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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팬들께 죄송하다"…1위인데 트럭시위라니, 감독 고개숙여도 뿔난 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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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팬들께 죄송하다"…1위인데 트럭시위라니, 감독 고개숙여도 뿔난 팬심



▲ 1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서 0-1로 진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KIA 타이거즈 선수들 ⓒ 연합뉴스
▲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선수들이 점수를 많이 줬고, 그런 경기를 한 것에 KIA 팬들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1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직전 경기였던 지난달 31일 광주 두산전에서 6-30으로 패한 뒤였다. 30실점은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신기록이었다. 종전 기록은 LG 트윈스가 1997년 5월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기록한 27실점이었다.

KIA 팬들은 홈팀 응원석인 1루는 물론이고 3루까지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경기 최종 관중수는 1만8693명이었다. 매진 기준인 2만500명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일 정도로 응원 열기가 뜨거웠는데, KIA는 KBO 역사에 남을 불명예 기록을 떠안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30일 두산과 시리즈 첫 경기에서 7-12로 패한 것까지 더하면 2경기 통틀어 42실점했다. 마운드에 단단히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있는 수치였다.

이 감독은 당연히 잠을 설쳤다. 그러나 이미 패한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 다른 경기보다 실점이 조금 더 많았을 뿐, 똑같은 1패라 생각하면서 덤덤하게 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대신 벤치는 왜 마운드에 대참사가 벌어졌는지 꼼꼼히 이유를 파악할 필요는 있었다.

이 감독은 "지나간 경기는 지나간 경기다. 선수들이 점수를 많이 줬고, 그런 경기를 한 것에 KIA 팬들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먼저 사과한 뒤 "선수단을 따로 수습할 생각은 없다.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고, 본인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점수를 많이 준 것은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따로 미팅을 해서 '이런 게 안 좋았으니 이런 것을 신경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지친 선수들에게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어떤 팀과 만났을 때도 방심하면 내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지난 경기에 사로잡혀 있어 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분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선발투수 김도현이 2⅓이닝 63구 8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2탈삼진 6실점에 그친 가운데 김기훈(⅔이닝 3실점)-곽도규(1이닝)-최지민(1이닝 5실점)-이준영(0이닝 4실점 3자책점)-김현수(⅔이닝 7실점)-김대유(1⅓이닝 5실점)-장현식(1이닝)까지 투수 8명에 외야수 박정우(1이닝)까지 9명이 마운드를 지킨 끝에 겨우 경기를 끝냈다. 5회 5실점, 6회 11실점, 7회 5실점하면서 와르르 무너지는 동안에는 투수 운용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 감독은 "아무래도 어려운 경기를 요즘 계속 너무 많이 하고 있었다. 조금 생각해야 할 게 많이 생기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선발투수들이 4~5월부터 계속 2, 3회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계속 우리가 가동해야 하는 투수들이 많아지고 투수들이 힘들어지는 시기가 왔다. 날씨도 더운데다가 체력적으로 경기 수가 많고 그러다 보니 준비 시간이 길어지고 타자들은 지쳐가는 것 같다. 여러 면에서 조금씩 지쳐가는 모습이 보여서 우려스럽긴 하다"고 했다.

KIA는 1일 두산전에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고,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의 몫이 중요했다. 네일은 6이닝 99구 5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1실점 비자책점 호투를 펼쳤고, 7회부터 등판한 이준영(⅓이닝)-장현식(1이닝)-임기영(⅓이닝)-곽도규(⅓이닝)-전상현(1이닝) 등 불펜 투수들도 모처럼 무실점 릴레이 호투를 펼쳤다. 투수진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문제는 투타 엇박자였다. 마운드가 무너지는 동안에도 반격할 정도로는 터졌던 타선이 이날은 완전히 침묵했다. 장단 5안타로 무득점에 그치는 바람에 이길 수 없었다. KIA는 0-1로 패하면서 3연패에 빠졌다. 전날은 너무 큰 점수차로 져서 내상이 컸다면, 이날은 단 1점으로 승패가 갈려 아쉬움이 더 컸다.

▲ 두산 베어스는 지난달 3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KBO 역대 한 경기 최다인 30득점을 기록했다. ⓒ 두산 베어스
▲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은 6이닝 1실점 비자책점 호투를 펼치고도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 연합뉴스


KIA는 최원준(우익수)-홍종표(2루수)-김도영(3루수)-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나성범(지명타자)-변우혁(1루수)-박찬호(유격수)-김태군(포수)-박정우(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최근 지친 기색을 보인 최형우와 김선빈을 일단 벤치에 두고 수비를 강화하면서 초반에 팽팽한 분위기를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감독은 "(최)형우는 컨디션 자체가 안 좋아 보이고, 지쳐 보인다. 많은 타석에 나갔고, 찬스 때 많은 해결을 해줬기에 피로도가 쌓인 것 같다. 네일이 나갔을 때 실책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서 공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뒀다. 형우와 (김)선빈이는 중요한 상황에 대타로 나설 수 있게 준비시키려 한다"고 했다.

KIA는 1점이 너무도 중요한 경기에서 실책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6회초 1사 후 김재환이 우전안타로 출루한 상황. 다음 타자 강승호가 투수 네일 앞에 평범한 땅볼을 쳤다. 네일은 침착하게 타구를 잡고 2루수 홍종표에게 송구했는데, 글러브 끝에 맞고 중견수 앞으로 빠져 나가면서 분위기가 묘해졌다. 2루수 포구 실책이 나오자 김재환이 2루를 거쳐 3루까지 전력질주해 슬라이딩했는데, 이때는 중견수 박정우의 3루 송구 실책이 나왔다. 공이 3루 더그아웃 쪽 구조물에 박히면서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각각 3루와 2루에 있던 김재환과 강승호에게 한 베이스씩 진루권이 주어졌다. 김재환의 득점으로 0-1이 됐다.

KIA는 이 한 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최고 구속 156㎞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지는 두산 선발투수 조던 발라조빅에게 완전히 당했다. 발라조빅은 포크볼 최고 구속도 148㎞까지 나오는 파워피처다. 발라조빅은 6⅔이닝 102구 4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시즌 첫 승(1패)을 신고했다.

KIA 팬들은 전날 30실점 참패에도 1일 경기에서 2만500석 매진을 기록했다. 금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순수 평일 매진으로는 2014년 개장 이후 역대 3번째였다. 역대 2번째 순수 평일 매진은 지난달 30일 경기에 기록했다. 팬들은 변함없는 응원을 보냈으나 KIA는 끝내 연패의 늪에 빠졌다.

성난 팬들은 행동에 나섰다. 경기 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정문 맞은편에는 이범호 감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트럭이 도착해 있었다. 트럭시위를 진행한 팬들은 31일 대패와 이범호 감독의 경기 운영 등을 지적했다. 흔히 하위권 팀에서 반등과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을 때 팬들은 트럭시위로 뜻을 전달하는 편인데, 1위팀 팬들이 트럭시위를 진행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그만큼 KIA의 우승을 염원하는 팬들이 많다는 뜻이나 이 감독과 선수단은 적지 않은 압박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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