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앙상한 김준수, 호흡이 가쁠 수밖에…19만원 내고 보기엔 그럭저럭한 '알라딘'[TEN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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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류예지 기자]
에스앤코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뮤지컬 '알라딘'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10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2일 잠실 샤롯데씨어터 일대는 '알라딘'의 한국 초연을 직접 눈에 담기 위한 관객들로 북적였다.
'알라딘'은 원작 디즈니 애니메이션(1992)부터 전 세계 어린이는 물론 어른까지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았고, 어린이였던 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양한 장르로 변주돼 온 작품이다. 내용은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익히 알려진 대로다. 다만 약간의 각색, 새롭게 추가된 넘버 등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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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날 캐스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배우는 알라딘 역의 김준수, 쟈스민 역의 이성경, 지니 역의 정성화다. 인생 첫 뮤지컬에 도전하는 이성경과 가수 출신 김준수의 합, 베테랑 정성화의 하모니를 기대케 했다.
'알라딘'은 대사보다 노랫말의 비중이 높은 편으로, 전달력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작품. 그러나 빠른 템포의 음악과 퍼포먼스가 강조되면서 주인공 김준수의 가사 전달력이 간혹 덜 명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초반부 음식을 훔친 뒤 도망 다니는 상황에서 부른 알라딘의 첫 노래 '한 발 더 빠르게'(One Jump Ahead)는 노래의 가사가 조금 더 선명하게 들렸다면 이야기에 더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사생활 이슈로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김준수는 유독 살이 빠져 보였고, 광대뼈와 갈비뼈 등이 멀리 앉은 관객석에서도 잘 보일 정도. 때문에 이후에 이어진 노래에서도 가빠지는 호흡, 약한 발성이 보는 이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알라딘의 이미지 자체는 서경수, 박강현보다 김준수가 가장 찰떡같이 어울렸으나 불안정한 가창력은 그의 상체를 떨게 했고 결국 보는 이까지 불안한 2시간 10분이었다.
다행인 건 알라딘의 솔로 넘버가 많지 않은 것과 무대가 진행될수록 안정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내년까지 이어지는 공연에 찾아올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로 재정비가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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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의 아쉬움을 채우는 건 지니 역의 정성화를 포함해 이상준, 윤선용, 서만석, 육현욱, 방보용 등 다른 배우들의 활약이다. 뮤지컬계의 대부로 불리는 정성화는 그야말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정성화에겐 단 한 순간의 느슨함도 허락되지 않는다. 표정이면 표정,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탭댄스면 탭댄스, 여기에 관객들의 호응 유도까지.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다 갑작스럽게 다리에 쥐가 나자 "이거 쥐니, 난 지니, 이거 쥐니" 라고 너스레를 떨며 여유로운 모습도 보였다. 중간중간 요즘 유행어인 '이븐하게 구워드릴게요', '롯데 시그니엘 교환권',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APT.) 등을 적재적소에 풀어내며 관객을 향해 웃음 마법을 부리기도 했다. 정성화가 등장할 때마다 약 1200명의 관객이 가장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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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 개막할 부산 드림씨어터에 비해서는 작은 잠실 샤롯데씨어터지만 조명과 음향, 입체적인 무대 연출로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캐릭터들의 성격, 심리적 상태를 나타내는 시간이 지나고 지니가 등장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무대는 더 섬세하게 표현됐다.
램프가 있는 동굴을 표현할 때는 무대 전체를 화려한 금박이 장식으로 꾸몄다.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알라딘과 쟈스민의 '마법의 양탄자' 장면도 백미다. 너무 어두웠던 점과 아슬아슬하리만치 작았던 양탄자는 약간의 아쉬움을 자아내지만 실제로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공중 부양의 모습은 잘 표현됐다. 그렇다고 VIP석 19만원을 주고 보라고 추천하기는 어렵다.
‘알라딘’ 한국 초연의 서울 공연은 내년 6월 22일까지 약 7개월간 장기 레이스로 펼쳐진다. 연이어 내년 7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개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