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안 던져서 좋다, 야구 안 한다니까" 초유의 파격, 은퇴한 투수가 국대라니…커쇼는 왜 WBC 합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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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안 던져서 좋다, 야구 안 한다니까" 초유의 파격, 은퇴한 투수가 국대라니…커쇼는 왜 WBC 합류했나

[OSEN=이상학 객원기자] 낭만 그 자체다. 지난해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를 끝으로 은퇴한 클레이튼 커쇼(37)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야구대표팀에 깜짝 발탁됐다. WBC가 진짜 마지막 무대다.
미국대표팀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커쇼를 WBC 대표팀 멤버로 발표했다. 사이영상 3회, 평균자책점 1위 5회, 올스타 11회, MVP, 월드시리즈 우승 2회 등 화려한 커리어로 마무리한 커쇼에게 유일하게 없는 게 성인 국가대표 경력이었다. 18세 시절 청소년대표를 지냈지만 다저스에 입단한 뒤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은퇴 생활을 즐기던 커쇼에게 몇 주 전 마크 데로사 미국대표팀 감독이 “WBC 때문에 전화했다”며 직접 연락을 걸었다. 처음에 커쇼는 코치로 부르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선수로 공을 던져달라는 부탁이었다. 뜻밖의 제안에 다시 공을 잡은 커쇼는 며칠 동안 던지며 상태가 괜찮은 것을 확인한 뒤 합류를 결정했다. 은퇴를 예고한 것도 아니고, 아예 은퇴한 선수가 이렇게 대표팀에 들어온 건 WBC 초유의 일이다.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커쇼는 “왜 안 되겠어?”라며 3월초 휴스턴에서 시작되는 미국의 B조 조별리그를 대비해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10일 동안 버틸 수 있을 정도만 던지고 있다. 시즌 때 던지지 않기 때문에 WBC에 도전하기에 완벽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정말 이 대회에 출전하고 싶었다”는 것이 커쇼의 말.
커쇼는 2023년 WBC 미국대표팀에 포함됐지만 보험금 문제로 인해 낙마했다. 다저스 구단이 출전에 동의했고, 그 당시 몸도 괜찮았지만 보험사의 반대에 부딪쳤다. WBC 조직위원회는 대회 기간 중 부상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게끔 하는데 커쇼는 앞서 3년간 허리, 어깨, 팔뚝 부상으로 규정이닝을 넘기지 못한 게 문제였다. 당시 커쇼는 “WBC를 기대했는데 너무 실망스럽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할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로부터 3년이 흘러 WBC의 한을 풀 수 있게 됐다. 은퇴한 뒤 찾아온 기회이고, 이만한 낭만이 또 없다. 나아가 현역으로 다시 복귀하는 건 아닐지 기대감도 불러일으킨다. 만약 WBC에서 잘 던지면, 몸 상태도 좋으면 현역으로 은퇴를 번복할 수 있을까?

커쇼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안 한다. 100%다. 1년을 버틸 수 없다. 너무 완벽하게 끝냈기 때문에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복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몸도 안 되지만 지난해 우승으로 완벽하게 마무리했으니 더 좋은 그림이 없다. 커쇼는 “플레이오프 하이라이트를 다시 보니 이렇게 끝낼 수 있었다는 게 동화 같더라. 더 바랄 게 없었다. 모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정말 대단한 여정이었다. 너무 좋았다”며 “다시 공을 던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큰 평온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18년 커리어 동안 모든 것을 다 이루고,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으니 미련이 없다.
은퇴 후 커쇼는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운영사장이 자문 역할에 구단에 남아줄 것을 제안했지만 커쇼는 가족들과 은퇴 생활을 즐기겠다며 사양했다. 아내 엘렌이 지난달 다섯째 아이로 딸을 출산하면서 5남매 아빠로 육아에 한창이다. NBC 방송에서 커쇼를 해설자로 기용하고 싶어 한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WBC 대표팀에 깜짝 합류하면서 최후의 라스트 댄스를 다시 준비한다. 물론 전성기가 지났고,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곤 커쇼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는다. 2023년 WBC에서 일본의 우승을 이끈 오타니 쇼헤이(다저스)를 상대로 통산 11타수 무안타로 절대 강세였지만 커쇼는 그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오타니한테 던질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 단언할 수 있다. 그가 지금 내 공을 치면 엄청나게 멀리 날아갈 것이다.”
미국대표팀에는 지난해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폴 스킨스(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중심으로 로건 웹(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조 라이언(미네소타 트윈스), 클레이 홈스(뉴욕 메츠) 등 정상급 선발투수들이 넘친다.
‘MLB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도 커쇼는 “내가 일본을 상대로 결승전에서 던지면 그건 엄청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오타니를 잡을 투수는 우리 팀에 충분하다. 내가 아니다”며 “데로사 감독에게 보험용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 휴식이 필요하거나 연투를 해야 할 때, 아니면 아예 내가 투구할 필요가 없더라도 거기서 함께 있고 싶다. 그저 이 팀의 일원이 되고 싶을 뿐이다. 오래 전에 깨달은 게 있는데 위대한 일의 일부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팀은 정말 재미있고, 멋진 그룹 같다”고 WBC 출전을 기대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