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의 앤드원] 24-25 프리뷰(9): 브루클린, 탱킹일까 위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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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의 앤드원] 24-25 프리뷰(9): 브루클린, 탱킹일까 위닝일까
긴 여름이 끝나고 드디어 가을이 왔어. 그건 곧 NBA 개막이 다가왔다는 걸 의미하지.
10월 23일이면 2024-2025 NBA 정규시즌이 막을 열어. 보스턴과 덴버가 조금 더 빨리 트레이닝 캠프를 시작했고 10월 1일부터는 나머지 28개 팀도 훈련을 소집했어.
시즌 개막이 다가왔으니, 30개 팀을 미리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지?
9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탱킹의 길목에 선 브루클린 네츠야.
23-24 브루클린 REVIEW
정규시즌 : 32승 50패, 동부 11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공격효율지수: 112.4(23위)
수비효율지수: 115.4(20위)
공수효율마진: -2.9(22위)
2020-2021시즌, 동부 2위를 차지하고 45년 만의 우승 도전에 나섰던 후로 브루클린의 성적은 계속 추락하고 있어.
당시 빅3였던 케빈 듀란트, 제임스 하든, 카이리 어빙은 모두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지.
특히 어빙은 코로나 백신 이슈와 개인 사유로 계속 결장하면서 구단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고, 지친 하든과 듀란트도 트레이드를 요청하면서 빅3는 순식간에 와해됐어.
이 과정에서 브루클린이 일 처리를 못했던 건 아니야. 3명 모두 블록버스터 딜로 내보내면서 선수와 픽을 많이 모았어.
문제는 그 중에서 팀의 핵심이 될 만한 무언가가 등장하지 못했다는 거야.
벤 시몬스는 매년 허리가 아프다며 전력에서 이탈했고, 미칼 브릿지스는 에이스를 맡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게 드러났지. 캠 존슨이나 도리안 핀니-스미스도 리빌딩의 축이 될 수는 없는 선수들이었고.
게다가 필라델피아(제임스 하든), 댈러스(카이리 어빙), 피닉스(케빈 듀란트)에게서 받은 픽들은 아직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어.
세 팀 모두 이미 우승권에 있거나 트레이드 후 우승을 노리는 팀들이었거든. 브루클린 자체 픽은 순위가 높지 않거나 타팀에 가 있었고. 그래서 지난 3년 동안 브루클린은 대형 신인을 건질 기회를 전혀 갖지 못했어.
빅3 트레이드의 대가
- 제임스 하든(2022년 2월): 벤 시몬스, 세스 커리, 안드레 드러먼드, 1라운드 비보호 픽 1장, 1라운드 보호 픽 1장
- 카이리 어빙(2023년 2월): 스펜서 딘위디, 도리안 핀니-스미스, 1라운드 픽 1장, 2라운드 픽 2장
- 케빈 듀란트(2023년 2월): 미칼 브릿지스, 캠 존슨, 제이 크라우더, 1라운드 픽 5장, 2라운드 픽 2장
브루클린의 최근 3년 간 드래프트 지명 결과
2022년: 지명권 없음
2023년: 21순위(노아 클로니), 22순위(다릭 화이트헤드), 51순위(제일런 윌슨)
2024년: 지명권 없음
이런 애매한 개편이 이뤄젔으니 지난 시즌도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강했던 거야.
팀내 득점 1위를 차지한 가드 캠 토마스는 데뷔 3년 만에 알을 깨고 나왔어. 하지만 경주마처럼 림만 보고 득점을 폭격하는 스타일의 선수였지. 다른 팀이었다면 아마 벤치 에이스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아.
미칼 브릿지스 역시 메인 핸들러로 효율적으로 득점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니라는 게 새삼 드러났어. 피닉스 시절부터 3&D로 활약해온 선수였으니까. 저점과 고점의 차이가 매우 적은 게 장점이자 단점이지. 한 팀을 끌고 가기엔 한계가 있었던 거야.
시즌 초반 행보는 나쁘지 않았어. 크리스마스 즈음까지는 5할 승률도 기록하며 저력을 보여줬는데, 이후 10경기에서 9패를 당하면서 브루클린은 순위가 확 미끄러졌어.
