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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다운되면 시즌 망해" 주장 나성범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원하지 않는다, '감독 뒷돈 파문' 동요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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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다운되면 시즌 망해" 주장 나성범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원하지 않는다, '감독 뒷돈 파문' 동요 막아라


▲ KIA 새 주장 나성범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큰 숙제를 떠안았다. ⓒ 신원철 기자
▲ 김종국, 장정석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신원철 기자] KIA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호주 스프링캠프를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선수단을 대표해 취재진과 만난 주장 나성범과 베테랑 투수 양현종은 갑작스럽게 터진 전 감독의 직무정지에 이은 경질 사태에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이에 동요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는 만큼 더욱 그래야 한다는 의무감, 책임감이 엿보였다.

지난 28일 오후, KIA 타이거즈 구단이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김종국 감독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발표였다. 29일로 예정한 코칭스태프의 스프링캠프 출국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KIA 구단은 "감독의 최종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에 결정할 예정"이라며 우선 진갑용 수석코치에게 스프링캠프 선수단 지휘를 맡겼다.

▲ 나성범 ⓒ곽혜미 기자
▲ 양현종 ⓒ곽혜미 기자


여기까지 김종국 감독은 여전히 사령탑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금품 수수와 관련된 정황이 밝혀지면서 KIA도 결단을 늦출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검찰이 장정석 전 단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종국 감독에게도 '검은 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발견하고 수사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KIA는 29일 김종국 감독과 계약해지를 발표했다. 선수단은 스프링캠프 출발을 하루 앞두고 선장을 잃게 됐다.

스프링캠프 직전까지도 김종국 감독은 구단에 자신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는 사실을 먼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28일 전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스프링캠프를 준비했다. 26일 선수단 연봉 재계약 소식을 발표했고, 27일에는 스프링캠프 일정과 명단을 알렸다. 외국인 투수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을 영입하는 등 선수단 전력 보강도 알차게 하면서 선수단 안팎에서 우승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 김종국 전 감독 ⓒ곽혜미 기자


그런데 김종국 전 감독의 뒷돈 파문이 이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력에 끼치는 영향을 떠나 구단 분위기가 흔들리는 것까지는 막기 어렵다. 선수들도 이점을 굳이 외면하려 하지는 않았다. 대신 빠른 정상화, 분위기 수습을 위해 구단과 선수단 모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KIA 타이거즈 선수들은 예정대로 30일 오후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장정석 전 단장이 벌인 초유의 '뒷돈 요구' 파문에 이어 김종국 전 감독까지 스폰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충격이 배가됐다. 선수들은 "분위기가 어둡다"고 현실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동요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새로 주장을 맡은 나성범은 "선수들은 전혀 몰랐던 일이다. 그 일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 얘기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스프링캠프가 시작됐으니까 야구장에서 야구에 집중하고 시즌을 준비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 해를 시작하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선수들도 많고 그래서 웃으면서 좋은 분위기에서 가면 더 좋았을 거다. 아무리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해도 조금은 어둡다"면서 "그래도 선수들이 고개 숙인다거나 그러기 보다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누가 오실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새 감독님께서 오셔서 팀이 다시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나성범 ⓒ곽혜미 기자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로는 "선수마다 느끼는 점이 다 다를 거다. 동요하는 선수가 있을 것 같아서 미팅에서 '너무 동요하지 말고, 준비한 대로 캠프에 출발할 거고 준비한 대로 하면 되니까 시즌 준비를 잘 하자'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코칭스태프에게도 팀 분위기를 위해 같이 노력해주기를 당부했다. 나성범은 "일단 감독님이 안 계시니까 진갑용 수석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해야할 것 같다. 아직 제대로 미팅을 하지 않아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 어떻게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고 일단 (호주)넘어가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야구 열심히 할 수 있게 많이 서포트해주셨으면 좋겠다. 분위기가 이런다고 선수들마저, 또 코칭스태프마저 다운돼 있으면 한 시즌 망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코치님들도 저희도 빨리 이런 분위기를 (좋게)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이거즈맨' 베테랑 양현종은 "단장님께서 선수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전할 말씀이 있다고 하셨다. 먼저 죄송하다고 하셨고,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지 말고 시즌만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캠프에 가는 길이니까 이런 일로 눈치를 보거나 고개를 숙이거나 하기보다는, 무거운 분위기겠지만 캠프에 맞춰서 자기가 생각했던 각오 목표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비행기를 타려고 한다. (심재학 단장의)그 말로 선수들도 어떤 얘기인지 다 와닿았을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투수들에게는 "투수 파트 코치님이 두 분 다 새로 바뀌셨다(정재훈, 이동걸 코치).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던 선수들은 코치님 성향이나 성격을 잘 알테지만 1군 대부분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감독 경질로)부담스러운 분위기가 있겠지만 우선 나도 코치님도 서로 대화를 많이 해야한다. 어린 선수들도 그렇다. 대화를 많이 하면서 서서히 하나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코치님과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내 몫이 크다고 생각한다. 코치님께 전할 말들은 선수들과 잘 상의하고, 또 코치님 얘기는 선수들에게 잘 전해서 기분 좋게 캠프를 마무리하고 오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 양현종 ⓒ곽혜미 기자


