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의 씁쓸한 귀환…박민의 KBS는 예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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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의 씁쓸한 귀환…박민의 KBS는 예의가 없다
[이주의 방송 이슈]이미지 원본보기‘개그콘서트’는 3년4개월 만에 돌아왔지만 ‘고려거란전쟁’에 밀려 1~2회가 본방송보다 늦게 시작했다. 한국방송 제공
3년 전 그날은 갑작스러웠다. ‘개그콘서트’(한국방송2) 출연자 대부분은 프로그램 종영 사실을 기사로 알았다. 보도 이후 제작진은 출연자들을 불러 모아 프로그램 중단 소식을 전했다. 코미디언들은 그해 있을 한국방송(KBS) 공채 선발 홍보 영상까지 촬영한 상태였다. 하루아침에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이번에도 갑작스럽다. 11월12일 3년4개월 만에 돌아온 개그콘서트는 첫 방송을 10여일 앞두고 1~2회 시작 시간이 늦춰졌다. 안 그래도 늦은 밤 10시25분이 10시40분으로 변경됐다. 한국방송이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1~4회 방송 분량을 늘린 탓이다. 새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려면 초반 회차에서 임팩트를 줘야 하지만, 개그콘서트는 제시간에 찾아올 수도 없었다. 아이들이 함께 보면 좋을 꼭지(코너)가 아이들은 잘 시간인 자정이 다 되어 공개됐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고려거란전쟁과 개그콘서트는 공영방송으로서 한국방송의 존재 의미가 담긴 프로그램으로 경중을 가리기 어렵다. 시청자 요구로 부활한 상황에서 고려거란전쟁 때문에 개그콘서트 방송 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가볍게 생각한 방증”이라고 했다.
한국방송의 예의 없음이 비단 코미디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는 11월13일 갑작스럽게 편성에서 빠졌다가 사흘 만인 16일에 ‘12월 중순 폐지’가 확정됐다. 방송사는 4주 동안 다른 프로그램을 대체 편성하면서까지 서둘러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지우고 있다. 2019년부터 시청자와 만나온 프로그램이 작별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방송사가 프리랜서를 대하는 태도는 제작진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프로그램 폐지 시 한달 전 고지’라는 계약서 조항 위반을 한달간 다른 프로그램을 대체 편성하는 꼼수로 비켜 가는 듯해서다. 더 라이브 프리랜서 제작진은 17일 입장문을 내어 “매일 자정까지 생방송에 헌신했던 프리랜서 제작진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며 “일방적인 통보에 상처받은 것은 프리랜서 제작진과 가족들”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원본보기‘더 라이브’는 갑작스럽게 폐지가 결정됐다. 이 시간에는 대체 프로그램이 나가고 있다. 누리집 갈무리
방송 프로그램은 인기에 따라 운명이 엇갈린다. 재미가 떨어지면 사라질 수 있고 경영진의 입맛에 따라 들고 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첫 만남과 이별에는 예의가 필요하다. 이는 방송사가 시청자를 대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시청률이 0%인 프로그램은 없다. 그동안 사랑해준 혹은 기다려준 단 한 명의 시청자를 위해서라도 프로그램이 제대로 시작하고 끝맺을 기회는 주어야 한다.
박민 한국방송 사장은 11월13일 취임식에서 “국내 주요 지상파들이 제작 시스템을 혁신하고 변화를 꾀했으나 케이비에스는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다”며 “자기 혁신이 선행되면 케이비에스를 향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본 국민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1999년 시작한 개그콘서트는 10여년간 한국방송에 돈을 벌어다 준 가성비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2014년 예능국 간부들은 이 프로그램이 회당 출연료 7500만원(당시 코미디언 70여명 출연료 합계)으로 약 6억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며 좋아했다. 그러나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지 않자 이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그때의 기억을 가진 코미디언들은 이젠 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라면서 밤 11시가 다 된 시간에 배치한 것, 시작부터 자신들의 시간을 내줘야 했던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방송 관계자는 “한국방송이 개그콘서트를 부활한 이유에 대해 수신료의 가치를 강조하는데, 실은 요긴해서가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나 알면서도 또 기대를 건다. 코미디를 막 시작한 후배들이 얼굴을 알리는 데 코미디 프로그램의 존재는 중요하다. 개그콘서트 존재 유무가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는 코미디언들한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신인들한테는 다르다. 유튜브 시대라고 해도 티브이의 대중성을 무시 못 한다. 코미디언들은 “개그콘서트가 예전처럼 방송사에 중요한 프로그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방송이여, 출연자들의 반만이라도 프로그램에 예의를 갖춰주면 안 될까.