엄청 긴 연패를 당한 건 아닌데, 한 번 지면 4연패, 5연패 이렇게 해버리니 승률은 계속 곤두박질쳤지. 이 과정에서 자크 본 감독은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났고, 케빈 올리 코치의 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렀지만 성적은 반등하지 못했어. 그렇게 이도저도 아니게 시즌이 끝나버린 거야.
2024 여름요약: 때론 원수가 최고의 파트너
- 조르디 페르난데스 감독 부임
- 트레이드: 보얀 보그다노비치, 셰이크 밀튼, 자이어 윌리엄스
- FA: 니콜라 클랙스턴(4년 9,700만 달러), 트랜던 왓포드(1년 273만 달러), 키온 존슨(2년 451만 달러) 재계약, 킬리안 헤이즈, 취용시 영입
- 주요 이탈: 미칼 브릿지스, 보얀 보그다노비치
브루클린의 올여름 가장 큰 변화는 미칼 브릿지스 트레이드야.
칼 앤써니 타운스 트레이드 이전까진 이번 오프시즌에 벌어진 가장 큰 딜이었다고 할 수 있지.
브릿지스와 타운스를 데려간 팀 모두 공교롭게도 모두 뉴욕이야. 뉴욕은 올여름 '윈 나우' 버튼을 제대로 누른 상황이거든. 거의 폭주하고 있다고 봐도 돼.
브릿지스 트레이드 내용만 봐도 지금 뉴욕이 얼마나 우승에 목말랐는지 알 수 있어.
내용을 한 번 볼까? 일단 브루클린은 미칼 브릿지스, 케이타-베이츠 디오프, 후안 발렛과 2026년 2라운드 픽 우선 권리를 뉴욕에 넘겼어.
그런데 뉴욕이 브루클린에 넘겨준 게 대박이야.
보얀 보그다노비치에 2025년 비보호 1라운드 픽, 2027년 비보호 1라운드 픽, 2029년 비보호 1라운드 픽, 2031년 비보호 1라운드 픽, 2025년 1라운드 보호 픽(from 밀워키), 2028년 1라운드 픽 교환 권리, 2025년 2라운드 픽을 받아왔어.
픽만 쭉 봐도 어지럽지?
정리하면 샐러리 맞추기용으로 베테랑 보얀 보그다노비치를 데려왔고, 여기에 1라운드 비보호 픽만 4장을 받아왔어. 1라운드 보호 픽 1장과 교환 권리 1장, 2라운드 픽 1장은 덤이고.
사실 미칼 브릿지스는 꾸준히 인기 매물이었던 선수야.
일단 젊고 엄청 건강하거든. 2018년에 데뷔했는데 6년 동안 결장이 단 1경기도 없어. 현대 NBA 최고의 '철강왕'이지.
여기에 수비력은 피닉스 시절부터 검증됐고 이타적인 마인드도 갖추고 있어. 간결하게 농구를 하기 때문에 공격에선 볼을 오래 소유하지 않을 때 오히려 강점이 나오는 스타일이지. 슈퍼스타들의 파트너로 뛰기에 제격인 선수야.
그래서 여름 이적시장이 열릴 때쯤 휴스턴이 브릿지스를 노린다는 소문이 무성했어. 하지만 브루클린의 입장은 완고했지. '절대 줄 수 없다'였어.
사실 당시엔 브루클린도 굳이 리빌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어. 브릿지스라는 좋은 기둥 하나가 있으니 좋은 트레이드 하나만 만들어내면 위닝 팀으로 금방 바뀔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을 거야. 하든, 어빙, 듀란트를 트레이드하면서 모아둔 1라운드 픽이 많았잔항. 그래서 이 픽을 매물로 쓰면 슈퍼스타 1명 영입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거든.
하지만 뉴욕과 합의한 저 트레이드를 봐봐. 트레이드를 안 하고 배기겠어?
아무리 브릿지스가 가치 있는 선수라고 해도 팀을 끌고 가는 슈퍼스타까지는 아니라는 게 지난 1년 반 동안 증명됐잖아.
그런데 그 브릿지스에 뉴욕은 1라운드 비보호 픽만 4장을 태우겠다면서 거기에 선수와 픽을 더 붙여서 딜을 제안한 거야. 트레이드 생각이 없어도 하고 싶게 만드는 오퍼였지.
다들 알겠지만 브루클린 네츠와 뉴욕 닉스는 연고 라이벌이잖아?
