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설수없는 너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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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휴일이라서 조금 짬을 내어 저를 선정해주신 답례로 열심히 글을 써 봤어요.
물론, 제 글이 많이 허접하잖아요. 큰 기대는 마시고 어여쁘게 봐주시길^^*
어쩜 보름정도 글 못쓰게 될지도 몰라요. (아주 큰 행사를 준비 중이걸랑요.)
"박상병, 나 먼저 제대해서 어쩌냐?"
"김병장, 특명 나왔니?"
초등학교 친구인 김병장을 만난 것은 군생활에 활기를 불어 넣는 좋은 계기였다.
겉으로는 엄한 상급자이지만 은연중에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부반을 단속하는 바람에 쫄병 때부터 덕을 톡톡히 봤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다른 내무반 같은 경우는 쫄병들이 간간이 웃기며 지내지만 우리 내무반은 김병장이 워낙 유머감각이 뛰어 난 탓에 항상 즐거움이 가득했다.
"이제 한달 남았다."
"나가면 공부 더 할 꺼야?"
"돈이나 벌고 나서 복학하려고."
김병장은 제대를 한달 앞둔 날부터 도통 말이 없어졌다.
사회가 어수선해서 취직이 잘 될지 모른다며 매일 신문만 뒤적이다 빈 종이에다 깨알 같은 글씨만 수북히 써 놓곤 잠들어 버렸다.
"야, 박상병. 내가 쓴 글 좀 읽어볼래?"
김병장은 깨알같이 작은 글씨를 수북하게 쓴 종이를 열장 넘게 내 손에 쥐어 줬다.
"머야, 유언장이야?"
"왜, 우울해 보여?"
"그렇잖아. 세상을 너무 비관하는 글들로 가득하니 너 답지 않다."
"나 답다는게 맨날 웃는건 아니잖아. 가슴속엔 터질 것 같은 울분 뿐인걸."
"아직 살만한 구석이 많은게 세상이야, 예전처럼 밝게 살라구."
"짜슥이, 갈참 병장을 가르치려 하네..."
몇일 뒤 김병장은 취직자리를 알아보겠다며 중대장에게 졸라대서 일주일간의 특박명령을 받아왔다.
"야, 박상병, 나 특박휴가 나왔는데 집에 좀 다녀올게."
"김병장, 낼 모래 제댄데 특박은 뭐하러 받았냐?"
"능력이지 짜슥아."
"그렇긴 하다만 갈참한테 뭔 일 시킨다고 엉덩일 빼구 지랄이냐?"
"박상병, 찍 소리하지 말고 미자 연락처좀 갈켜줘."
"미자? 난 몰라."
"씨끼, 왜 있잖어. 김미자. 얼굴 곱상했던 얘 말야. 니 친구."
"아, 걘 왜?"
"내가 찜했단 말야. 제대하기 전에 군복입구 폼좀 잡구 나중에 꿰 찰라구."
"어, 이시끼 말도 안돼는 소리다. 걘 내꺼란 말야."
"야, 박상병. 내가 널 얼마나 봐줬는지 알지?
딴걸루 은혜 갚을 생각말구 미자를 나한테 넘기라구.
너 군발이 할 동안 잘 꼬셔서 내가 델구 살테니까."
"그럼 김미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알지, 잘 안다니까. 니 여자친구였던거 말이잖아."
"그게 아니구. 걔 여고때부터 따라다니던 얘 있단 말야. 걔랑 섬씽 있는 것 같던데..."
"그럼 넌 아무것도 아냐?"
"난 친구일 뿐이야."
"그 새낀 누군데?"
"잘 몰라. 미자가 피해두 졸졸 따라다닌다며 힘들어했었는데..."
김미자는 학교에서 제일 예쁜 여학생이었다.
전교생이 모두 그녀 만을 위해 목숨을 걸 정도로 미인이었지만 용기있는 남학생이 한명도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항상 외톨이로 지내고 있었다.
유일하게 같은 동네에 사는 나만 학교를 오가며 같이 걸었을 뿐이다.
여자 애들도 너무 고운티가 나는 미자와 어울려 노는 것을 꺼려했다.
여고 다닐 때는 늘씬한 키와 선명한 마스크로 한 인물 할것처럼 보였다.
가끔 도서관에서 만나면 부끄러워 미자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던 내게 다가와 음료수나 먹을 것 등을 챙겨 준 것 이외에는 내가 직접 미자에 대해 어떤 생각도 가져 본적이 없다.
매일 꿈속에 미자가 나타났다.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미자를 두 팔로 안아들면 어느새 발가벗은 몸이 되어 있었다.
서툰 몸짓으로 미자의 젖가슴을 빨고 허리를 안고 암흑같은 그 밑을 꺼덕이는 물건으로 치대다 보면 팬티가 흠뻑 젖어들곤 했다.
용기 있는 남자에가 오래 전부터 그런 미자를 흠모하며 따라 다닐 때도 나는 멀지감치 바라보기만 했다. 어차피 내 차지가 아닐 것이라 포기했으므로 그들의 행동이 어떻더라도 그것은 단지 텔레비젼의 연속극과 같아서 간섭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믿었다.
"박상병, 시간 없어. 빨리 전화번호랑 집주소 적어줘."
"싫어. 싫단말야."
"이시끼봐? 너 고참 말이 말같지 않아?"
"얌마, 그게 고참 쫄병 따질 일이냐?"
"동네만 알려 줄테니 니가 문패 보고 주소를 알아내던지..."
김병장이 마지막 특별휴가를 떠난 후 미자에 대한 그리움이 복받쳐 올랐다.
다가갈 수 없는 너무나 완벽한 사람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냥 간섭하지 않는 길 뿐이라고 생각했던 너무 많은 시간들이 산산히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적어도 김병장에게 미자를 넘겨야 한다면 남자로서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됐다.
내무반 문을 걸어 잠그고 담배 한 대를 피웠다.
니코친이 끈적하게 목을 넘어올 때 지난 시간이 문뜩 뿜어낸 담배 연기와 함께 다가왔다.
"미자야, 그 애가 싫다며 놔두는 이유가 뭐니?"
"상무야, 너도 알잖아. 난 친구라곤 너 밖에 없이 외로웠단 말야.
걘 너처럼 소극적이지도 않고 몇 년을 따라다니는데 보기 좋지 않니?"
"그럼 즐기는 거였어?"
"암튼 외로운 것 보담 낫잖아. 그래서 내버려 두는거야."
"내가 있는데도 외로웠어?"
"넌 쑥맥이잖아. 내 앞에서 니가 한 일이 뭐있었어?"
"뭘 바란 건데?"
"몰라서 물어? 넌 기껏해야 책가방 들어준 것 밖에 더 있냐고."
"우린 학생이잖아. 가방 들어주는 것 보다 더 큰일이 뭐 있어?"
"어휴, 바보..."
밤 늦게 도서실에서 집에 가려면 무서운 돌담길이 있었다.
항상 그 돌담길을 걸을 때면 미자와 함께 했다.
집에서도 그런 두 사람을 염려하거나 말리지는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함께 한 친구라는 것이 이토록 맹숭맹숭한 관계로 남아 있을 뿐이다.
"난 의사 될꺼야." 미자가 다부지게 말했다.
"난 환자 될꺼야." 웃으며 미자의 말을 받았다.
대학생이 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자연스러워 졌다.
엠티라는 명분으로 자연스럽게 외박을 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