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 '강남'의 추악한 이면... 어쩌다 이 지경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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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오리지널 리뷰] <강남 비-사이드>
▲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강남 비-사이드> 포스터. |
ⓒ 디즈니플러스 |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지만 앞뒤 없이 막무가내인 강동우 형사는 경찰이 깊숙이 연관돼 있는 걸로 보이는 마약 사건을 파헤치다가 시골로 좌천당한다. 그는 이혼 후 딸 예서를 양육하고 있는데 학교폭력을 당한 후 힘들어하고 있다. 그녀가 부탁하길 재희라는 친구를 찾아달라고 한다. 그래야 자신이 살 수 있다고.
김재희는 클럽 하이에나의 에이스 콜걸인데 갑자기 실종됐다. 그녀가 중요한 동영상을 갖고 있어 클럽 관계자들이 쫓고 있다. 한편 김재희를 비롯해 콜걸들을 관리하고 있는 포주 윤길호는 길길이 날뛰기 시작한다. 또 다른 콜걸 이정화가 VIP들의 살인 이벤트에서 희생당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그가 자신이 관리하는 이들을 끔찍하게 생각해서다.
한편 클럽 하이에나를 관리하는 노준서는 유명 연예인이지 마약중독자다. 그는 경찰은 물론 검찰 쪽에도 연줄이 닿아 있는 듯한데, 그들에게 큰돈을 안기고 그들은 그의 뒤를 봐주는 형식이다. 그리고 노준서의 뒤에는 세상을 주름잡을 만한 거대한 세력이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 강남 바닥을 배경으로 거세게 휘몰아치는 이 이야기는 어디로 어떻게 향할 것인가.
뿌리 뽑기 힘든 문제들
지난 2019년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 이후 클럽과 경찰의 유착, 마약 투약, 탈세, 성매매, 성접대, 성폭행까지 이어진 버닝썬 게이트는 대한민국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나오는 온갖 사악한 이야기들은 엔터계에 축소시키기에 충분했고 일명 '강남 바닥'을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는 버닝썬 게이트가 모티브인 작품으로, 강남의 다른 면을 들여다본다. 여러 면에서 치열한 한편 추악하기 이를 데 없다. 사람을 장난감 취급하고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인정따윈 찾아볼 수 없다. 돈, 폭력, 마약이 있을 뿐이다.
디즈니플러스 TV쇼 부문 월드와이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이 작품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최대·최악의 이슈로 부상한 마약 문제를 대한민국의 '중심'이라 할 만한 강남을 배경으로 이보다 더 추악하기 힘들게 그리는 데 성공했다. 추악한 것뿐만 아니라 실화에서 가져왔다고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하다.
특히 마약 문제, 성 문제, 돈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경·검이 누구보다 긴밀하게 유착하고 있다는 데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뿌리를 뽑기 힘들다는 점이다. 특정인만 솎아내면 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체해 유착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게 소름 끼친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한국에서 '강남'이 갖는 의미
한국에서 '강남'이 갖는 의미는 특별함 이상이다. 서울에서 한강 이남을 아우르는 말인데, 한국 역사상 최초이자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신도시 개발 이후로 위상이 달라졌다. 한국의 중심이자 모든 게 모이는 곳이 서울이라면 서울의 중심이자 모든 게 모이는 곳이 강남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바로 그 강남의 추악한 이면을 들춘다. 경제적 성공은 거뒀지만 인간적·문화적으로는 퇴행을 거듭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
그동안 성장 일로에서 긍정적인 것들이 한데 모여 부각돼 왔다면 제로 성장 시대에 들어서니 부정적인 것들이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온갖 추잡한 의혹들의 진앙지, 온갖 종류의 폭력이 난무하는 중심지, 힘든 또는 무료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찾는 온갖 마약의 출현지가 바로 강남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강남의 에이-사이드와 비-사이드가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는 게 아니라, 에이-사이드가 현실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게 아니라, 에이-사이드의 긍정적인 면이 비-사이드의 부정적인 면을 억누르고 있는 게 아니라, 비-사이드가 에이-사이드를 집어삼키고 있는 모양새다. 강남을 재정의해야 할 때다.
경찰, 검찰, 연예인, 포주, 콜걸 등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쫓고 쫓기고 죽고 죽이는 이야기는 참으로 많다. 이 작품보다 더 자극적이고 흥미롭게 잘 만든 작품도 많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왜 이 작품 <강남 비-사이드>여야 하냐면 제목이 건네는 함의 때문이다.
더 이상 '강남 불패'는 없다. 강남의 최전성기였을 2012년,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 불과 10여 년이 흘렀다. 강남스타일을 어떻게 따라 해야 할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이젠 강남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