심지어 브루클린은 ABA 시절부터 '뉴욕 네츠'로만 9시즌을 보낸 팀이야. 그래서 1976-1977시즌에는 뉴욕 닉스와 뉴욕 네츠가 같은 애틀랜틱 디비전에 소속돼 있기도 했어지.
네츠와 닉스 사이의 라이벌 의식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됐어. 그러다보니 당연히 서로 트레이드를 하는 일도 거의 없었고.
1983년 6월에 이뤄진 렌 엘모어라는 선수를 브루클린이 뉴욕으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했었는데, 곧 만 40세가 되는 르브론 제임스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었어.(TMI로 렌 엘모어는 뉴욕으로 트레이드된 후 1년 만에 은퇴했고 해설가로 활동하다가 하버트 로스쿨에 들어갔어. 검사를 거쳐서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어.)
그리고 이번에 미칼 브릿지스 트레이드에 합의하면서 네츠-닉스 간의 트레이드가 무려 41년 만에 단행된 거지. 대단하지?
뉴욕이 얼마나 '윈 나우'에 간절했는지, 브루클린이 뉴욕의 오퍼에 얼마나 끌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야.
브루클린엔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있었어. 바로 조르디 페르난데스 감독의 부임이야.
페르난데스는 훌륭한 커리어를 가진 지도자야. 1982년생으로 아직 41살에 불과한데 2016년부터 덴버에서 코치 생활을 해오다가 2022년부터는 새크라멘토에서 수석 코치를 맡으면서 마이크 브라운과 함께 팀을 이끌어왔어.
국제 무대 경력도 화려해. 고국 스페인의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을 4년 동안 이끌었고, 2017년부터는 스페인 성인 대표팀 코치도 맡았지.
2020년 도쿄 올림픽 본선에는 마이크 브라운 감독과 함께 나이지리아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어.
그리고 2023년 6월부터는 닉 널스 감독의 뒤를 이어서 캐나다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어. 2023년 농구월드컵,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가장 큰 규모의 국제 무대를 모두 감독으로서 경험했지.
NBA 감독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미 감독으로서는 준비될 만큼 준비된 인물이라는 평가야.
수석 코치를 맡은 새크라멘토에서는 사실상 마이크 브라운 못지 않게 큰 영향력을 발휘했었다고 해.
마이크 브라운 감독은 "17년 동안 조르디를 알고 지냈고 지도자로서 성장 과정을 다 지켜봐왔다. 정말 대단한 친구다. NBA의 어떤 팀에서 감독을 맡게 되더라도 충분히 준비돼 있는 사람"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어.
선수로서 함께 시간을 보낸 도만타스 사보니스의 시각도 다르지 않아. 사보니스는 "사이드라인에서 마이크 브라운 감독과 함께 선수들에게 수비에서 어떤 걸 해야 할지 이야기해주고 코치해주셨고 공격에서도 힘을 발휘해주셨던 분이다. 우리 팀의 모든 부분에서 정말 큰 존재감이 있었다.특히 수비적으로 정말 뛰어난 설계자이자 지도자다. 우리 팀의 모든 수비 전술을 선수들에게 가르쳐줬다"라며 특히 페르난데스의 수비 전술 역량을 높게 평가했지.
감독 데뷔 시즌부터 리빌딩 팀을 맡는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긴 할 거야.
하지만 업계에서 엄청난 인정을 받아온 인물인 만큼 그런 난관 속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도 궁금해.
최근 NBA에서 젊은 감독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실패 사례도 적지 않지만 반대로 성공하는 케이스도 많거든.
조 마줄라(보스턴), 윌 하디(유타), 마크 데이그널트(오클라호마시티) 같은 케이스가 대표적이지.
특히 하디와 데이그널트는 리빌딩 팀을 잘 이끌어오고 있고.
소포모어 시즌을 앞두고 있는 다릭 화이트헤드, 제일런 윌슨은 "체육관 분위기가 달라졌다", "성장시킬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코칭이 이뤄지고 있는 게 가장 크다"면서 페르난데스와 트레이닝 캠프를 함께하고 있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어.
일단 당장 이번 시즌 브루클린의 큰 기조는 리빌딩이겠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무한 경쟁이 벌어질 것 같아. 페르난데스가 "건강한 경쟁"을 직접 언급했거든.
예를 들어 주전 포인트가드 자리조차도 부상에서 돌아온 벤 시몬스와 데니스 슈로더, 캠 토마스 중 누구든 차지할 수 있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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