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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서 밀려나도 펄펄 날았다, ‘골드 글러브’ 품은 김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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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서 밀려나도 펄펄 날았다, ‘골드 글러브’ 품은 김하성


‘전천후’ 야수 유틸리티 부문에서 수상
10일 최고 공격수 ‘실버 슬러거’ 도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김하성(28)이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골드 글러브(Gold Glove)를 수상했다. 골드 글러브는 한 해 동안 수비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를 각 구단 감독·코치들이 투표로 뽑아 주는 상이다. 김하성은 6일 발표한 2023 MLB(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골드 글러브 수상자 명단에 내셔널리그 유틸리티(utility·만능) 야수 부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선수론 처음이고 아시아 출신 내야수 중에서도 처음이다. 같이 후보에 오른 무키 베츠(31·LA다저스)와 한국계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쳤다. 유틸리티 부문은 다양한 수비 위치를 포괄하는 선수를 대상으로 지난해 새로 생겼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진출 3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미 국내 프로야구 시절에도 그는 ‘호타 준족’에 ‘명품 수비’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이미 지난해에도 발군의 수비 실력으로 글러브 유격수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댄스비 스완슨(29·현 시카고 컵스)에게 밀렸다. 올해도 주로 2루수로 뛰며 3루수와 유격수를 함께 맡아 만능 수비수로 종횡무진했는데 그 성과를 2루수가 아닌 유틸리티(utility·만능) 야수 부문에서 보상을 받았다. 김하성은 이번 골드 글러브에 2루수 부문에도 후보로 지명됐지만 니코 호너(26·시카고 컵스)에게 밀렸다.

이번 김하성 수상은 선배 박찬호·추신수 등도 넘보지 못한 영역이다. 추신수는 후보(2012년)에 오른 적은 있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아시아 출신으로선 스즈키 이치로(50·일본) 이후 처음이다. 이치로는 외야수 부문에서 2001~2010년까지 10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골드 글러브를 차지한 바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선 공격과 수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골든 글러브’를 시상한다. 수비만 보는 미국 골드 글러브와는 성격이 다르다.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역대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인스타그램

올해 수비 위치 변경 ‘전화위복’

사실 김하성에게 올 시즌은 순탄하지 않아 보였다. 소속 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시즌 개막 전 ‘올스타’ 유격수 산더르 보하르츠(31)를 품었다. 작년엔 유격수로 뛰던 김하성은 ‘이름값’에 밀려 2루로 짐을 쌌다. 고교 시절 이후 국내 무대에선 유격수만 보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자리였지만 기죽지 않고 성실한 수비를 보여줬다. 팀 요청이 있으면 3루수와 유격수로도 출격했다.

2루수로 가장 많은 106경기(98회 선발 출전, 856과 3분의 2이닝)에 나섰고 3루수로 32경기(29회 선발 출전, 253과 3분의 1이닝), 유격수로 20경기(16회 선발 출전, 153과 3분의 1이닝)에 출전했다. 수비율은 2루수 때 0.991로 가장 좋았고, 3루수(0.986)와 유격수(0.966)로도 크게 뒤지지 않았다. 몸을 내던지는 허슬 플레이와 안정감 있는 수비력 덕에 ‘어섬 킴(awesome Kim·놀라운 김)’이란 애칭도 얻었다.

그래픽=김하경

아시안 내야수 성공 가능성 증명

김하성이 2루수 부문까지 탔다면 전례 없는 골드 글러브 2관왕까지 노려볼 수 있었으나 이루진 못했다. 수상 후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대단한 성과를 이뤄) 기쁘다. 하지만 그보다도 아시아 출신 꿈나무들에게 내야수로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는 사실에 더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어 “2루수보다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골드 글러브를 받아 더 가치 있게 생각한다. 더 많은 골드 글러브를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골드 글러브 수상자는 메이저리그 30구단 감독과 팀당 최대 여섯 코치가 소속 팀 선수를 제외한 후보에게 투표한다. 투표 75%, 미국 야구연구협회(SABR)에서 개발한 수비 통계 자료 25%를 반영한다. 유틸리티의 경우 SABR의 특화된 수비 공식이 적용된다. 김하성은 리그 감독과 코치들에게 수비에서만큼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얘기다. MLB닷컴은 “김하성은 올 시즌 또 한번 다재다능함(versatility)을 갖췄음을 보여준 내야수의 표본이었다”면서 DRS(Defensive Runs Saved·수비로 실점을 막아낸 수치 지표)에서 2루수로 10, 3루수와 유격수로는 3씩 모두 합쳐 16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2루수 DRS는 내셔널리그 2루수 골드 글러브 수상자 호너(12) 다음으로 높았다.

최고 공격수 ‘실버 슬러거’ 도전

김하성은 이제 실버 슬러거(Silver Slugger)에도 도전한다. 골드 글러브가 수비력을 상징한다면, 실버 슬러거는 공격력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돌아간다. 김하성은 실버 슬러거에서도 유틸리티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2루수 부문은 타격 1위(타율 0.354) 루이스 아라에즈(26·마이애미 말린스)나 33홈런 109타점을 기록한 아지 알비스(26·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강력한 경쟁자들에게 밀려 후보에 오르지도 못했다. 김하성도 이번 시즌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3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49로 공격 부문에서도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냈으나 최고 공격수로 명함을 내밀긴 미흡하다. 유틸리티 부문 경쟁 상대 무키 베츠는 올 시즌 타율 0.307 39홈런 107타점 OPS 0.987로 리그 최우수선수(MVP)급 성적을 올렸다. 실버 슬러거 수상자는 10일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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