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가 된 람보, 존 람 마스터스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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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가 된 람보, 존 람 마스터스 우승
존 람. AFP=연합뉴스
존 람이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벌어진 제 87회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3언더파 69타 합계 12언더파다.
람은 최종라운드 브룩스 켑카에 2타 뒤진 9언더파에서 출발해 4타 차의 압승을 거뒀다. 람은 4번 홀에서 켑카를 따라잡았으며 6번 홀에서 뒤집었고 14번 홀에서 5타 차로 벌려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2년 전 무릎 수술을 한 켑카는 약간 다리를 절면서 14번 홀까지 4타를 잃었다. 15번 홀과 16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너무 늦었다.
람은 1라운드 첫 홀에서 4퍼트로 더블보기를 했다. 충격이 컸을 것이다.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한 람이니 더욱 그렇다. 그러나 존 람은 평상심을 유지했다. 2, 3번 홀 버디로 잃어버린 2타를 만회했고 1라운드를 7언더파 65타로 마무리했다.
람은 경기 후 “만약 4퍼트 더블보기 같은 게 나온다면 1라운드 첫 번째 홀이 가장 낫다. 이를 만회할 71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람은 또 “이후 샷은 좋았다는 걸 되새기면서 경기했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2번 홀 티샷에 담아 날려버렸다. 평소보다 10야드가 너 나갔다. 그리고 새롭게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스페인 출신으로 자신의 영웅이라는 세베 바예스트로스(작고)의 기억을 불러낸 게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린 재킷을 2번 입은 세베는 마스터스에서 4퍼트를 한 일이 있다. 기자들로부터 어떻게 된 거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넣지 못했고, 넣지 못했고, 넣지 못했고, 넣었다”고 답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4퍼트는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브룩스 켑카가 8번 홀 소나무 숲에서 나갈 길을 찾고 있다. AFP=연합뉴스
존 람은 1라운드에서 롱게임이 좋았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100%였고 그린을 놓친 건 한 번뿐이었다. 2라운드에서는 티샷이 말썽이었다. 그는 머릿속에서 또 다시 세베를 불러냈다. 세베는 쇼트게임 천재로 불렸지만 롱게임이 좋지 않았다.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세베는 “내가 벙커에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나는 최고의 벙커플레이어기 때문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했다.
세베가 그런 것처럼 람도 숲속에서, 벙커에서 날카로운 쇼트게임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람은 다혈질로 유명했다. 클럽을 부러뜨리거나 주먹으로 나무를 치는 등 사건·사고도 자주 있었다. 그의 별명이 람보인 것은 이름 때문이기도 하고,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마스터스 첫 홀 4퍼트를 했을 때 폭발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멘탈이 강한 메이저 사냥꾼 켑카와 벌인 최종라운드에서도 마치 돌부처처럼 단단했다. 바로 옆에서 핵폭탄이 터져도 꿈쩍하지 않을 것 같았다.
람은 “내 생각이나 감정을 정리하고, 일기를 쓰면서 마음의 균형을 잡기 시작했다”면서 “내가 좀 더 성숙해졌다면 글쓰기 덕”이라고 했다. 결혼 후 가족을 가진 것도 도움이 됐다.
2021년 스페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US오픈에서 우승한 람은 메이저 2승째를 거두게 됐다. 람은 이전까지 마스터스에 6번 참가해 컷탈락 없이 4번 톱 10에 들었다.
람은 세베,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 세르히오 가르시아에 이어 네번째 그린 재킷을 입은 스페인 선수가 됐다. 두 가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스페인 선수는 세베와 람 뿐이다. 람은 올해 PGA 투어 4승, 통산 11승째를 기록했다.
켑카는 54홀 경기를 하는 LIV 선수여서 역전패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필 미켈슨과 브룩스 켑카가 공동 2위를 하고 패트릭 리드가 7언더파 공동 4위를 하는 등 LIV 선수들은 4라운드 경기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냈다. 만 52세의 필 미켈슨은 이날 데일리베스트인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라운드 한 조로 경기한 임성재(왼쪽)와 이경훈. AFP=연합뉴스
한국의 임성재와 김주형은 2언더파 공동 16위, 이경훈은 1언더파 공동 23위, 김시우는 1오버파 공동 29위로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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