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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꿈꿨던 벨린저와 보라스, 결국 사실상 백기 투항… 버티다 3년 8000만 달러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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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온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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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꿈꿨던 벨린저와 보라스, 결국 사실상 백기 투항… 버티다 3년 8000만 달러 계약


▲ FA 시장에서 대박을 노렸으나 결국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계약을 하지 못한 코디 벨린저
▲ 벨린저와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1억 달러 중후반대, 2억 달러에 가까운 계약을 노렸으나 결국 3년 8000만 달러에 만족해야 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 행사에서 대박을 노렸던 코디 벨린저(29)의 꿈은 다음을 기약했다.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못한 총액으로 첫 번째 FA 자격을 마무리했다. 사실상 FA 재수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전직 최우수선수(MVP)의 경력에 다시 실패로 기억될 만한 계약이 남았다. 여러 자유계약선수 대어를 가지고 있는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다음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ESPN의 제프 파산은 25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 코디 벨린저가 3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파산에 따르면 벨린저는 올해와 2025년 연봉으로 각각 3000만 달러를 받는다. 그리고 2026년 연봉은 2000만 달러다. 다만 이 계약에는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벨린저는 2024년 시즌 종료 후, 2025년 시즌 종료 후 각각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총액은 3년 8000만 달러(약 1066억 원)이다.

협상이 진척되지 않은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시카고 컵스가 벨린저를 눌러 앉히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양쪽의 눈높이가 너무 달랐다. 지난해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벨린저는 6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원하고 있었다. 총액 2억 달러 가까운 금액을 노렸다는 게 현지 언론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는 현지 언론이 예상한 벨린저의 몸값과도 다소 차이가 났다. 예상하는 매체마다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대다수 매체들은 6~7년 정도의 계약 기간을 기준으로 1억 달러 중반대의 계약을 예상했다. 하지만 벨린저 마케팅에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스캇 보라스는 그 금액을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

지난해 벨린저 효과를 톡톡히 본 컵스는 벨린저가 팀에 남는 것이 이득이라고 여겼다. 올해 외야에 특별한 보강이 없는 가운데 벨린저가 있고 없고는 공‧수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벨린저와 보라스가 요구하는 금액을 맞춰 줄 생각은 없었다. 이미 몇 차례 현지 언론을 통해 생각하는 금액의 차이가 많이 난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흘린 바 있다. 이 때문에 컵스와 벨린저는 가장 강력하게 연계되면서도 스프링트레이닝과 시범경기가 시작된 지금까지도 계약에 이렇다 할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벨린저였다. 벨린저의 유력한 수요자로 뽑혔던 샌프란시스코가 사실상 영입전 철수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단장은 스프링트레이닝 시작 당시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시작된 지 세 달하고도 반이 지났다. 이 정도 시점이라면 우리가 가진 자원에 더 집중하는 것이 맞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벨린저 영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실제 샌프란시스코는 1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벨린저보다 홈런 타자이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호르헤 솔레어와 3년 계약을 하면서 벨린저 영입전에서 손을 뗐음을 보여줬다.

◆ 인내심 있게 기다린 컵스의 승리, 벨린저 사실상 FA 재수 택했다

일단 컵스는 이득이다. 벨린저가 이번 시장에서 실패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치 있는 타자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팀에 공헌할 수 있다. 3년 총액 8000만 달러의 값어치는 있는 선수다. 컵스가 꺼렸던 것은 이제 막 반등해 아직은 표본이 많지 않은 벨린저에게 6년 이상의 장기 계약의 모험을 거는 것이었다. 지난해 효과를 보기는 했지만 구단으로서도 모험적 요소가 너무 컸다. 하지만 3년이라는 계약 기간은 크게 부담이 없다. 벨린저는 올해 만 29세다. 29~31세 시즌을 아우르는 계약인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벨린저 측은 원하는 금액을 손에 넣지 못했다는 점에서 어쨌든 협상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3년 계약은 당초 벨린저 측이 생각하지 않았던, 그들의 관점에서는 '단기 계약'이다. 다만 FA 재수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내년을 기약했다. 벨린저는 매년 옵트아웃 권한이 있다. 이를 테면 2024년 좋은 활약을 해 2024년 시즌 뒤 옵트아웃으로 다시 FA 시장에 나오고, 마지막 대박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2023년 재기에 성공한 벨린저는 대박을 노렸으나 그를 바라보는 구단의 시선은 싸늘했다
▲ 컵스는 벨린저 시장에 뛰어들 팀이 없을 것이라는 쪽에 도박을 건 끝에 결국 전략적 성공을 거뒀다


올해 유독 시장 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영향이 있었다. 많은 구단들의 중계권을 가진 다이아몬드 스포츠 그룹이 파산하면서 각 구단들이 지갑을 닫고 허리띠를 졸라맸다.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동시에 영입하며 두 선수에게만 총액 10억 달러 이상을 쓴 LA 다저스와 같은 팀들이 있었는가 하면, FA 시장에서 총액 3000만 달러조차 지출하지 않은 팀들도 더러 존재했다. 양극화였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큰손 몇몇이 외면한 벨린저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2024년 시즌 후, 혹은 2025년 시즌 후에는 시장 상황이 풀릴 수도 있고 벨린저 수요가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옵트아웃 조항을 포함한 3년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벨린저는 지난해도 시카고 컵스에서 뛴 덕에 큰 적응은 필요하지 않다. 곧바로 팀의 스프링트레이닝이 열리고 있는 미 애리조나주로 합류해 시범경기에 뛸 전망이다. 벨린저도 나름대로 동기부여가 있는 계약이다. 올해 활약이 지난해 이상이라면 확실한 재기를 인정받아 내년에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다. 컵스로서는 벨린저가 FA 시장에 나간다는 자체가 나름대로 활약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3000만 달러가 아깝지 않을 공산이 크다. 벨린저가 버틸 때 젊은 선수들을 키워낸다면 자연스러운 바턴 터치도 가능하다.

