자기 비가 올 것 같다는 느낌?
존나 뛰었어. 뛰다가 산지 1달도 안된 내 핸드폰이 떨어져서 액정이 깨졌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재빨리 주워다가 다시 뛰었어. 전혀 이럴 이유가 없었는데. 나는 진짜로 직감이라는 것을 믿었던 걸까? 그건 내 온 몸의 고깃덩어리와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어.
멀리서 존나게 불길한 사이렌 소리가 들렸어. 알겠어? 씨발 말할 수 없을 만큼 불길했단말이야
갔더니 사람들이 모여있네? 사실 나는 이 때부터 이미 알았는지도 몰라.
시내에 큰 길이라 그런지 밤에도 사람들이 많았고, 그래서 나는 그곳에 있는 인파를 뚫기 어려웠어. 난 소심하다고 했지? 큰 소리로 비키라며 소리치면서 사람들을 인정사정없이 밀어내며 그 사이를 가로지르던 게 나야.
화장실 입구에 왜 구급차 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