이번 사건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KIA가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팀이면서도 올해 우승 후보로 꼽힐 만큼 시즌 준비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던 외국인 투수 영입은 최선의 선택을 위해 다른 구단보다 더욱 심사숙고했다. 나성범은 건강하게 스프링캠프를 맞이했다. 김선빈과 FA 계약을 맺고 또 LG 트윈스에서 방출을 자처한 '200안타' 서건창을 영입해 내야 뎁스를 보강했다.

나성범은 "주변에서 좋게 봐주시니 나도 거기에 맞게 준비를 잘 해야할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 천천히 하나씩 준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양현종은 "우리도 작년에 가을 야구 문앞까지 갔다가 떨어졌다. 연승을 달릴 때는 정말 어느 팀이랑 붙어도 이길 수 있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멤버들이 다시 돌아오고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면 작년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갈 거로 확신하고, 또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저도 그렇고 팬들도 그렇고,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항상 기대하고 있다. 항상 우리 팀의 문제점인 부상만 조심한다면 더 추운 날씨에 야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 김종국 전 감독 ⓒ곽혜미 기자


▶ 1차지명→감독 타이거즈맨 프랜차이즈 스타의 몰락

김종국 전 감독은 1996년 해태 타이거즈 1차 지명으로 프로야구 선수 커리어를 시작했다. 신인이던 1996년부터 126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 활약했다. 2009년 통합우승 뒤 KIA 타이거즈에서 은퇴했고 바로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리고 친정 팀에서 감독까지 맡는 영광을 누렸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2021년 12월 전 맷 윌리엄스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면서 새 사령탑으로 김종국 당시 수석코치를 선임했다. 신임 감독에게 3년을 보장했고, 계약금 3억 원과 연봉 2억 5000만 원으로 10억 5000만 원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구단은 "김종국 신임 감독이 프로 데뷔 때부터 타이거즈에서만 뛴 '원 클럽맨'으로서 누구보다 KIA를 잘 알고 있다는 점과 조용하면서도 강단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 또한 컸다.

그러나 김종국 감독 체제에서 KIA는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하는 팀이 아니었다. 2022년 70승 1무 73패 승률 0.490으로 5위에 오르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4위 kt 위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져 1경기로 가을 야구를 마쳤다. 지난해에는 73승 2무 69패 승률 0.514로 성적은 나아졌으나 5위 두산에 1.0경기 차 밀린 6위로 시즌을 마치며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다.

올해는 김종국 전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기도 했다. 개막 전부터 직무정지 징계에 계약 해지라는 악재를 맞으면서 커리어에 스스로 먹칠을 한 꼴이 됐다. KIA는 조속히 새 감독을 선임해 구단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선수들도 같은 마음으로 구단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벌써부터 차기 감독에 대한 하마평이 오가고 있는 분위기 또한 선수단에 좋은 영향을 끼칠리 없다.

▲ 장정석 전 단장 ⓒ곽혜미 기자


▶ 전 단장·감독이 법원 포토라인에…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은 30일 '포토라인'에 섰다. 이들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받았고 이날 오전 10시경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섰다.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은 취재진으로부터 "혐의를 인정하느냐", "뒷돈을 받은 것이 사실이냐" 등 금품수수 혐의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29일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에 대해 "KBO의 수사의뢰 사건 및 해당 사건 수사 중 추가로 확인된 배임수재 등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뒷돈 파문'을 일으켰던 장정석 전 단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KIA 구단을 후원하는 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에도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단장은 입을 열지 않았다. 끝까지 침묵을 유지했다. 취재진은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 "뒷돈을 받은 혐의 인정하느냐", "팬들에게 하실 말씀은 없냐" 등 질문을 던졌지만 이들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차량에 몸을 실은 이들은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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