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 ‘재벌집’ 흥행→정우성 만난 신현빈, 1%대 시청률의 의미는[인터뷰]

“아쉬워할 게 있을까요?”

신현빈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새로움으로 가득했다.

지난 16일 오후, 스포츠경향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 종영을 앞둔 신현빈을 만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

이날 신현빈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소통에 대해 많이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

신현빈은 “같은 언어를 쓰는데도 이렇게 소통이 안 될 수가 있나 싶은 사람도 있고, 말하지 않아도 그 이상을 알아주는 사람도 있더라. 소통에 관련된 작품을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비슷한 정서의 작품이 들어왔다. 그런 시점에 대본을 보게 되니 더 끌렸다”고 했다.

이어 “클래식한 멜로가 많이 없는 상황에서 경험해보고 싶은 장르이기도 했다”며 “‘청각장애’라는 설정이 드라마틱할 수 있지만, 청인들끼리의 사랑이어도 똑같은 지점이 있을 거다. 현실적인 사랑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마침 원하던 작품이었지만, 선택하기까지 고민도 있었다.

“목소리를 혼자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컸어요. 1부는 진우와 모은의 이야기고, 내레이션으로 끌고 가다 보니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었죠. 상대방의 소리를 이어받지 않고 어떻게 연기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어요. 너무 좋은데 막상 하려니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죠.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제일 오래 고민했던 작품이기도 해요.”

대선배이자 상대역인 정우성은 그런 신현빈의 걱정을 꿰뚫고 있었다.

“정우성 선배는 감정이나 눈빛으로 에너지를 주셨어요. 그 에너지를 받아서 연기해나가면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선배가 ‘어떤 지점이 어려운지 알고 있다’면서 어떻게든 해줄 테니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어요. 감독님도 원하는 대로 해보라고 하셨죠. 사랑과 믿음 속에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신현빈은 정우성에 대해 “‘현장을 저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싶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귀띔했다.

“저도 현장을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선배를 보며 ‘아직도 저럴 수 있구나. 저렇게 오래 많은 작품을 했는데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너무 보이더라고요. 촬영 중반까지 본인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을 다 나오셨어요. 사실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 것들이 팀 전체 분위기에 주는 에너지가 있다 보니 더 크게 느껴졌죠.”

누구나 한 번쯤 꿈꿀 만한 ‘정우성과의 멜로’는 남다른 지점이 있었을까.

신현빈은 “정우성이라기보단 진우라고 생각하고 바라봤다”며 “연기하면서 진우와 모은 두 사람이 왜 깊게 소통해나갈 수 있고, 묘하게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지 알겠더라. 두 사람에게 다른 사람은 문제 되지 않는다. 오롯이 둘에게 집중돼 있다. 서경, 조한, 동생, 부모님은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서로가 중요하다 보니 상대방을 위해 헤어지자고 하고, 또 붙잡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극 중 진우와 수어로 교감을 나눴던 신현빈은 “대화할 때 상대방을 바라보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하다 보니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렇게까지 집중해서 사람을 쳐다보고 대화할 일은 사실 잘 없다. 별거 아닌 대화를 할 때도 끊임없이 바라봐야 했다. 거기서 오는 새로운 느낌과, 다른 느낌의 표정도 있었던 것 같다. 대화가 없다 보니 눈빛이나 감정의 전달은 더 크게 받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수어를 배우는 일은 어렵기도 재밌기도 했다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재미랄까. 현장에서도 수어를 써먹는 재미가 있었어요. 스태프분들도 조금씩 배우더라고요. 시청자분들도 수어로 ‘괜찮다’ ‘좋아한다’ 정도는 확실히 아실 것 같아요. (웃음) 배울수록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여러 번 촬영하니 능숙해졌어요. 사실 극 중 모은은 완벽한 수어를 구사하지 않아요. 청인이지만 수어를 배운 느낌으로 표현하죠. 1부 엔딩에서는 제가 수어를 너무 잘해버려서 길 건너편에 있던 정우성 선배가 ‘너 수어 너무 잘해’라고 집어내시더라고요. 수어로요. 그래서 다시 촬영하기도 했어요.”

신현빈은 종영에 앞서 작품을 톺아보며 “대사나 장면이 드라마틱하고 강렬하기보단 마음에 깊이 남는 것들이 많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1부에서 진우의 세상에 모은이 한걸음 용기 내 다가가는 장면, 2부에서 진우에게 울림으로 노래를 들려주는 장면, 3부에서 모은이가 무너지는 장면 등을 짚었다.

결말 이후의 모은과 진우를 묻자 “잘 살았을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서로를 너무 생각해서 헤어졌던 거다.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헤어질 수 있었다. 본인 생각을 했으면 진우도 헤어지자 말하지 않았을 거고 모은이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거다”고 답했다.

이어 “그래서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떨어져 있으면서 각자 그 사람이 없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서로를 더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재회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엔딩에 대해 받아들였고, 초반 두 사람의 상황과 연결되다 보니 더 좋았다”는 마음을 전했다.

특히 최종회 엔딩에서의 ‘사랑해, 모은’이라는 진우의 내레이션을 떠올리며 “말이 중요한 두 사람이 아니다. 드라마 제목부터 이중적인 부분이 있다. 말이 아닌 다른 것들로 사랑을 충분히 느끼는 두 사람이다. 그 순간 진우도 사랑을 표현했을 거고, 모은도 분명 느꼈을 거다. 더 안정되고 편안한 관계로 접어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꽉 닫힌 해피 엔딩을 얘기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섬세한 연출과 곱씹을수록 진한 정통 멜로로 호평받았다. 반면 시청률은 1~2%대에 머물러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신현빈은 이를 “새로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시청률이 다는 아니잖아요. 시청률과 관계없이 반응이나 평가를 보면 다들 좋게 봐주셔서 뿌듯함이 있어요. 여러 가지로 새롭더라고요. 드라마를 잘 봐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 연기에 대해 아쉬운 점은 항상 있지만, 그건 지나간 일이고 다들 ‘열심을 다 해’ 만든 작품이에요. 그게 전달됐다는 점이 감사하죠. 아쉬워할 게 있을까요? 제 주변에도 끝나면 정주행하려고 안 봤다거나 1, 2부 혹은 6부까지 보고 종영까지 미뤄둔 분들이 있더라고요. 좋은 건진 모르겠지만, (웃음) 어쨌든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작품에 대해 ‘별일이 있지 않은데 시간이 훅 지나갔다’고 한 반응을 봤어요. 좋더라고요. 낯선 방식의 드라마를 이해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