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보다 KBO가 더 어렵다? 류현진 23피안타 중 장타는 단 1개…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OSEN=이상학 기자] 23피안타 중 장타는 1개밖에 없다. 프로야구 ‘괴물 투수’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믿기지 않는 부진 속에 주목해봐야 할 포인트다. 지금 류현진에겐 메이저리그보다 KBO리그가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류현진은 지난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했으나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3경기째 복귀 첫 승이 불발된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이 3.72에서 8.36으로 치솟았다.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고 해도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3점대(3.46)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류현진이라 믿기지 않는 수치다. 

무엇보다 9실점은 지난 2012년 7월 18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 8실점을 넘어 류현진의 KBO리그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으로 9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포함해도 처음이다. 한 이닝에 9점을 한꺼번에 내줬다는 점에서 더더욱 믿기지 않는다. 7연속 피안타도 커리어 최초였다. 

4회까지 안타와 볼넷을 1개씩 내줬을 뿐 실점 없이 막은 류현진이지만 5회 순식간에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선두타자 김휘집에게 4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을 맞아 좌중간 안타로 내보낸 류현진은 이형종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리시키며 주자를 쌓았다. 무사 1,2루에서 송성문이 우익수 뜬공 처리했지만 이후 7연속 안타를 얻어맞았다. 

김재현에게 5구째 가운데 몰린 커브를 공략당해 좌측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로 첫 실점한 류현진은 박수종에게 초구 좌전 안타(가운데 직구), 이주형에게 초구 중전 안타(낮은 커터), 로니 도슨에게 2구 우전 안타(가운데 커터), 김혜성에게 2구 좌전 안타(가운데 높은 체인지업), 최주환에게 2구 우전 안타(몸쪽 낮은 직구), 김휘집에게 초구 중전 안타(바깥쪽 낮은 체인지업)를 쉴 새 없이 맞았다. 

7타자 연속 안타 과정에서 초구에 3개, 2구에 3개로 키움 타자들은 빠른 카운트에 적극적으로 배트를 냈다. 6개의 1~2구 안타 중 4개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이었다. 류현진이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공을 놓치지 않고 휘둘렀다. 크게 스윙하지 않고 짧고 간결하게 컨택을 하면서 안타를 생산했다. 

이에 앞서 류현진은 지난달 23일 잠실 LG 트윈스전 6피안타, 29일 대전 KT 위즈전 8피안타 모두 단타로 장타가 하나도 없었다. 키움전 포함 올해 류현진이 맞은 23개의 안타 중 장타는 김재현의 2루타가 유일하다. 그것도 3루수 옆을 지나는 라인선상 타구로 담장을 넘기거나 좌우중간을 가르는 시원한 장타는 지금까지 전무하다. 

거포들이 많고, 풀히터들이 주를 이루는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은 장타를 맞지 않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선 포심 패스트볼 구사 비율이 31.7%에 불과했다. 커터(18.9%), 싱커(9.5%)를 포함하면 60.1%의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올해 KBO리그에선 포심(46.9%), 커터(14.8%), 투심(4.3%) 등 패스트볼 구사 비율이 66%로 늘었다. 

유인구 위주로 조심스럽게 던지던 메이저리그 때보다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는데 결과가 안 좋다. 메이저리그에 비해 장타자는 적지만 짧고 간결한 스윙으로 정확하게 맞히는 컨택형 타자가 많은 KBO리그가 지금 시점에선 류현진에게 조금 더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이가 들고, 토미 존 수술 이후 첫 풀타임 시즌이라 구위의 지속성이 예전 같진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낙차 큰 커브에도 헛스윙이 잘 안 나온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의 헛스윙 유도율은 21.1%였는데 올해 13.0%로 떨어졌다. 

KT전에서도 6회 안타 4개로 2점을 내줬고, 키움전도 5회 7연속 포함 8안타 9실점으로 무너졌다. 경기 초반에는 구위로 막을 수 있어도 60구가 넘어간 이후로는 직구, 커터가 타자들 배트에 걸려 맞아나가는 모습이다. 체인지업도 예전처럼 잘 떨어지지 않아 커브에 의존해야 하는데 장타에 대한 부담이 있는 공이라 위기 때는 쉽게 쓸 수 없다. 

결국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해 시즌 후 FA 계약이 늦어지면서 2월 중순에야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류현진은 몸을 만드는 시간이 부족했다. 겨울에 아무리 개인 훈련에 충실한다고 해도 팀 훈련을 못했고, 몸이 덜 올라왔을 가능성이 있다. 예년보다 KBO리그 시즌 개막이 일주일 빨라지면서 시간이 더욱 촉박했다. 

투구수를 늘린 뒤 빠른 카운트에서 컨택 스윙으로 공략하기. 상대팀의 류현진 공략법이 나온 만큼 류현진도 변화를 줘야 할 때가 됐다. 피칭 디자인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체인지업이 전성기만큼 잘 떨어지지 않다 보니 타이밍 빼앗기가 쉽지 않은데 이 부분에 대한 감을 잡는 것도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