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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님' 구단주 머리에 맥주 콸콸 “돈 내고, 얼굴 내밀고, 입은 절대 내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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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시리즈 우승팀 DeNA의 여성 구단주 난바 도모코 이야기  

[OSEN=백종인 객원기자] 그 일은 역사적 사건이다. 놀랍고, 기적적이다. 또 누구에게는 감동적이다. 3위가 1위를 꺾었다. 사상 최대의 하극상이다. 무려 20게임 차이를 극복했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의 일본시리즈 우승 얘기다.

충격은 대단하다. 며칠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지점이 있다. 보통의 관심은 MVP 혹은 감독에게 집중된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한 60대 여성이 클로즈업된다. 구단주 난바 도모코(62)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여성 오너(owner, 일본식 표현)다.

강렬하게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다. 우승 직후의 모습이다. 선수단이 벌인 광란의 현장이다. ‘맥주 샤워’에 직접의 참전(?)했다. 미우라 다이스케(50) 감독이 용기를 낸다. 맥주 2병을 딴다. 그리고 ‘감히’. 12살이나 많은 구단주 머리 위로 콸콸 쏟는다. 당하는 회장님도 철이 없다. 어린아이처럼 소리 지르며 좋아한다.

온라인에서 며칠째 화제다. 한 댓글러의 코멘트가 뜨거운 공감을 얻는다. ‘돈 내고, 야구장에 얼굴도 내밀고, 현장에는 입을 내지 않는다. 맥주 샤워까지 참가하시고. 난바 마마, 최고의 오너다.’

쉬운 말로 풀면 이런 얘기다. ‘구단에 돈도 많이 투자하고, 야구장에 자주 나오시고, 그런데 선수단 운영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 환영받는 구단주가 갖춰야 할 완벽한 덕목이다.

와중에 주목할 호칭이 있다. ‘난바 마마’의 ‘마마’다. 본래는 ‘엄마’라는 뜻이다. 혹은 업소의 여주인을 편하게 부를 때도 쓴다. 그러니까 ‘회장님’이 아니고 ‘이모님’쯤으로 칭한 것이다. 우리와 비슷하다. ‘형님’ 구단주들이 득세하는 현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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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이다. 그러니까 2011년 11월이다. NPB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 적자에 시달리던 요코하마 구단이 매물로 나왔다. 대주주인 방송사(TBS)가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인기가 괜찮은 센트럴리그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몇 건의 인수 의향서가 제출됐다. 그중 유력한 곳이 있었다. 게임업체 DeNA였다. 1개월 간의 실사과정을 거친다. 95억 엔(약 860억 원)에 매각이 결정됐다. 그리고 4년 뒤인 2015년이다. 난바 회장이 구단주에 취임했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여성 오너가 탄생한 것이다.

IT 기업의 경영자다. 그녀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관중석이었다. 텅 빈 곳을 채우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됐다.

‘홈구장을 볼파크로 만들자.’ 첫 번째 목표였다. 차근차근 계획을 실현해 나갔다. 우선 화장실을 뜯어고쳤다. 그리고 자체 브랜드의 맥주를 개발하고, 이닝 사이의 이벤트를 활성화시켰다. ‘야구장에 가면 즐겁다’라는 인식을 위해 올인했다.

결과가 나타났다. 매각 당시만 해도 절반을 채우기 힘들었다. 연간 관중수는 110만 명 정도였다. 가동률을 따지면 50.4%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7년 만에 두배로 늘었다. 2018년 처음으로 20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는 역대 최다인 235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변화는 수지 개선으로 나타났다. 흑자 경영으로 전환된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더 중요한 현상이 나탄난다. 선수단을 각성시킨 것이다.

간판스타 쓰쓰고 요시모토의 말이다. “그전에는 야유가 생생하게 들렸다. 그런데 관중이 많아지면서 달라졌다. 야유가 함성에 묻히더라. 그라운드에 나가면 격려의 박수와, 기대에 찬 시선만 느껴지더라.”

고백은 이어진다. “그때부터다. 선수들이 모두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는 부끄러운 플레이를 할 수 없다. 그런 자각을 하게 됐다. 구단의 높은 분들께도 그런 말씀을 드린 기억이 있다. ‘이젠 우리 선수들이 할 차례군요’라는 말이었다.”

그 변화가 결국 이번 우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1998년 이래 26년 만이다. DeNA라는 이름으로 바뀐 뒤로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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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바 도모코는 일본 재계에서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한때 보유 자산이 5억 달러(약 7000억 원)를 웃돌았다. 부자 서열 50위권이 너끈했다. 비교되는 여성 부호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다르다. 그녀는 상속이 아닌, 자신이 직접 이룬 성과였기 때문이다.

본래는 컨설팅 회사의 임원이었다. 굴지의 매킨지 앤 컴퍼니에서 파트너까지 승진했다. (하버드에서 MBA 취득)

그러던 어느 날이다. 열심히 자문하던 그녀의 말이 툭 끊긴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기업의 경영자(자문받던 의뢰인)가 비꼬듯 던진 한마디 때문이다. “그렇게 잘 알면, 직접 한번 회사를 운영해 보시든가….”

그리고 얼마 뒤다. 그녀는 진짜로 매킨지에 사표를 던졌다. 1999년, 30대 후반의 나이였다. 그렇게 창업한 회사가 DeNA다. 유전자라는 의미의 DNA에 e라는 알파벳을 더했다. 벤처 e커머스라는 정체성을 뜻한다.

처음부터 잘 됐을 리 없다. 피가 마르는 시간을 견뎌야 했다. “직접 한번 해보라”는 그 말이 너무나 절실하게 느껴진 몇 년을 보냈다.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섰다. 결국 IT라는 가상을 현실 세계에서, 그것도 가장 보수적인 야구계에서 이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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