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왜 그걸 했을까요” 이다현이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 결과뿐만이 아닌 과정을 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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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 끝의 승리에도 이다현이 스스로를 다그쳤다.
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치러진 정관장과 현대건설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경기는 4세트 만에 끝났다. 그러나 웬만한 5세트 경기를 뛰어넘는 처절한 혈투가 벌어졌다. 4세트에 두 팀이 나란히 35점을 돌파하는 끝장 승부를 벌인 덕분이었다. 4세트의 최종 승자는 현대건설이었다. 37-37에서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40점에 들어가기 직전에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25-12, 27-29, 25-22, 39-37).
경기를 끝내는 득점을 올린 선수는 이다현이었다. 38-37에서 완벽한 오버 블로킹으로 표승주의 공격을 저지했다. 경기 전체를 돌아봐도 이다현의 맹활약은 인상적이었다. 무려 15개의 유효 블로킹을 만들었고, 블로킹 득점 7개 포함 14점을 터뜨렸다. 중앙의 높이와 화력이 강점인 정관장을 상대로 중앙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이다현이었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실을 찾은 이다현은 “정관장의 양 사이드 공격이 워낙 강해서 초반에 블로킹의 포커스가 메가와티 퍼티위(등록명 메가) 쪽으로 쏠렸는데, (염)혜선 언니가 그걸 간파하고 역으로 (표)승주 언니한테 가는 플레이를 구사해서 조금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다시 메가 쪽에 집중했다”며 경기를 풀어간 방식을 먼저 소개했다.
이후 이다현에게 아찔했던 상황과 그 이후에 찾아온 짜릿했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다현은 4세트 35-35에서 오른쪽으로 길게 도는 이동공격을 시도했지만, 이것이 범실이 되면서 정관장에 세트포인트를 내줬다. 자칫 하면 잔뜩 진만 뺀 뒤 세트를 내주고 원치 않는 5세트로 끌려갈 위기를 만든 것. 다행히 이다현은 직후에 메가의 퀵오픈을 블로킹으로 가로막으며 다시 듀스를 만들었고, 38-37에서 끝내기 블로킹까지 잡으며 결자해지에 성공했다.
35-35에서의 이동공격 실패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복잡한 표정을 지은 이다현은 “이동공격에 들어가는 타이밍이 좀 늦었다. 팔꿈치가 늦게 들린 탓이었다. 결정을 꼭 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일단 말리지 말고 다음 걸 잘 준비하자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 이후에 블로킹들을 못 잡았다고 생각하면 진짜 아찔하다(웃음). 사실 아직까지도 그 이동공격 범실이 찜찜하다”며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35-35에서의 아찔한 범실이 나오긴 했지만, 경기 전체를 봤을 때는 이다현과 김다인의 이동공격 호흡은 상당히 올라온 모습이었다. 좋아진 부분이 무엇인지 묻자 이다현은 “길게 가는 이동공격보다는 짧게 백A-B로 도는 이동공격의 타이밍이 많이 올라왔다”며 짧은 이동공격에서의 호흡이 특히 좋아졌음을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이다현은 “그런데 왜 35-35 핀치 상황에서 길게 가는 플레이를 했을까(웃음). 백B 플레이에는 자신이 있었다. 리시브가 안 됐을 때는 길게 가는 사인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 상황에서는 그냥 잘 하는 거 할 걸 그랬다”며 또 다시 아쉬웠던 이동공격 실패를 언급했다. 멋진 결과에도 불구하고 과정 속에 남은 아쉬움을 곱씹으며 스스로에게 냉정한 피드백을 하는 모습이었다.
이다현은 5승 1패로 마무리한 1라운드의 총평을 부탁하는 질문에도 결과뿐만이 아닌 과정을 중시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그는 “멤버는 지난 시즌과 그대로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맞춰야 할 부분들과 나아져야 할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선수들끼리는 지금 매 경기가 기다려지는 것 같다. 실전이야말로 가장 좋은 연습의 기회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처럼 노력하다보면 결과는 결국 나중에 좋게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며 1라운드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더 좋은 팀을 만들어가야 함을 강조했다.
끝으로 이다현은 이날 대전을 찾은 현대건설의 원정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요새 배구장에 관중이 조금 줄어서 마음이 아팠다. 이번 경기는 금요일이니까 많이 와주시지 않을까 기대를 좀 했는데, 실제로 많이 와주셔서 좋았다. 찾아주신 분들에게 승리로 보답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팬들을 향한 사랑을 표현했다.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지만 이를 극복하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뿐만이 아닌 과정의 아쉬움을 되짚으며 자신을 다그쳤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이다현이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원동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