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력세탁 사냥꾼 - 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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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력세탁 사냥꾼잠시 뜸을 들이다 박민정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헐렁하면서도 넥이 크게 파인 회색 티셔츠, 티셔츠에는 자기 얼굴보다 더 큰 빨간색 립스틱이 칠해진 입술이 프린팅 되어있었다. 그리고 집 안에서 입는 면 추리닝, 트레이닝복이 그녀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몸매가 과감하게 드러났다.
방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예닐곱 평정도 되어보이는 방 안에는 훈기가 돌고 있었다. 문 옆에는 싱크대와 찬장이 있었고 가지런히 씻어둔 그릇들, 주방용품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정리되어 있었다.
갓 제대한 군인도 아니고... 상당히 꼼꼼한 성격의 여자인 것 같다.
화장실 문 앞에는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발수건이 분홍빛으로 20대 여자의 집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발코니 쪽으로는 커튼이 쳐져 있었는데 그 뒤로 건조대와 걸린 빨래가 살짝 보였다. 컴퓨터는 입구에서 왼쪽 창문가에 있었고 듀얼모니터를 쓰고 있었다. 모니터는 꺼져있는 상태였지만 컴퓨터는 켜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앉으세요.”
“사양 않고 앉겠습니다.”
앉고 나서 박민정을 쳐다보았다. 내 눈을 피한 채 좌측 아래를 초점 잃은 눈으로 한동안 응시하더니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가던과객님. 본의 아니게 댁의 과의 명예를 더럽히게 된 점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렇게 찾아오실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사과해야 할 건 이것뿐만이 아닐 텐데요.”
“아... 정강이는 괜찮으신지...”
갑자기 나도 다리 상태가 궁금해져서 다리를 걷고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검붉은 멍과 함께 정강이가 부어올라 있었다.
“네 다행스럽게도 부러지지는 않았네요.”
“아 정말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민정은 컴퓨터 책상 아래에서 구급약 통을 꺼내더니 물파스를 꺼냈다. 그러더니 뚜껑을 돌려서 따고 우물쭈물하기 시작한다. 발라줘야 하나 직접 바르라고 줘야 하나 고민 중인 것 같다.
“이리 주세요. 제가 바를게요.”
물파스 냄새가 코를 살살 간질이는 가운데 말을 이어나갔다.
“연영과 사칭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네요. 서울대도 있고 포항공대도 있고 다른 명문대도 많을뿐더러 하필이면 또 영문학과로 사칭한 건 또 무슨 사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마음대로 지껄이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과의 명예를 더럽히게 된 점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저희과 전체에서 기아루텔님이 누구냐고, 어떤 선배인지 잡아내자고 난리도 아니에요. 학생회 회의에서도 조금 더 지켜보다가 사이버경찰청에 신고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구요."
과 안에서 기아루텔 이야기로 최근 시끄럽긴 했지만 학생회 이야기는 급조된 이야기였다. 사건을 조금 부풀리지 않으면 찾아온 이유 자체가 궁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염치없지만 이렇게 무릎 꿇고 사과드립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릎을 꿇고 허리를 천천히 숙이기 시작했다. 목 주위로 크게 파여진 라운드 티셔츠 사이로 그녀의 가슴골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아가씨가 왜소한 체격에 비해 한 손에 가득 들어올 만한 탐스러운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침 넘어가는 소리를 그녀가 들었을까? 갑자기 얼굴이 달아올랐다. 심박 속도가 미친 듯이 치솟았다. 구레나룻 옆으로 땀이 흐름과 동시에 성기에도 피가 몰려 점점 팬티 안이 터져나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용서받기 위해서... 어떻.. 어떻게 하실건데요?”
말이 제대로 안 나온다. 바보 병신 머저리 같은 놈이 왜 갑자기 말을 더듬는거야?
“원하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무엇이든... 다 해 드릴게요...”
다 해준다고? 지금 내 몸이 원하는 것이라고는 저 빛나는 육체를 가지는 것 뿐이다.
‘저 여자를 먹고 싶다’라고 온 몸을 돌고 있는 피가,
‘저 가슴을 만지고 싶다’라고 신경이 곤두선 열 손가락 끝이,
‘귀 뒤쪽의 여자 특유의 체취를 맡고 싶다’라고 코가 외치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팔에 난 솜털에 촉촉하게 침으로 적셔서 빙글빙글 돌리고 싶다’라고 굳어버린 혀가 외쳤다. 방금 말할 때 더듬거려서 내 체면을 구기게 만들었던 놈이... 염치없이 자신의 욕구도 채워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서로 자기가 먼저 나서겠다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깔고 있었다. 내 생각을 들킬 것 같아서 그녀의 눈을 쳐다볼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의 당당했던 태도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 의미 없을지도 모르는 ‘다 해 주겠다’는 말 한마디에 당황해서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의 마음을 알아챈 듯한 그녀의 왼손이 고개 숙인 나의 얼굴을 따뜻하게 감쌌다. 그리고 잠시 후 오른손이 내 허벅지를 더듬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이, 천천히... 그리고 직선으로 바로 들어오지 않고 S자를 그리며 서서히 내 중심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미칠 것만 같았다. 이성의 끈은 80살 먹은 할아버지의 아침 오줌발처럼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근근히 버텨내고 있었다.
어떻게 움직일 힘도 없었다. 나는 단지 과내에서는 인기가 많았지만 여자를 한 번도 사귀어보지 못하고 여자를 품에 안아본 적도 없었던 풋내기 08학번 1학년 학생일 뿐이었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첫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 나처럼 고릴라같이 생긴 놈이 이렇게 황송한 여자랑 한 공간에서 이런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새끼손가락으로 내 가슴 한가운데를 톡하고 밀었다. 거짓말처럼 아무 힘도 없는 손가락의 움직임은 내 큰 몸뚱이를 뒤에 있던 매트리스 위로 쓰러지게 만들었다.
아까 문을 잡고 버틸 때는 낑낑대며 어쩌지 못했던 연약했던 그녀가, 단지 새끼손가락의 가벼운, 그리고 섹시한 터치로 날 넘어뜨렸다.
몸이 넘어가는 순간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넘어가면 바지부터 벗어야하나 티셔츠부터 벗어야하나.’
‘날이 추워져서 어제부터 타이즈 입기 시작했는데 눈치 못 채게 바지랑 같이 부여잡고 한꺼번에 내려야지. 으 쪽팔려...’
‘첫 섹스와 첫 키스를 동시에 달성하게 될 것 같은데 2006년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한 류현진이 이런 기분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