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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클럽 월드컵으로 벌써 축제 분위기” 시애틀 출신 김기희의 아쉬움 “한국은 클럽 월드컵 홍보·인식 부족한 것 같아” [이근승의 믹스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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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희(35·울산 HD)는 ‘우승 청부사’다.

김기희는 몸담았던 팀마다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전북 현대에선 K리그1 우승컵을 두 번이나 들어 올렸다.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에선 FA컵 우승을 경험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시애틀 사운더스에서 뛸 때도 컵대회 우승을 맛봤다. 울산에선 K리그1 우승 2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무패우승을 경험했다.

올 시즌엔 K리그1, 코리아컵에서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김기희는 올 시즌 K리그1 18경기에 출전 중이다. 김기희는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며 팀의 우승 도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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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내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도 출전한다.

클럽 월드컵이 32개 팀 출전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 첫 대회다. 김기희는 클럽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전하면서 아쉬움도 드러냈다. 이유가 무엇일까. 김기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10월 A매치 휴식기 어떻게 보냈나.

이전보다 대표팀으로 향한 선수가 적었다. A매치 휴식기 동안 정상적으로 훈련한 게 오랜만이었다. 김판곤 감독께서 구현하고자 하는 주도하는 축구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힘썼다. 대다수 선수가 팀 훈련에 참여하면서 큰 도움이 됐던 10월 A매치 휴식기였다.

Q. 울산은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도 병행해야 한다. 울산은 2024-25시즌 ACLE 2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울산은 19일 김천상무 원정을 마친 뒤 23일 비셀 고베와 ACLE 3차전을 치른다.

우린 매 시즌 참가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다. 홈에서 경기를 치를 땐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린 프로다. 어떤 상황에서든 좋은 경기력을 보이기 위해 힘써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K리그1이라고 본다. 김천전에서 꼭 승리한 뒤 비셀 고베전을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겠다. ACLE가 초반이기 때문에 충분히 올라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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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울산은 K리그1 3연패에 도전하는 팀이다. 김천을 비롯해 파이널 A 모든 팀의 도전을 받는다. 부담이나 어려움은 없나.

선수 시절 내내 우승 팀에 있었다. 도전받는 데 익숙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우승 팀엔 박수를 잘 안 보내더라. 우리가 우승했을 때 박수를 보내준 이들은 가족과 우리 팀 구성원뿐이었다. 함께 땀 흘린 코칭스태프, 동료, 프런트, 팬들이다. 그 외 분들에겐 진심 어린 박수를 받아보기가 참 어려운 듯하다.

Q. 어떤 때 그런 걸 크게 느꼈나.

우리가 K리그1 3연패에 도전하는 팀 아닌가. 울산은 ‘디펜딩 챔피언’이란 자부심을 갖고 나아가는 팀이다. 매 경기 자만심이 아닌 자신감을 가지고서 임한다. 그런데 우리 팬들이 우승이란 단어를 잘 못 꺼내시더라. 우스갯소리로 우승을 ‘그거’라고 표현하신다. 우린 K리그1에서 충분히 증명한 팀이다. 팬들이 당당하게 ‘우승’이란 단어를 꺼내셨으면 좋겠다. 우린 K리그1에서 가장 강한 팀이다.

Q. 올 시즌도 K리그1 우승에 가장 가까운 팀이 울산이다. 파이널 A 첫 경기를 잡으면 K리그1 3연패에 더 가까이 다가선다.

울산에 5년째 몸담고 있다. 감독님들이 많은 걸 바꾸려고 노력하셨다. 감독님들이 ‘우린 강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셨다. 어떤 팀을 만나도 ‘우리가 이긴다’는 자신감이 있다. 선수들도 팬들의 기대에 걸맞은 경기력과 결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다.

예를 들면 나는 수비수다. 매 경기 ‘여기서 뚫리면 나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볼 터치, 패스 하나하나 신중하게 한다. 우린 우승 팀이다 보니 팬들의 관심도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책임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시간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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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울산이 좋은 성적을 내는 만큼 팬도 엄청나게 늘었다. 울산은 2시즌 연속 홈 3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 시즌 17차례 리그 홈경기에선 경기당 평균 18,593명(총 316,081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K리그1, 2 25개 구단 가운데 울산보다 홈 평균 관중 수가 많은 건 FC 서울(평균 27,152명)뿐이다. 울산에서 5년째 뛰고 있지 않나. 팬들이 늘고 있다는 걸 어느 정도 느끼고 있나.

나는 단순하게 생각한다. 관중은 우리의 경쟁력과 비례한다. 팬은 우리가 강해질수록 늘어난다. 팬은 스타 선수가 아무리 많아도 경기가 재미없으면 축구장으로 향하지 않는다. 경기력이 아무리 좋아도 매 경기 패하면 경기장을 찾지 않는다. 누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매번 패하는 경기를 보고 싶겠나.

우린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고자 한다. 지금은 이전보다 주도적이고 더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드리려고 한다. 팬들이 이러한 노력을 알고 있기에 더 응원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선수들도 팬이 늘어날수록 더 집중하고 큰 책임감을 가진다. 많은 팬 앞에서 경기하면 우리가 몰랐던 능력도 나오곤 한다. 더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더 땀 흘리겠다.

