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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전지희, 다음엔 만리장성 완전히 허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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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온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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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전지희, 다음엔 만리장성 완전히 허문다


한국 탁구가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무엇보다 장기간 침체를 겪었던 여자 탁구에서 신유빈(왼쪽)과 전지희가 신구 조화를 이뤄 은메달을 합작한 점이 큰 수확으로 꼽힌다. [사진 대한탁구협회]
한국 탁구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년 만에 최고 성적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탁구대표팀은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막을 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28일 여자복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2위 신유빈(18·대한항공)-전지희(30·미래에셋증권) 조가 7위 첸멍-왕이디(이상 중국) 조에 0-3(8-11, 7-11, 10-12)으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복식 결승에서는 장우진(28·미래에셋증권)-임종훈(26·한국거래소) 조가 세계 최강 판전둥-왕추친(이상 중국) 조에 0-3(11-13, 6-11, 5-11)으로 패해 마찬가지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조대성(21)-이상수(33·이상 삼성생명) 조는 동메달을 보탰다. 한국 탁구가 남녀 단식 및 복식으로 치러지는 개인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개 이상의 메달을 따낸 건 지난 2003년 파리선수권(은메달 1개, 동메달 2개) 이후 20년 만이다.

가장 큰 수확은 2000년대 이후 침체기의 늪에 빠졌던 여자 탁구의 부활이다. 띠동갑인 ‘삐약이’ 신유빈과 대표팀 맏언니 전지희는 이번 대회 내내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하며 여자복식 정상권으로 발돋움했다. 신유빈은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활약하며 한국 탁구의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지만, 부상에 발목을 잡혀 한동안 부진했다. 2021년 11월 세계선수권 도중 손목 피로골절로 기권한 이후 수술과 재활을 반복했다. 지난해 초 손목뼈에 핀을 박는 수술을 받은 뒤 복귀했지만, 통증이 재발해 지난해 9월엔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email protected]
베테랑 전지희의 활약도 눈부셨다. 이제까지 국제무대에서 정상급 기량을 선보였지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 국제 대회에선 유독 부진했다. 지난 2018년 단체전 세계선수권 동메달이 이전까지 유일한 입상 이력인데, 이번에 값진 은메달을 추가했다. 여자복식 준결승에서 세계 1위 쑨잉샤-왕만위(이상 중국) 조를 3-0으로 완파한 게 이번 대회 하이라이트였다. 1987년 인도 뉴델리 대회 금메달리스트 양영자-현정화 이후 36년 만의 결승 진출이자 2011년 김경아-박미영(동메달) 이후 12년 만의 메달권 입상이다.

시상식 직후 인터뷰에서 신유빈은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신유빈은 “(전지희) 언니가 함께 해 줘 고맙다”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행복하게 경기했다”고 말했다. 전지희는 “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꿈만 같다”면서 “유빈이는 우리 대표팀에서 이전에 볼 수 없던 ‘올라운더’다. 한국 여자탁구의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고 후배에게 공을 돌렸다.

세계선수권 2회 연속 은메달을 차지한 남자복식 장우진(왼쪽)-임종훈 조. [사진 대한탁구협회]
남자복식의 장우진-임종훈 조는 지난 2021년 미국 휴스턴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며 월드클래스 경쟁력을 입증했다. 동메달을 추가한 이상수-조대성 조도 8강에서 지난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건 크리스티안 카를손-마티아스 팔크 조(이상 스웨덴)를 3-1로 제압해 갈채를 받았다.

대한탁구협회는 양궁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대표팀 선수 일부를 협회 추천 방식으로 채우던 오랜 관행을 지난 2021년에 없애고 철저히 대회 성적과 세계랭킹만으로 대표팀을 꾸려 건전한 경쟁을 유도했다. 김택수 탁구협회 실무 부회장은 “남녀 모두 복식에서 국제 경쟁력을 확인했다. 앞으로 단식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파리올림픽까지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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