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트레이드 하길 잘 했다…78억 FA 최대어 떠나도 초상집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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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KT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집토끼'를 둘이나 놓치고 말았다. 한화의 파상 공세에 FA 유격수 심우준과 우완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을 모두 뺏기고 만 것이다.
그래도 KT는 좌절하지 않았다. 심우준이 떠나 헐거워진 내야를 메우기 위해 베테랑 내야수 허경민을 FA로 영입했다. 허경민이 3루수를 맡으면서 황재균이 1루로 이동하고 기존 2루수였던 김상수가 유격수로 복귀하는 것과 동시에 주전급 백업 내야수 오윤석이 2루수를 맡으면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이뤄진다.
그렇다면 엄상백이 떠난 자리는 어떻게 메울까. 엄상백은 올해 13승을 거두며 팀내 최다승을 기록한 선발 자원이다. KT는 심우준의 FA 보상선수로 우완투수 한승주를 지명했지만 한승주는 곧 입대가 예정돼 있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아니다. 창단 첫 토종 10승 투수로 역사에 남은 우완투수 배제성은 내년 6월 제대 예정이라 개막전부터 함께할 수는 없다.
그래서 KT의 오프시즌 1호 트레이드가 빛을 발하고 있다. KT는 FA 시장이 열리기 직전에 SSG와 거래에 나섰다. 올해 셋업맨으로 활약하며 홀드 21개를 수확한 우완투수 김민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한 KT는 SSG 좌완투수 오원석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1대1 맞트레이드였다.
오원석은 2020년 1차지명으로 SK에 입단한 선수로 프로 2년차이던 2021년 33경기에서 110이닝을 던져 7승 6패 2홀드 평균자책점 5.89를 기록하며 경험치를 쌓았고 2022년 31경기에서 144이닝을 소화, 데뷔 첫 규정이닝을 채우며 6승 8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활약했다. 지난 해에도 28경기에서 144⅔이닝을 던져 8승 10패 평균자책점 5.23을 남기며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한 오원석은 올해 29경기에서 121⅔이닝을 투구, 6승 9패 1홀드 평균자책점 5.03을 남겼다.
오원석은 '제 2의 김광현'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선수. 올해는 제구 난조를 보이며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고 어깨 통증으로 인해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하는 악재도 있었다.
하지만 23살의 나이로 벌써 통산 530이닝이라는 경험치를 축적한 것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였다. 나도현 KT 단장은 오원석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직후 "오원석은 나이에 비해 풍부한 선발과 불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좌완투수로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다. 팀에 필요한 유형의 투수로 선발진 강화를 위해 영입했다"라고 흡족함을 나타냈다.
또한 KT는 토종 좌완 선발에 대한 갈증을 오원석을 통해 풀 수 있을 전망. 현재 KT의 토종 선발투수는 고영표, 소형준 등 우완 일색이라는 점에서 오원석의 합류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이강철 감독과의 만남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증을 더한다. 오원석은 KT 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많이 환영해주셔서 감사하고 기대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올 겨울에 준비를 악착 같이 할 생각이다"라면서 나름 비장한 각오를 남겼다.
비록 FA 최대어로 불렸던 엄상백이 한화와 4년 총액 78억원에 계약하면서 '이별'을 맞았지만 KT는 결코 초상집 분위기는 아니다. 당장 외국인투수 2명과 고영표~소형준~오원석으로 이어지는 5인 선발로테이션 구상이 가능한 상태. 여기에 내년 6월에 배제성까지 가세하면 더욱 풍부한 선발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빠르게 추진한 트레이드가 벌써부터 빛을 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