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이세영으로 쓴 개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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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리티]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이세영으로 쓴 개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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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관심 있는 여성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다는 그 이름 호접선생. 틀에 박힌 복식에서 벗어난 그의 옷은 여성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옷을 사기 위해 번호표를 들고 줄을 서는 기이한 풍경까지 만든다. 여기에 호접 선생이 만든 옷을 입고 '어떤 기생이 제2의 황진이가 됐다더라' '못난이 원녀(조선시대 노처녀를 이르는 말)도 시집을 갔다더라'는 소문까지 더해지며 그가 만든 옷은 더욱 불티나게 팔린다. 이처럼 저잣거리를 떠들썩하게 만든 의복과 자수의 달인이지만, 호접선생의 민낯을 아는 이는 없다. 그에게 맞춤 속곳을 의뢰했던 양반집 여인도, 호접선생이 만든 옷을 판매하고 옷을 만들 장소를 제공한 상인마저도 나비 자수가 놓인 너울 너머로 대화만 나눠봤을 뿐, 그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 호접선생의 본 모습은 이조판서 대감댁의 금쪽같은 외동딸인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극본 고남정, 연출 박상훈)의 박연우(이세영)이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죽음을 뛰어넘어 2023년 대한민국에 당도한 19세기 욕망 유교걸 박연우와 21세기 무감정 끝판왕 강태하(배인혁)의 금쪽같은 계약결혼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로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세영이 연기하는 박연우는 평범한 양반집 규수로의 삶을 거부하고 제 이름 석 자로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자유를 꿈꾼다. 조선에서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사서삼경을 통달했을 뿐 아니라 호기심이 많아 잡학에도 능한 인물이다. 피하고자 했지만 꼼짝없이 혼례를 치르게 된 날, 남편과 사별한 뒤 괴한에게 납치돼 우물에 던져져 조선에서 21세기 대한민국으로 넘어오게 되며 좌충우돌 이야기를 펼친다.
앞서 설명했듯 박연우란 인물은 여자로서 뜻을 펼치기 어려웠던 조선시대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뛰어들 만큼 당차고 주체적이다. 진기한 것들로 가득하다는 새로운 세상을 꿈꿨고, 얼굴도 모르는 자에게 떠넘기듯 치러야 하는 혼인만은 피하고자 어릴 때부터 매파들의 눈을 속였다. 그 덕에 박연우는 '한양 최고의 원녀'라는 소문의 주인공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꼼짝없이 혼례를 치르고 말았다. 다행이라면 상대가 저를 위험에서 구해준 강태하라는 것. 마음을 놓을 새도 없이 강태하는 가슴 병증을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지만, 박연우는 "부부로 맺어진 연을 쉽게 생각하지 말라" "소박 맞긴 싫다. 차라리 청상과부로 늙어 죽겠다. 그러니 초야는 꼭 치러야겠다"며 달려든다.
갑작스럽게 21세기 대한민국으로 오게 된 이후 박연우의 당차고 주체적인 성격은 더욱 도드라진다. 낯선 환경이 두려울 법도 하지만 오히려 초롱초롱한 눈으로 신기한 세상을 즐기는 모습이다. 볼이 좁은 하이힐에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웨딩드레스를 입고는 "고신을 위해 만든 것이냐"며 불만을 표출하는 건 잠시뿐, "이 옷이 더 예쁘다"며 만족감을 드러내고, 스위치 하나에 불이 켜지는 거울을 보고는 "빛이 나는 경대가 있다니"하고 감탄한다. 실수로 건드린 리모컨 탓에 TV에서 흘러나오는 사극에 깜짝 놀라기도 잠시, "어찌하면 그리로 갈 수 있습니까. 선비님 대답 좀 해 주십시오"라며 TV 화면에 매달리는 모습은 큰 웃음을 유발한다.
아역 배우로 데뷔해 27년째 연기자로 활동 중인 이세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데뷔 이후 첫 타이틀롤을 맡았다. 어린 시절 경험한 '대장금' '대왕의 꿈' 등등 비롯해 '왕이 된 남자' '옷소매 붉은 끝동'까지, 여러 사극 작품을 통해 쌓은 탄탄한 발성과 지금껏 인상적인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배우의 캐스팅 소식은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을 향한 기대를 높이기 충분했다. 다만, 박연우 캐릭터는 말괄량이 조선 유교걸부터 21세기 낯선 조선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허당스러운 모습까지,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연기를 요하기에 배우에겐 시험대가 될 수도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배우에겐 설렘보다 부담이 큰 작품이 아닐까 하는 염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영은 27년 차 배우의 내공으로 작품의 개연성을 견고히 다지며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무엇보다 조선에서 갑작스럽게 현대로 온 박연우의 사극 톤 대사가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도 이세영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천연덕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이세영 표 박연우가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으로 시청자를 이끈다.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여성이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던 19세기 조선 사회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큰 꿈을 품은 박연우가 21세기 현재에서 성장해가는 과정이 다양한 재미와 메시지를 줄 것"이라던 이세영의 자신감에 찬 목소리가 중반부를 넘어선 이 드라마를 마지막까지 집중하게 하는 이유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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