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13초에 끊던 스포츠우먼, ‘필드의 클레오파트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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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 빠진 트로트가수 겸 골플루언서 서인아
학창시절 연기 활동하면서 육상선수로도 활약
국가대표 안성현과는 필라테스 지도한 인연
장하나와 ‘언니, 동생’···“아버지 음반제작 꿈”
트로트 가수 겸 골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서인아. 사진 제공=유영호(나우 스튜디오)
[서울경제]
‘빙빙뱅뱅 내게 와봐♬ 오늘 밤에 날 유혹해♪ 빙빙뱅뱅 나를 안아봐♬ 클레오파트라~’
트로트 가수 서인아는 스피커에서 자신의 노래 ‘클레오파트라’가 흘러나오자 어깨를 들썩이는가 싶더니 이내 신나는 리듬에 맞춰 안무를 펼쳐보였다. 골프채를 마이크 삼기도 하고 때론 샷을 날리는 자세를 취하는 등 능수능란하게 클럽을 들고 포즈를 취해 스튜디오 사진작가의 수고를 덜어주기도 했다.
“제가 원래 아역배우 출신이거든요. 그래서 카메라 두려움이 없고 표정 연기에도 자신 있어요. 골프요? 안 그래도 운동을 너무 좋아하는데 6년 전부턴 완전히 빠졌죠.”
예쁜 어린이 선발 대회 입상을 계기로 아역 배우 활동을 시작한 서인아는 피부가 까무잡잡해 어린 시절 별명이 ‘블랙죠 공주’였다고. 블랙죠는 그 당시 판매되던 초코바 이름이다.
서인아는 외모 꾸미기에만 열중하는 ‘공주’과는 아니었다. 운동을 즐겨해 고등학교 시절까지 체대 진학을 목표로 했다. 좋아만 한 게 아니라 100m를 13초에 끊었을 만큼 소질이 있었다. 하지만 체대 입학이 좌절된 뒤 연기와 방송 활동을 이어가다 2013년 우연한 기회에 가수로 데뷔했다.
‘앞 뒤로’ ‘울려라 빵빠레’ 등에 이어 올 여름 댄스 트로트 ‘클레오파트라’를 선보인 서인아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통산 15승을 올린 장하나와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다. 장하나는 인스타그램에 “우리 언니 신곡 댄스챌린지, 많이 사랑해주세요”라며 클레오파트라의 댄스를 직접 선보이는 영상을 올려 우정을 과시했다.
골프는 언제부터 했나.
“구력은 10년 되는데, 열정을 가지고 제대로 친 지는 한 6년 됐다. 어릴 때부터 골프를 너무 배우고 싶었다. 고모와 고모부가 골프를 진짜 잘 쳤다. 어릴 때 고모 집에 놀러 가 화장실에서 골프잡지를 보곤 했는데, 푸른 잔디가 쫙 펼쳐져 있는 게 너무 좋아 보여서 배우고 싶더라. 지금은 각종 골프 행사나 골프 유튜브 등에 게스트로 자주 출연하고 있다.”
골프 실력이 상당하다고 하던데.
“2년 전 골플루언서(골프+인플루언서) 골프대회에 나간 적 있다. 그때 전반까지 2등 하니까 후반에 카메라가 막 붙는 거다. 근데 연기나 무대에 설 때와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다른 게 아닌가. 긴장해서 결국에는 70명 중 6등으로 마쳤다. 미드아마추어 대회에도 경험 삼아 도전해 본 적이 있고 연예인 골프대회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나간다.”
베스트 스코어는 어떻게 되나.
“75타를 두 번 쳐봤다. 요즘은 잘 맞으면 70대 후반, 안 맞으면 80대 중반 타수 정도를 친다. 이글은 두 번 해봤는데 홀인원은 매번 한 뼘 차이로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까지 마친 서인아는 균형 잡힌 몸매를 자랑한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고 하던데.
“고3까지 육상을 했다. 100m 선수였다. 평균 13.50, 최고 기록은 13초00이었다. 태권도도 2단까지 땄다. 대학도 당연히 체대를 목표로 했다. 실기 리허설 때는 만점이었는데 실제 시험을 치를 때는 미끄러지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체대를 포기하고 전혀 상관없는 호텔경영학과로 갔다.”
균형 잡힌 몸으로 보인다. 지금도 다른 운동을 하나.
“요가나 필라테스를 꾸준히 한다. 3년간 설 무대가 없던 코로나 시기 때는 해부학을 포함해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을 모두 수료했다. 그 후 강사로 뛰면서 잠깐 몇 명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 중 한 명이 주니어 선수인 안성현이었다.”
현재 골프 아마추어 국가대표인 그 안성현을 말하는 건가.
