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은 잊어라…'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보는 웹툰 드라마 인기 이유[TE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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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은 잊어라…'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보는 웹툰 드라마 인기 이유[TEN초점]
웹툰 원작인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인기 비결
'무빙', '비질란테','마스크걸'은 어땠나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이미지 원본보기'내 남편과 결혼해줘' 스틸컷. /사진 제공=tvN웹툰 원작 드라마는 최근 콘텐츠 시장의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다. 과거에 웹툰 원작 영화가 개봉한 적도 많았다지만, '패션왕'(2014), '치즈인더트랩'(2018) 등은 방대한 스토리를 2시간 30분 이내의 러닝타임으로 압축, 생략되는 탓에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다. 물론 성공 사례도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HUN 작가의 동명의 웹툰), '내부자들'(2015/윤태호 작가 동명의 웹툰)은 각각 695만명, 707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고, 구교환, 신승호 주연의 '부활남'(감독 백종열)도 김재환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2024년 개봉 예정이다.
하지만 영화와 웹툰은 포맷 자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 제작자들은 드라마나 OTT 시리즈로 눈을 돌렸다. 보통 16부작을 기본으로 한 드라마의 경우, 장기적으로 연재된 웹툰의 에피소드를 담아내기에 용이하고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만큼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서로의 기본적인 특성을 깎아 먹는 영화 대신 드라마나 OTT를 택한 것은 시너지 효과가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든 웹툰 기반의 콘텐츠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텍스트로 되어있는 시나리오 기반이 아닌 이미지가 함께 포함된 웹툰을 영상화하는 작업은 싱크로율과 제작자의 창작력과 부딪히면서 원작의 성공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2024)의 인기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성소작 작가의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을 바탕으로 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던 강지원(박민영)이 남편 박민환(이이경)과 정수민(송하윤)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고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10년 전으로 돌아가 인생 2회차를 살며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명 회귀물(回歸物)이라고 불리는 해당 장르는 웹툰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던 요소 중 하나로 2023년 산경(山景) 작가의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한 JTBC '재벌집 막내아들'과 이원식, 꿀찬 작가의 네이버 웹툰 '이제 곧 죽습니다'의 티빙 오리지널 '이재, 곧 죽습니다'도 해당 장르에 속한다. 일종의 판타지로도 볼 수 있는 회귀물은 과거의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기회를 얻으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반성하며 복수하는 일련의 단계를 그려낸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역시 강지원은 자신의 뒤통수를 친 두 잔당에게 고통스러움을 새기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이행한다. 과거에는 자신이 뒤집어썼던 정수민의 급식판을 박민환이 맞게 하거나,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나타나 정수민의 거짓말을 까발리고, 은근슬쩍 기획안을 가져가려던 정수민에게 거절의 의사를 밝히기도 하며, 박민환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파투를 내고, 회사에서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이 드러나도록 큰 소리로 면박을 주는 행위를 하며 처음에 목표로 세웠던 박민환과 정수민의 결혼이란 퍼즐을 꿰맞추기 시작한다. 과거에 강지원의 죽음으로 고백 한 번도 못 해본 것에 후회하던 유지혁(나인우)도 회귀하면서 그의 조력자이자 새로운 사랑이 되어준다.
숱한 웹툰 원작 바탕의 드라마의 성공과 실패가 뒤따랐다. 그렇다면 1화의 5.2%에서 10화의 10.7%로 꾸준히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성공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아직 방영 중인 상황이라 속단할 수는 없지만('재벌집 막내아들'은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막을 내렸다), 뜨거운 반응의 요인이 무엇인지 짚어볼 이유는 충분하다.
첫 번째로는 박민영, 이이경, 송하윤, 나인우라는 배우의 조합이다. 서로를 속고 속이는 네 명의 관계성과 앙상블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겉으로는 착실하고 자신의 애인을 아끼는 모양새지만 뒤에선 폭언, 폭력을 일삼는 박민환 역의 이이경은 짙게 뱄던 까불까불한 이미지를 지워내고 그 자리에 빌런이란 새로운 자아를 새겨넣는다. 자기 말이라면 조건 없이 복종하는 강지원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정수민 역의 송하윤은 또 어떠한가. 불편한 상황도 물어보기보다 꾹꾹 눌러 담던 '쌈, 마이웨이'(2017)의 순진무구한 뽀글머리 백설희를 기억하던 이들은 아마 송하윤의 재발견이라고 외칠지도 모른다. "우리 지원이가"라며 위해주는 듯 깎아내리는 얄미운 말투는 웹툰과 판박이다.
주인공인 강지원 역의 박민영은 다소 만화적이고 과장된 표현법인 "축하해. 내가 버린 쓰레기 알뜰살뜰 모아 주운거", "어디서 바람난 새끼가 큰 소리야" 등의 대사를 유치하지 않게 전달했다. 암 투병으로 인해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과거와 복수를 결심하고 환골탈태한 현재의 의상에도 차별화를 두면서 외형적으로도 큰 변화를 줬다. 어쩌면 분노에 들끓다가도 두 사람 앞에서 표정을 숨기는 철저함과 고분고분 말을 따르는 순종적인 모습으로 안심시키다가 폭발하는 강지원의 얼굴은 어쩌면 박민영이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KBS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의 허당기 가득하던 나인우는 유지혁을 만나며 진중함을 얻었다. 강지원의 보디가드처럼 지켜보고, 위험 상황에서 거침없이 뛰어드는 유지혁은 나인우의 아련한 눈빛과 한 자 한 자에 진심을 새겨넣은 낮은 목소리로 표현 냈다.
배우들의 싱크로율도 있지만, 적재적소에 배치한 에피소드도 한몫한다. 16부작으로 늘어질 수 있는 이야기의 전개에 가속도를 붙였다. 물론 6화에서 BTS의 노래를 듣다가 강지원과 유지혁이 서로 회귀자인 것을 알게 되는 연출에는 약간의 의아함이 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장면을 웹툰과 비슷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원작 웹툰 드라마가 겪어야 하는 숙명인, 이미 원작을 봤던 팬과 새로운 시청자의 유입 사이에서의 갈등을 최대한 균형적으로 만들려는 느낌이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함께 쌍두마차를 이루는 웹툰 원작 드라마는 2023년 한 해만 돌아보더라도 많은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토리 매미, 작화 희세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마스크걸', 스토리 CRG, 작화 김규삼의 디즈니 + '비질란테', 강풀 작가의 디즈니 + '무빙'까지. 그외에도 많은 성공사례가 있지만, 세 작품의 공통점은 원작 창작가의 중심을 훼손하지 않고 2차 창작자의 생각을 얹었다는 것이다.
'마스크걸'은 외모 컴플렉스를 지닌 김모미(이한별, 나나, 고현정)의 어긋난 모성애에 비중을 실었고, '비질란테'는 경찰대생인 김지용(남주혁)이 왜 그 상황에 뛰어들수 밖에 없었는지와 조헌(유지태), 조강헌(이준혁), 최미려(김소진)의 이해관계, '무빙'은 김봉석(이정하)와 장희수(고윤정)의 개개인의 능력치가 아닌 세대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웹툰과 드라마를 비교해서 보는 맛이 해당 콘텐츠의 묘미다. 꼬마비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살인자 o난감'(2024)의 감독 이창희는 "처음에 각색이나 영상화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월 9일 공개되는 '살인자 o난감'의 웹툰은 충격적인 내용과는 달리 귀여운 그림체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웹툰 원작드라마인 '내 남편과 결혼해줘'와 함께 앞으로 공개될 다양한 콘텐츠들은 어떤 방향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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