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첫 휴가 썰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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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뭐 그렇게 있는데 70대이상 정도 되어보이는 할배 들어오더라
그나이대 목욕탕 오는 할배들은 알다시피 인생을 초월한 존재로 무릉도원에 신선 같은 느낌이지
그렇게 삭막했던 목욕탕에 할배 들어오더니 슥 둘러보고 물한번 끼얹더니 사우나 바로 직행하더라
그래서 힐끔힐끔 보고 있다가 나도 괜히 슬쩍 사우나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할배 와서 모래시계 돌려놓고 양손 허리에 올려놓고 사우나 유리로 먼산 보듯 쳐다보고 있더라
난 그냥 찬물 적신 수건 목에 휘감고 발가락이나 만지며 휴가 어케 보낼지 생각하는데
역시 예상대로 할배 나한테 말걸더라. 이걸 원하고 들어온걸 수도 있다 내가 사람이 그리워
하는 말은 뭐 일상적인 학생 혼자 온거요? 자세히 기억은 안나는데 뭐 이런식으로 묻더라
그래서 나는 대화를 하고 싶어서 '예 군대있다 첫 휴가 나왔어요'하며 머쓱한척 하니 할배가 껄껄 거리면서
어디서 근무해요? 하니 뭐 그냥 x사단 포병 있다 하니 아 그래그래 하며 슬슬 발동 걸리더라
뭐 나도 땅지기 출신인가? 뭐 이런소리하며 그땐 뭐 밥도 시원찮고 하며 뭐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집은어디고? 아 어디에요 하니 또 뭐 맞장구 치며 거 30년전만해도 논밭밖에 없었는데 하며 또 껄껄댐
그렇게 오랜만에 그런 분위기 있으니 나름 군대에 겪던 스트레스 이런것도 풀리고 해서 슬슬 어우 하며
사우나 나와서 냉탕 들갔다가 뭐 샤워하고 나왔다
그리고 사우나 하면 최고의 음료인 컨피던스 한병 사서 바둑티비 틀어놓은거 볼줄도 모르면서 모니터 향해
벌컥벌컥 마셔주니 크아 기분이 그렇게 상쾌하더라
그리고 옷챙겨 입고 목욕탕 나와서 담배 한대 피는데 캬 이등병때 눈치만 보고 피다
여유느끼며 경치즐기며 바람 벗삼아 피우니 레알 기분 좋더라 자유가 참 좋아
그리고 이제 집가자 하고 택시잡고 가는데 또 역시 심심한 택시기사 나한테 말을 안걸수 있을까
휴가나왔나바요? 하니 예에..하고 뭐 자기는 전두환사단 출신이라느니 뭐니 하며 얘기하다
왜 통신병으로 갔나? 하며 슬슬 자연스럽게 반말하더니 예 그 고등학교때 통신 그쪽 나와서 하다가
고등학교 이야기 나오고 갑자기 어우 하고 추임새 크게 내더니
자기도 거기 학교 졸업했다며 혼자 추억삼매경 빠지더라
그러다가 집 도착했는데 요금 4100원 나옴
레알 군대가기전에 평소에 다녔을땐 기본요금 거리인데 좆나 4100원 나옴
생각해보니까 내가 정신없어서 못살폈는데
이새끼 시청에서 쭉 직진하면 될거 같다가 길병원 사거리 쪽 우회해서 존나 빙빙 돌다가 도착한거임
씨발 학교 선배라는 새끼가 이게 할짓이냐 좆같은 어쩔수 없는 실업계 종자새끼
하여튼 그렇게 집 도착해서 오랜만에 보는 강아지와 놀아주고 곧 부모님도 오고
저녁에 외식해서 밥도 먹고 부랄친구도 만나고 그렇게 짧지만 행복했던 시간이 지나고
휴가 복귀 할 때 되어서 집 나서는데 괜히 뒤돌아보면 눈물 흘리거 같아서
그냥 아무일 아닌듯이 아 간다하며 문앞 나설 때까지 그냥 빨리걸음
그리고 터미널 도착해서 표끊고 대기하다 흡연실 가서 담배한대 피는데
휴가 복귀하는 남자놈들 여럿 있더라 걔네도 마음 심란한지 묘한 표정으로 담배피는데
그냥 서로 알수없는 눈빛주며 그렇게 버스타고 가는데 생각이 들더라
여자들은 이런 기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