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진의 복귀, 그 이상의 위로가 될 ‘사일런트 스카이’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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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진(사진제공=국립극단)
[뉴스엔 이해정 기자] 2024년 연말 명동을 반짝반짝 채울 선물 같은 연극이 공연 중이다.
12월 9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 기자 간담회가 개최됐다. 현장에는 김민정(윤색·연출), 배우 안은진(헨리엔타 레빗役), 홍서영(마거릿 레빗役), 박지아(윌러미나 플래밍役), 조승연(애니 캐넌役), 정환(피터 쇼役)이 참석했다.
'사일런트 스카이'는 지구와 은하들 사이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찾아냈던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의 삶을 담아낸 작품으로, 한 개인의 과학적 발견을 넘어 19세기 여성들이 겪었던 불평등과 그들이 꿈을 위해 싸웠던 과정을 그린다.
왼쪽부터 박지아, 안은진, 조승연(사진제공=국립극단)
김민정 연출은 "천문학은 참 감각적인 장르다. 수학이라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아름다운 감각의 장르"라고 소개하며 "장면을 만들 때 시각뿐 아니라 청각, 촉각 등 많은 감각이 필요했다. 어떻게 우주를 펼쳐낼 것인가. 관객의 감각을 건드려서 '와' 소리가 나올 때까지 다다르는 게 목표였다. 이 지점을 달성하기 위해 전 파트가 모두 감각적 협업이라고 할 정도로 작업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또한 "누가 날 지지한다는 강한 유대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 그것만으로 전부인 것 같다. 그게 우리가 공연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작품의 본질을 강조했다.
이 작품은 2017년 '유도소년' 이후 안은진의 7년 만의 무대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다.
안은진은 "오랜만에 무대를 선다고 하니 굉장히 떨리더라. 무대에서 소리를 어떻게 냈었지, 목을 어떻게 썼지 고민하면서 첫 리딩 가기 전부터 너무 너무 떨려서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각자 하나씩 배역을 맡으라고 하고 리딩을 위한 연습부터 시작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빨리 대사를 몸에 익혀야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최대한 빨리 외우려고 했다"며 "친구들이 주변에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할 만큼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다. 그럼에도 첫 공연 가기 전에는 역시 떨리더라. 무대 올라와서는 이게 무대의 맛이었지 생각이 들면서, 특히 요즘에는 더 친하고 재밌게 노는 중이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정환(사진제공=국립극단)
특히 배우 전미도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안은진은 "미도 언니한테 전화해서 '언니 무대 연기 어떻게 하는 거였지. 몸의 표현을 확장하고 싶다'고 했는데 언니가 좋은 솔루션을 줘서 일찍 가서 연습해보니까 이렇게 하는 거였지 하면서 굉장히 도움도 받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박지아 역시 공연을 무척 기다렸다며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1900년대 초반 여자들의 천문학 이야기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분명 저와 만나는 지점이 있을 것 같아 기대가 컸다"고 설렘을 드러냈다.
특히 팀 워크를 호평하며 "배우, 연출이 다 한 마음 같다. 어떻게 이런 팀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들 모난 이야기, 흠이 될 이야기 안 하고 귀엽다 잘한다 예쁘다 이런 이야기만 한다. 서로에게 덕담을 참 많이 해준다. 처음에는 낯 간지럽고 어색했는데 갈수록 이렇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정환도 "눈에 띄는 사건보다는 흘러가는 드라마가 따뜻한 작품 내용처럼 연습실 풍경도 그랬다. 순간 순간 저희가 나눈 감성이 소중했다"고 공감했다. 조승연은 "공연을 할 때 제일 좋은 건 대사로 일상 생활이 가능해지는 거다. 대사로 인사를 나누고 대사로 맞받아치면서 푹 빠져있고 매일매일 더 사랑한다는 걸 느꼈다. 오늘이 10회차인데 26회차가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집에 가면 보고 싶다"고 각별한 사랑을 고백했다.
왼쪽부터 홍서영, 안은진(사진제공=국립극단)
홍서영은 천재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의 동생이자 작곡가의 꿈을 품고 있는 마거릿 레빗 역을 맡아 안은진과 자매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홍서영은 "제가 형제가 오빠 한 명이 있는데 정말 언니가 너무 갖고 싶었다. 너무너무 갖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언니가 생긴 거 아니냐"며 "마거릿에 대해서 공부를 하려고 할 때 오히려 은진 언니를 많이 생각했다. 정말 언니가 챙겨주는 마음이나 내가 언니를 좋아하는 마음을, 친언니라고 생각하고 임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대본 읽었을 때 편하게 느낀 건 언니랑 너무 가깝고 언니도 잘해주니까. 어떻게 하면 내 감정이 마거릿에 닿을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언니를 보면서 대사를 뱉었을 때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끈끈한 호흡을 자랑했다.
'사일런트 스카이'는 여성의 꿈, 참정권을 다룬 작품으로 공연 시기가 공교롭게도 혼란스러운 정국과 맞물리며 그 의미를 더하게 됐다. 김민정 연출은 "이 작품은 천문학 이야기이지만 역사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고 과거를 통해 배우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의 현재 또한 미래의 누군가에게 배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고 미래의 누군가에게는 저희의 현재의 선택들이 위로받고 격려받고 지지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인류가 진보해온 역사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편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는 2024년 국립극단 마지막 라인업 작품으로,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오는 28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