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억으로 '왕조 포수' 영입, SSG는 결단 내렸다...'25억 다년계약 거절' 김민식은 갈 곳을 잃었다

[OSEN=조형래 기자] SSG 랜더스가 결국 결단을 내렸다. 기존 주전 포수이자 창단 후 첫 우승을 이끈 안방마님과의 FA 협상 타결 대신 새로운 포수를 영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지영(38)은 극적으로 둥지를 찾았고 김민식(35)은 이제 갈 곳을 잃었다.

SSG는 12일, ‘키움 히어로즈와 현금 2억5000만원과 2025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신지명권을 조건으로 포수 이지영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지영은 키움과 2년 총액 4억원(연봉 3억5000만원, 옵션 5000만원)에 계약한 뒤 SSG의 유니폼을 입었다.

SSG는 ‘포수진 보강과 투수진의 안정화를 위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이지영은 통산 1270 경기에 출장해 포수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으며, 타자로도 통산 타율 .280, 942 안타, 368 타점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2013년 이후 매년 100경기 전후 게임을 소화하는 등 내구성이 좋고 꾸준한 기량을 갖춘 선수로 알려졌다. 6년간 모범적인 선수 생활과 우수한 기량을 보유한 이지영이 구단의 투수진을 이끌어주고 젊은 포수진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이지영의 영입 배경과 기대감을 설명했다. 

이지영은 2008년 삼성 라이온즈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진갑용의 뒤를 잇는 삼성 왕조의 주전 포수로서 거듭났다. 주축 포수로서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빅게임 포수’다. 2018시즌을 앞두고는 삼성, SK(현 SSG)이 포함된 삼각 트레이드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고종욱이 키움에서 SSG로, 김동엽이 SSG에서 삼성으로, 그리고 이지영이 삼성에서 키움으로 이적했다.

2019시즌이 끝나고 이지영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고 3년 19억 원에 키움에 잔류했다. 이지영은 이후 베테랑으로서 어린 선수단을 이끌어갔고 투수진을 다독였다. 그리고 이지영은 2022년 포스트시즌에서 SSG의 통합 우승을 저지할 뻔 했다. 이지영은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전경기 출장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18타수 6안타) 2타점 5볼넷 1삼진 OPS .811의 성적으로 SSG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SSG 역시 이 대목을 이지영 영입 보도자료에 언급했다. SSG는 ‘특히 2022년에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전 경기 선발 출장하며 키움의 포스트시즌 선전에 크게 기여했다’라면서 ‘2023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자신의 기량을 인정받았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지영의 경험과 가치와는 별개로 보상 규정이 문제였다. 지난해 5억 원의 연봉을 받았고 두 번째 FA였기에 38세의 나이에도 B등급 FA로 분류됐다. B등급 FA를 영입하는 팀은 직전 시즌 연봉 100%의 보상금에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 혹은 연봉 200%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이적에 제약이 많았다. 키움과의 협상 창구가 사실상 닫힌 상황에서 이지영은 행선지를 쉽게 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인 앤 트레이드로 돌파구를 모색했고 SSG가 이지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SSG는 이지영을 FA로 영입했을 시 보상급 5억 원에 25인 외 보상선수 1명, 혹은 보상금 10억 원을 반대급부로 줘야 했지만 사인 앤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계약 총액 4억 원에 현금 트레이드 비용인 2억5000만 원, 총 6억 5000만 원의 금액에 주전 포수를 영입하게 됐다.

팀에 합류하게 된 이지영은 “먼저 나의 가치를 인정해 준 SSG에 감사드리며, 고향인 인천에서 선수 생활을 하게 돼 뜻깊다. 나를 믿고 영입해 주신 만큼 올 시즌 SSG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겠다. 올시즌 팀 승리에 많이 기여해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키움 히어로즈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SSG는 기존 포수진을 대폭 정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지영을 영입하면서 기존 포수인 FA 김민식과 협상은 사실상 정리 수순으로 돌입했다. 

프랜차이즈 선수였던 기존의 포수 이재원은 거듭된 부진으로 설 자리를 잃었고 이재원 스스로 방출을 요청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재원은 한화로 이적했다. 아울러 이흥련도 어깨 부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일단 포수진 보강이 시급했다. 당장 1군 포수진에 남은 선수가 이제 막 경험치를 쌓기 시작한 조형우 밖에 없는 상황. 결국 지난해 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박대온, 신범수를 각각 NC, KIA에서 영입했다. 

무엇보다 2022년 통합 우승의 주전 포수였던 김민식과 FA 협상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김민식은 2012년 SSG의 전신 SK에 입단한 뒤 2017년 KIA로 트레이드 됐다. KIA의 주전 포수로서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2022시즌 포수난에 허덕이던 SSG가 다시 김민식을 불러들였다. 결국 김민식은 2022년 104경기 타율 2할2푼1리 49안타 2홈런 28타점 OPS .617의 성적을 거두면서 SSG 포수진에 힘을 보탰고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다. 두 번의 트레이드로 모두 통합 우승을 차지한 복덩이였다.

올해는 122경기 타율 2할1푼8리 58안타 5홈런 34타점 OPS .618의 기록을 남겼다. 주전 포수로서 역할을 했지만 조형우의 성장세에 자리를 내주는 모양새였다. 김민식은 지난해 SSG의 총액 25억 원 수준의 비FA 다년계약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김민식은 SSG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시장에서 평가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SSG와 협상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2차 드래프트에서 프랜차이즈 스타 김강민을 내보내면서 홍역을 치르는 등 샐러리캡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최주환의 2차 드래프트 이적, 이재원의 방출, 추신수의 최저연봉 백의종군 등 샐러리캡 상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구석은 있었지만 김민식과 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결국 SSG는 김민식과 합의점을 도출하는 대신, 더 저렴한 대안에 좀 더 확실하고 검증된 베테랑 자원을 영입했다. 김민식은 졸지에 갈 곳을 잃었다. 다른 구단들이 대부분 주전 포수를 보유하고 있고 또 샐러리캡 문제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김민식의 FA 협상은 퇴로까지 막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