3년 전 그날은 갑작스러웠다. ‘개그콘서트’(한국방송2) 출연자 대부분은 프로그램 종영 사실을 기사로 알았다. 보도 이후 제작진은 출연자들을 불러 모아 프로그램 중단 소식을 전했다. 코미디언들은 그해 있을 한국방송(KBS) 공채 선발 홍보 영상까지 촬영한 상태였다. 하루아침에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이번에도 갑작스럽다. 11월12일 3년4개월 만에 돌아온 개그콘서트는 첫 방송을 10여일 앞두고 1~2회 시작 시간이 늦춰졌다. 안 그래도 늦은 밤 10시25분이 10시40분으로 변경됐다. 한국방송이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1~4회 방송 분량을 늘린 탓이다. 새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려면 초반 회차에서 임팩트를 줘야 하지만, 개그콘서트는 제시간에 찾아올 수도 없었다. 아이들이 함께 보면 좋을 꼭지(코너)가 아이들은 잘 시간인 자정이 다 되어 공개됐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고려거란전쟁과 개그콘서트는 공영방송으로서 한국방송의 존재 의미가 담긴 프로그램으로 경중을 가리기 어렵다. 시청자 요구로 부활한 상황에서 고려거란전쟁 때문에 개그콘서트 방송 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가볍게 생각한 방증”이라고 했다.
한국방송의 예의 없음이 비단 코미디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는 11월13일 갑작스럽게 편성에서 빠졌다가 사흘 만인 16일에 ‘12월 중순 폐지’가 확정됐다. 방송사는 4주 동안 다른 프로그램을 대체 편성하면서까지 서둘러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지우고 있다. 2019년부터 시청자와 만나온 프로그램이 작별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방송사가 프리랜서를 대하는 태도는 제작진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프로그램 폐지 시 한달 전 고지’라는 계약서 조항 위반을 한달간 다른 프로그램을 대체 편성하는 꼼수로 비켜 가는 듯해서다. 더 라이브 프리랜서 제작진은 17일 입장문을 내어 “매일 자정까지 생방송에 헌신했던 프리랜서 제작진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며 “일방적인 통보에 상처받은 것은 프리랜서 제작진과 가족들”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원본보기‘더 라이브’는 갑작스럽게 폐지가 결정됐다. 이 시간에는 대체 프로그램이 나가고 있다. 누리집 갈무리
방송 프로그램은 인기에 따라 운명이 엇갈린다. 재미가 떨어지면 사라질 수 있고 경영진의 입맛에 따라 들고 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첫 만남과 이별에는 예의가 필요하다. 이는 방송사가 시청자를 대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시청률이 0%인 프로그램은 없다. 그동안 사랑해준 혹은 기다려준 단 한 명의 시청자를 위해서라도 프로그램이 제대로 시작하고 끝맺을 기회는 주어야 한다.
박민 한국방송 사장은 11월13일 취임식에서 “국내 주요 지상파들이 제작 시스템을 혁신하고 변화를 꾀했으나 케이비에스는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다”며 “자기 혁신이 선행되면 케이비에스를 향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본 국민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1999년 시작한 개그콘서트는 10여년간 한국방송에 돈을 벌어다 준 가성비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2014년 예능국 간부들은 이 프로그램이 회당 출연료 7500만원(당시 코미디언 70여명 출연료 합계)으로 약 6억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며 좋아했다. 그러나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지 않자 이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그때의 기억을 가진 코미디언들은 이젠 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라면서 밤 11시가 다 된 시간에 배치한 것, 시작부터 자신들의 시간을 내줘야 했던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방송 관계자는 “한국방송이 개그콘서트를 부활한 이유에 대해 수신료의 가치를 강조하는데, 실은 요긴해서가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나 알면서도 또 기대를 건다. 코미디를 막 시작한 후배들이 얼굴을 알리는 데 코미디 프로그램의 존재는 중요하다. 개그콘서트 존재 유무가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는 코미디언들한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신인들한테는 다르다. 유튜브 시대라고 해도 티브이의 대중성을 무시 못 한다. 코미디언들은 “개그콘서트가 예전처럼 방송사에 중요한 프로그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방송이여, 출연자들의 반만이라도 프로그램에 예의를 갖춰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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