Q. 김기희는 전북, 상하이, 시애틀 등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울산에선 K리그1 2연패, ACL 무패우승을 경험했다. 올해는 K리그1과 코리아컵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최고의 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법이 있을까.

어릴 때부터 대표팀 생활을 했다. 어릴 땐 가장 큰 동기부여가 국가대표팀이었다. 세월이 꽤 흘렀다. 어느덧 베테랑이다. 가슴 속엔 여전히 국가대표를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이루기 힘들다는 걸 안다. 국가대표란 꿈은 계속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동기부여는 아니란 얘기다.

나는 여러 팀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내가 몸담았던 팀엔 항상 국가대표급 선수가 많았다. 내가 엄청난 주목을 받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리그 정상급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려면 계속해서 땀 흘려야 한다. 훈련장에서부터 모든 걸 쏟아내고자 한다. 스스로에게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계속 채찍질하면서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리고자 힘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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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도 울산엔 쟁쟁한 선수가 많다. 한 선수가 K리그1, ACLE 등 모든 경기를 소화할 수 없는 이유다. 로테이션이 필수다.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 아쉬운 마음이 들진 않나.

30살까진 그랬다. 나는 모든 경기를 뛰고 싶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너무 아쉬웠다. 속으로 ‘내가 왜 명단에서 빠진 거지’란 생각을 했다. 그런 마음이 여러 번 들면 이적을 고민하곤 했다. 울산에 와서 로테이션이란 것에 적응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조금 내려놨다고 해야 하나(웃음). 그러면서 축구와 팀을 더 이해하게 됐다.

Q. 축구와 팀이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나.

모든 감독이 ‘원 팀’을 강조한다. 어릴 땐 지금처럼 크게 와닿진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소속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 하루라도 빨리 국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내가 여러 리그를 경험하지 않았나. 우승권 팀엔 공통으로 개인이 우선인 선수가 꽤 있다. 내가 그랬으니까.

그런데 30대가 되고 경험이 더 쌓이니 감독님들이 ‘원 팀’을 강조한 이유를 알겠더라. 세계 어떤 리그에서든 우승하는 팀엔 재능이 특출 난 선수가 있다. 하지만, 그 선수의 재능만으론 우승할 수 없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재능이 특출 난 이의 장점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그러면서 서로 더 뭉치게 된다. 뭉치면 팀은 더 강해진다. 우리 울산이 그렇다.

Q. 카타르, 중국, 미국 등 여러 리그를 경험했다. 이 경험이 김기희의 축구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많은 팬이 챙겨보시는 유럽 진출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여러 리그에서 뛰며 많은 걸 배웠다. 가장 크게 느낀 건 축구는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는 거다. 약간의 문화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축구가 팀 스포츠란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하나로 더 단단하게 뭉친 팀이 이기는 게 축구더라. 개인적으론 미국에서 정말 많은 걸 느꼈다.

Q. 시애틀 시절 얘기를 조금 더 해달라.

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한 시간이었다. 미국 사람들의 생각, 의식 수준 등을 보고 배웠다. 미국의 축구 인기에 대단히 놀라기도 했다. 홈 평균 관중이 2만 명 이상이었다. 주말엔 보통 4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았다. 한국에서 알려진 것 이상으로 미국 프로축구 인기가 대단하다. 그런 무대에서 뛰었다는 거 자체가 큰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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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울산 유니폼을 입고 내년 미국으로 향한다.

이 얘길 꼭 하고 싶다. 울산이 한국을 대표해서 클럽 월드컵에 나간다. 그런데 언론이나 팬들 사이에서 언급이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싶다(웃음). 지금도 시애틀 소식을 꾸준히 챙긴다. 미국은 클럽 월드컵 홍보를 엄청나게 한다. 벌써 축제 분위기다. 얼마 전엔 FIFA 잔니 인판티노 회장이 미국을 찾아 클럽 월드컵을 홍보하고 갔더라. 한국에선 클럽 월드컵이 무엇인지 모르는 분도 많지 않을까 싶다.

Q. 선수들은 클럽 월드컵에 얼마만큼의 기대를 하고 있나.

꼭 나가고 싶은 대회다. 내년부터 클럽 월드컵이 엄청나게 큰 대회로 바뀌지 않나.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대회로도 바뀌었다. 세계 최고의 클럽, 선수들과 경쟁할 기회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모든 선수가 기대하고 있는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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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희. 사진=이근승 기자Q. 울산에서 ‘우승 청부사’로 5년째 활약 중이다. 10년쯤 지났을 때 울산에서 어떤 선수로 기억이 되고 싶나.

울산을 떠나는 날이 언제일진 모르겠다(웃음). 언젠가는 그날이 올 거다. 나이가 들면서 대표팀과 멀어진 건 꽤 됐다. 하지만, K리그1에선 여전히 가장 강한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울산에서 꾸준한 출전 기회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했던 선수’로 기억되진 않을 거다. 나도 안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단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다. 매 순간 모든 걸 쏟아냈다. 팬들은 경기력이 안 좋았던 나를 기억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도 나는 온 힘을 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10년 뒤 김기희가 어떤 선수냐고 물었을 때 ‘경기장에 들어서면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던 선수’란 답을 듣는다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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