“지금 잘 나가는 그 선수 맞다. 원래는 내 스승님이 그 친구에게 골프 필라테스를 가르쳐주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내가 몇 개월을 맡게 됐다. 그때도 골프 잘 쳤는데 지금은 더 큰 유망주가 됐더라. 간간이 인스타그램 통해 안부 묻고 있다. 잘 하고 있다는 소식 들으면 기분이 좋더라.”
골프가 왜 좋은 것 같나.
“다른 운동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다. 물론 매너가 좋지 않은 분들을 만난 적도 있다. 그런 과정 등을 통해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나 화법에 대해서도 배운 것 같다. 내게는 좋은 기회였다. 새벽 골프 친 뒤 행사 뛴 적도 많다. 운동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웬만하면 카트는 타지 않고 걷는다.”
골프실력이 빨리 향상된 듯하다.
“원래 승부욕이 강한 편인데 초보 시절 1000원이나 2000원짜리 내기골프를 하면 매번 지는 거다. ‘아,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그때부터 연습을 아예 하나씩 했다. 하루는 4~5시간 동안 퍼팅만 하고, 어떤 날은 어프로치, 또 어떤 날은 드라이버. 이런 식으로 물집 잡혀 가며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 실력이 조금씩 늘더라. 친한 프로들한테 가끔 원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했다.”
서인아는 200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B국민은행 스타 투어 1차 대회 우승자 조아람에게 레슨을 받으면서 몇몇 여자 프로골퍼들과 친분을 쌓았다. 그 중 한 명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활약했던 박희영이다. 결혼 후 미국에 사는 박희영이 한국에 들어올 때면 한 번씩 만나곤 한다. KLPGA 투어 통산 15승의 장하나와는 독도 홍보 관련 모임에서 알게 됐다. 장하나는 8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클레오파트라 댄스 챌린지 영상을 올리면서 ‘언니’를 응원하기도 했다.
장하나와는 친한 사이인가 보다.
“하나는 뷰티나 댄스에 관심이 많고 나는 골프에 관심이 많지 않나. 활달한 하나가 ‘언니, 언니’ 하면서 다가오더라. 그러면서 금방 친해졌다. 가끔 만나서 맛있는 거 먹기도 한다. 요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다시 몸 만들면서 준비하고 있는 것 같더라.”
운동을 가르쳐본 경험이 골프를 배울 때도 도움이 되나.
“배울 땐 다 버려야 한다. 뭔가를 새롭게 습득하려고 할 때는 자기 고집이 있으면 안 된다. 노래 배우거나 피아노 배우거나 골프 배울 때 다 마찬가지다. 자신을 버려야 새로운 걸 채울 수 있다.”
어떤 걸 잘 하나.
“쇼트 게임을 잘 한다. 특히 퍼팅은 진짜 연습을 많이 했다. 집에 매트 깔아 놓고 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 퍼팅에서는 나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다. 근데 세컨드 샷 실수가 좀 있는 게 흠이다.”
베스트 스코어 75타인 서인아의 장기는 쇼트 게임이다.
가수 활동을 하다 보면 골프 연습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
“예전 비기너 때처럼 할 순 없다. 그래도 라운드 일정이 잡히면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도 하고 가려고 한다. 연습에 대한 생각도 조금 바뀌어서 예전 초보 때처럼 그렇게 무식하게 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바꿨나.
“예전처럼 ‘무조건 많이’가 아니라 ‘하나를 치더라도 제대로 치자’는 주의가 됐다. 어차피 골프도 기억 운동이다. 제대로 된 동작을 해서 근육이 올바른 움직임을 기억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스쾃 같은 경우에도 솔직히 하루에 200개씩 이렇게 못한다. 제대로 하면 10개만 해도 땀이 난다. PT(퍼스널 트레이닝) 할 때도 3세트를 시키는 이유가 있다. 첫 세트는 ‘이제 여기 운동할 거다’라면서 근육을 톡톡 두드리는 거고, 2세트는 힘이 들어가는 단계다. 그리고 마지막 3세트는 근육에 기억을 시키는 거다.”
운동에 대한 나름의 개념이 뚜렷한 것 같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지금도 집에 리포머(필라테스 운동기구)가 있어 시간 날 때마다 한다. 체구에 비해 거리가 많이 나가는 것도 코어가 단단하게 받쳐주는 덕분이다. 허리 기립근은 육상을 하던 어렸을 때부터 좋았다. 사실 나도 검사를 받아보면 척추가 조금 휜 걸로 나온다. 근데 기립근이 좋아서 받쳐주는 거다. 우리 같은 가수들은 공연할 때 12~13cm 구두 신고 무대에 오른다. 그런데도 춤추면서 한 번도 허리가 아파본 적이 없다. 의사도 기립근이 잡고 있어서 허리가 안 아픈 거라면서 계속 운동하라고 하더라.”
