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는 떠나되, '뉴진스'라는 상표는 쓰고 싶다고?
작성자 정보
- 망꽁이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79 조회
- 목록
본문
뉴진스, 사진=어도어
가요계에 상표권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소속사 어도어를 향해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도 '뉴진스'라는 그룹명에 대해서는 욕심을 드러낸 걸그룹 뉴진스를 비롯해 최근 멤버 전원이 다른 소속사로 이적한 보이그룹 더보이즈도 그룹명 사용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름은 곧 그 사람의 얼굴이다. '나이키'나 '코카콜라', '삼성'이라는 이름 만으로도 대중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고, 그로 인해 대중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는 만큼 상표에 대한 권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점차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정작 그 '권리'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낄 수밖에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뉴진스는 지난 4월 어도어 전 대표 민희진과 모기업 하이브의 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어도어와도 불편한 동거를 이어왔다. 급기야 지난 11월28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29일 0시부터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계약은 해지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런 그들의 입장이 법적으로 보장될 수 있을 지 여부조차 결국은 향후 법적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 결국 법적으로 다툴 필요가 없다는 그들의 주장은 공허한 외침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뉴진스는 '뉴진스'라는 상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멤버 혜인은 "오늘 자정이 넘어가면 저희 다섯 명은 의지와 상관없이 당분간은 뉴진스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도 "어떤 분들께는 뉴진스라는 이름이 상표권 문제로밖에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저희에게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저희 다섯 명이 맨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이뤄온 모든 일들에 대한 모든 의미가 담겨 있는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뉴진스'라는 이름을 계속 쓰고 싶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다.
뉴진스는 이보다 앞서 상표권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최근 열린 한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며 "저희가 언제까지 뉴진스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뉴진스가 아니더라도 뉴진스는 '네버 다이'(Never Die)"라고 외쳤다. 이 때 이미 어도어와 '헤어질 결심'을 한 셈이고, "뉴진스가 아니더라도"라는 말을 통해 그들이 어도어와 결별하는 순간 '뉴진스'로 불릴 수도, 이를 쓸 수도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상표권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게다가 뉴진스는 그 권리가 어도어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어도어와 결별하는 순간 더 이상 그 이름의 주인이 아님을 이미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즉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계속 뉴진스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면 고의적인 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상표권 침해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고, 추가적인 민사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뉴진스'라는 상표가 갖는 가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를 통해 수익을 얻어 벌금 등을 충당할 수 있지만, 권리가 없는 상표를 지속 사용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비판이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상표권 권리 이전은 가능하다. 개정된 표준계약서 제8조(상표권 등)는 '계약 종료 시 기획사가 취득한 상표권은 가수가 그룹 일원으로 활동했을 경우 기획사와 그룹 구성원 간 합의된 내용에 따라 권리 이전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양측이 상표 사용에 대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현재 뉴진스와 어도어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뉴진스는 그들이 보낸 내용증명 속 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계약 해지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어도어는 "전속계약은 2029년 7월 31일까지 유효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 양측의 법적 다툼은 명약관화다. 이 과정 속에서 뉴진스가 상표권을 획득할 리 만무한 이유다.
과거 유명 K-팝 그룹들의 상표권 분쟁은 어떻게 정리됐을까? 상표권을 갖고 있지 않은 H.O.T. 멤버들은 지난 2018년 열린 재결합 콘서트 과정에서 약자가 아닌 풀네임 'High-five of Teenager'를 사용했지만, 상표권 소유권자라는 김경욱 전 SM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법적 분쟁을 벌였다. 이 소송은 무려 5년간 이어졌고, 김 전 대표가 패소했다. 또한 그룹 신화는 무려 17년의 긴 싸움 끝에 상표권을 양도받아 '신화'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물론 '아름다운 이별'도 있다. 갓세븐은 지난 2022년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며 그룹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표권을 양도받았다. 당시 멤버 JAY B는 "사실 상표권 문제는 어렵다. 법이 바뀌어서 자연스럽게 받게 된 건 아니고 정욱 사장님이 흔쾌히 사용하게 해주셨다. 변호사도 '이렇게 좋게 상표권을 양도해주는 경우는 없다'고 하시더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역시 인피니트와 헤어지며 상표권을 멤버들에게 돌려줬다. 또한 가수 지드래곤은 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배려 속에 활동명은 '지드래곤'을 그대로 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약속된 계약 기간을 성실하게 마치고 소속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서로에게 '윈윈'이 된 셈이다. 하지만 뉴진스의 사례는 다르다. 당초 계약서상 양측의 계약 기간은 5년 가까이 남아 있다. 약 160억 원의 자본금을 대고 어도어를 설립하고 뉴진스를 발굴한 하이브와 어도어 입장에서는 그들에게 상표권을 양도할 이유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