NBC스포츠는 25일 벨린저의 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파산에 따르면 계약 첫 2년이 끝날 때마다 옵트아웃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벨린저는 협상이 중단되고 최종 행선지가 미궁으로 빠진 것처럼 보인 후 불과 몇 주 만에 다시 윈티시티(시카고를 의미)로 돌아온다'면서 '28세의 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는 지난 시즌 컵스에서 556타석에 나서 26개의 홈런과 20개의 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81을 기록하며 자신의 경력을 부활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NBC스포츠는 '그의 복귀는 크리스토퍼 모렐과 마이클 부시와 같은 컵스의 젊은 강타자들의 출전 시간 예측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 하지만 벨린저는 기본적으로 컵스 타선에 앞으로 몇 년간 절실히 필요한 장타력을 추가한다'면서 '그의 기본 타구 지표, 특히 작년에 시속 87.9마일을 기록하며 떨어진 평균 타구 속도는 다가오는 퇴보를 암시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현시점에서 벨린저의 부활을 확실하게 장담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야후스포츠'는 '이 계약은 미래 컵스에 유연성을 제공한다. 댄스비 스완슨, 크리스토퍼 모렐, 이안 햅, 스즈키 세이야가 포함될 라인업의 중심에 벨린저가 존재함으로써 컵스의 공격력은 2023년 원래대로 돌아왔다'면서 '컵스와 보라스의 눈치싸움이 수개월 지속됐지만, 컵스 수뇌부는 벨린저 영입전에 다른 팀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도박을 하면서 시장을 기다렸고 이는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 MVP의 장밋빛 시나리오는 없었다… 자존심 회복 가능할까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A 다저스의 지명을 받은 벨린저는 순조롭게 마이너리그 단계를 거치며 다저스가 기대하는 특급 유망주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201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벨린저는 데뷔 시즌 다저스라는 스타 군단의 주전으로 자리하며 132경기에서 타율 0.267, 39홈런, 97타점, OPS 0.933이라는 대활약을 하며 올스타와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모두 거머쥐었다. 화려한 데뷔였다.

2018년 성적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으나 2019년 대폭발하며 다저스 팬들의 자부심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벨린저는 2019년 156경기에 건강하게 나가 타율 0.305, 47홈런, 115타점, OPS 1.035로 대폭발하며 다저스 타선을 이끌었다. 이 성적을 인정받아 2019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실버슬러거는 당연히 따라왔고, 골드글러브도 수상하며 공‧수를 모두 갖춘 최고 선수 대우를 받았다.

▲ 벨린저는 3년 8000만 달러에 계약하는 대신 매년 옵트아웃 조항을 넣어 사실상 FA 재수를 택했다
▲ 벨린저가 2024년 또 좋은 성적을 낸다면 내년 FA 시장에서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LA 다저스 팬들은 오랜 기간 옆동네의 슈퍼스타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를 부러워했지만, 이제는 벨린저를 보며 그 아쉬움을 지워내는 듯했다. 공공연히 벨린저를 리그 최고 스타인 트라웃과 비교하는 시선도 늘었다. 하지만 2020년 시즌부터 내리막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단축된 시즌에서 벨린저를 길을 찾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세리머니를 하다 어깨를 다치며 가파른 추락이 시작됐다.

벨린저는 2020년 타율 0.239, OPS 0.789에 머물렀다. 일시적인 부진으로 여겼으나 2021년 95경기에서 타율 0.165, 10홈런, 36타점, OPS 0.542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남기자 여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윙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다저스는 어떻게 해서든 벨린저를 살려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2022년 144경기에서도 타율 0.210, 19홈런, 68타점, OPS 0.654에 그치자 벨린저를 깨끗하게 포기했다. 트레이드도 아닌, 아예 방출해 버렸다. 2000만 달러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 벨린저의 연봉을 주기도 아까웠던 것이다.

그런 벨린저는 2023년 우여곡절 끝에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오히려 방출된 것이 벨린저에게는 득이었다. 많은 구단들이 저렴하면서도 위험 부담이 크지 않고, 오히려 재기시 기대 효과가 더 큰 벨린저 영입에 관심을 보였고 컵스가 최종 승자가 됐다. 벨린저는 2023년 시즌 초반 다소 더딘 출발을 보였으나 이후 반등하며 130경기에서 타율 0.307, 26홈런, 97타점, OPS 0.881로 활약하며 MVP 투표 10위, 실버슬러거 수상으로 재기했다.

이런 재기 성적표를 두고 보라스는 벨린저 홍보에 열을 올렸다. 벨린저가 반등했으니 연봉에서도 예전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논리였다. 공공연하게 2억 달러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보라스의 생각과 달리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무엇보다 벨린저는 3년 동안 부진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295경기, 1143타석에서 남긴 타율은 0.203이었고, OPS는 0.648에 불과했다. 2023년 반등했다고 해도 직전 3년 부진의 골이 너무 깊었다. 구단들은 여기서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일시적인 반짝인지, 진짜 부활인지 판단하기 애매했던 탓이다.

만약 2023년과 같은 성적을 한 번 더 내고 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왔다면 벨린저를 보는 구단들의 시선은 확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쇼케이스'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래서 벨린저는 2024년 한 번 더 증명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2023년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완벽한 재기를 증명하며 당당히 다시 FA 시장에 나갈 수 있다. 2019년 MVP를 수상할 때까지만 해도 FA 시장에 나가면 총액 2억 달러, 혹은 3억 달러 이상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벨린저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분위기가 달라졌지만 이제는 벨린저도 현실을 인정하는 계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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