공연할 때 굽 높은 신발 신으면 힘들지 않나.
“보통 12cm 정도 되는 신발 신는데 왜 안 힘들겠나. 거기에 춤도 춰야 하고. 그런데도 힐을 신는 건 그게 여자에겐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다. 주변에 친한 개그맨 오빠들이 많은데 가끔 내가 힐 신고 공연하는 거 보다가 필드에서 만나면 뭐라고 하는 줄 아나? ‘너 이렇게 키가 작았어?’ 이러면서 놀린다.”
그러고 보니 개그맨들과 친한 것 같던데.
“오정태 오빠는 ‘울려라 빵빠레’ 뮤직비디오 감독을 했다. 화면에는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굳이 출연까지 했다.(웃음) 얼마 전엔 정태 오빠도 곡을 냈는데 내가 피처링을 해줬다. 홍인규 오빠 유튜브 채널에는 몇 차례 나가기도 했다.”
“아버지 음박 제작해 주는 게 꿈”
아버지도 가수가 꿈이셨다고 하던데.
“지금도 지역(부산)에서 활동하고 계신다. 양로원이나 장애인 단체 등에 가서 노래 봉사활동을 하시기도 한다. 원래 아버지 꿈이 트로트 가수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돈 70만 원이 없어서 네 아빠 가수 못 시킨 게 평생 한이 된다’고. 그래서 아빠 이름으로 앨범을 하나 제작해 드리는 게 내 꿈이기도 하다.”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나.
“학창 시절 우리 집이 부산에서 꽤 큰 서점을 했다. 아빠가 얼마나 트로트를 좋아하셨는지, 서점인데도 가게 안에 언제나 트로트 노래가 흘러 나왔다. 항상 듣던 게 트로트여서 자연스럽게 트로트 가수가 된 것 같다.”
원래는 배우 생활을 했다.
“용돈을 벌기 위해 가끔 아르바이트로 여기저기 행사장에서 축가를 부르고 그랬는데 친한 가수 오빠가 ‘넌 연기할 때보다 노래 부를 때가 더 멋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러더니 어느 날은 노래에 맞는 가수를 매칭해 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날 추천해줬다. 한 표 차이로 떨어져 노래 주인공은 되지 못했는데 심사위원 중 한 분이 노래를 제대로 배워볼 생각이 없냐고 묻더라. 그렇게 연습생 생활을 거쳐 가수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 분이 ‘카스바의 여인’(노래 윤희상) ‘꼬마 인형’(노래 최진희) 등의 가사를 썼던 작사가 장경수 선생님이었다. 연기자도 물론 좋지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가 더 행복한 걸 보면 가수하길 잘 했단 생각이다. 아버지도 응원 많이 해주시고.”
아버지와 한 무대에 서본 적은 없나.
“예전에 KBS ‘아침마당’ 프로그램에 함께 나간 적이 있다. 아빠 원하는 노래로 선곡을 하는 등 모든 걸 아빠한테 맞춰 나갔는데 우리 가족이 준우승을 했다. 평소 그런 무대에 서고 싶어 했던 아빠가 정말 행복해 하시더라.”
소셜미디어 활동도 적극적이다. 틱톡 팔로워 수가 28만 명이나 되던데.
“주로 틱톡을 통해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인스타도 자력으로 키워서 지금은 팔로워가 5만 명 된다. 쉬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다방면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기회만 되면 움직이는 편이다. 돈을 떠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마음이다. ‘울려라 빵빠레’ 때는 친한 인플루언서들 통해서 SNS 홍보도 직접 했다. 그랬더니 진짜 롯데 빵빠레 아이스크림에서 연락이 온 거다. 제품 후원을 좀 해줄 테니 자기네 이벤트에 노래를 써도 되겠냐고 묻기에 그러라고 했다. 그때 빵빠레를 정말 많이 받아서 복지관에 기부도 했다.”
신곡 제목이 클레오파트라다. 본인과 클레오파트라가 닮은 점이 있다면.
“당당하고 도도한 매력?(웃음) 주변 분들은 클레오파트라가 내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해 나가고 싶다. 골프와는 좀 더 친해지고 더 사랑했으면 한다. 물론 실력도 더 늘길 원하고.(웃음)”
PROFILE
출생지: 부산
음반: 클레오파트라(2024년), 내안의 그리움(2023), 한 잔 두 잔(2020년), 울려라 빵빠레(2019년), 앞 뒤로(2017년), 오빠(2016년), 고무줄(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