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주목했던 '인생 역전 드라마' 최형우…41살에 22억 다년 계약이라니, 또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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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도 주목했던 '인생 역전 드라마' 최형우…41살에 22억 다년 계약이라니, 또 역사다
▲ KIA 타이거즈 최형우 ⓒ 곽혜미 기자
▲ 최형우가 KIA 타이거즈와 1+1년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KIA 타이거즈 베테랑 최형우(41) 커리어 마지막이 다가온 순간에도 역사를 썼다. 대기만성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KIA는 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최형우와 계약기간 1+1년, 연봉 20억원, 옵션 2억원 등 총액 22억원예 비FA 다년 계약을 마쳤다. 2025년도 계약은 2024년 옵션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연장된다.
훈련법과 의료 시스템의 발전으로 선수 생명이 꽤 연장된 요즘이지만, 그래도 불혹이 넘긴 나이까지 고액 계약을 체결하기 쉽지 않다. 선수 생활을 지속하더라도 1년 1년 몸 상태와 성과에 따라 연봉 계약을 하는 게 보편적인데, KIA는 최형우를 믿고 다년 계약을 진행했다. 덕분에 최형우는 나이 41살에 역대 최고령 비FA 다년 계약자로 이름을 올렸다. 22억원이면 전성기 나이인 준척급 FA 선수들에 준하거나 조금 더 좋은 대우다.
최형우는 FA 100억원 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최형우는 2016년 시즌을 마치고 처음 FA 자격을 얻어 KIA와 4년 100억원에 계약했다. KIA는 투자한 만큼 돌려받았다. 최형우는 '100억 원의 사나이'라는 부담 속에 맞이한 2017년 시즌 142경기, 타율 0.342(514타수 176안타), 26홈런, 120타점을 기록하며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후 꾸준했다. 해마다 3할 타율을 넘겼고, 2019년을 제외한 3시즌은 25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중심타자로서 자기 몫을 충분히 했다. 2020년에는 타율 0.354로 타격왕을 차지하며 베테랑의 저력을 과시했다.
덕분에 최형우는 KIA와 2번째 FA 계약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FA 재자격을 얻어 3년 총액 37억원에 KIA에 잔류했다. 첫 계약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았지만, 당시 나이 37살이었으니 구단과 선수 모두 납득이 가능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KIA는 최형우가 그때보다 나이 4살이 더 많아진 시점에 22억원 다년 계약을 안겼다. 최형우는 KIA와 8+1년 동행을 확정하면서 해당 기간 159억원을 벌어들이게 됐다.
심재학 KIA 단장은 계약을 마친 뒤 "최형우는 뛰어난 성적은 물론이고, 클럽하우스 리더로서 동료 선수들에게 항상 모범이 되었기에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동료 선수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KBO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해 주길 기대한다"고 이야기했다.
최형우는 미국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이 주목할 정도로 특별한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쓴 선수다. 최형우는 전주고를 졸업하고 2002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삼성에 입단할 때는 포수였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 설 자리가 없었고, 1군에서 6경기 8타석 기회에 그치고 2005년 방출됐다. 최형우는 방황하지 않고 2005년 창단한 경찰야구단에 입대해 군 문제를 해결하면서 퓨처스리그에서 선수 생활까지 이어 갔다. 포지션은 외야수로 전향했다. 최형우는 2007년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타격 7관왕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전역 직후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으면서 대기만성을 꿈꾸게 됐다.
▲ 신인 시절 최형우 ⓒ 삼성 라이온즈
▲ 재기에 성공한 최형우 ⓒ 삼성 라이온즈
MLB.com은 지난해 11월 최형우와 인터뷰한 기사를 게재하면서 '21살 최형우는 삼성에서 방출됐을 때 한국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싸이월드에 '사람들은 나를 놀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를 배신한 모든 것에 복수하기 위해 돌아올 것이다. 언젠가 이곳을 파괴하기 위해 칼날을 갈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복수를 할 것'이라고 적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보통 이런 종류의 게시물은 그저 희망사항 정도로 여겨질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저 오글거리는 감정 과잉인 말 정도로 여기고 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형우의 사례는 그라운드에서 현실이 됐다. 약 20년이 흐른 올해 6월 20일 그는 투런포를 터트려 1500타점을 달성해 KBO 역대 최다 타점 기록 보유자였던 전설의 거포 이승엽을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최형우는 지난해 6월 2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0-1로 뒤진 4회 역전 투런포를 터트리면서 프로 통산 1500타점을 채웠다.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1498타점)과 타이를 이루다 단숨에 2개차로 거리를 벌린 순간이었다. 최형우는 올해 쇄골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81타점을 기록하면서 통산 1542타점까지 달성하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최형우는 MLB.com에 "사실 프로 초창기에는 이런 기록을 달성하게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모든 안타가 중요하고, 모든 타점이 정말 중요하다. 나는 그저 안타와 타점을 생산하는 데만 집중했다. 과거에는 내가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MLB.com은 '최형우의 대기록 달성은 야구 역사상 주목해야 할 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최형우가 삼성에서 방출되고 KBO의 마이너리그인 퓨처스리그에 소속된 경찰야구단에 입대 군 복무 문제를 해결했다. 최형우가 경찰야구단에서 뛸 때 삼성 전 감독이자 사장이었던 김응용은 최형우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구단 직원에게 '저 친구 아직 우리 팀에 있지?'라고 물었다고 한다. 구단 직원은 '그렇다'고 거짓말로 답했고, 최형우가 전역할 때에 맞춰서 재계약 사인을 받아냈다고 한다. 최형우는 이 이야기를 듣고는 '인터뷰 한번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도 긴 이야기'라고 말하며 웃었다'고 했다.
최형우는 2008년 신인왕을 차지했을 때도 '최고령' 타이틀을 달았다. 그해 126경기, 타율 0.276(384타수 106안타, 19홈런, 71타점을 기록했다. MLB.com은 '당시 25살이었던 최형우는 KBO 역대 최고령 신인왕이었다. 누군가는 삼성이 거포를 너무 일찍 포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최형우는 경찰야구단에서 뛰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고 이야기했다. 최형우는 스윙에 공을 들이기도 했지만, 그의 안 좋았던 습관을 고치면서 더는 타고난 기술에 의존하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형우. ⓒKIA 타이거즈
▲ 2회 추격의 솔로포를 때린 최형우 ⓒKIA타이거즈
최형우는 방출된 포수 유망주에서 리그 최정상급 외야수로 발돋움했다. 2011, 2013, 2014, 2016, 2017년까지 모두 5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2011년 삼성, 2017년 KIA 타이거즈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이제는 성공한 야구 선수의 삶을 살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커리어다.
최형우는 자신의 야구 인생을 되돌아보며 MLB.com에 "우리 팬들은 최고다.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팬들은 있지만, 우리 팬들과 같은 팬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정말 열정적이고, 항상 열정적으로 함께 응원을 보내준다. KIA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면서 응원 열기를 직접 느껴보지 않는 이상 아마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표현했다.
최형우는 또 "내가 걸어온 길과 느꼈던 감정들이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포기하지 마라.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더 밝은 날이 올 것"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다년계약을 마친 뒤에도 최형우는 팬들을 향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구단에서 다년 계약이라는 좋은 조건을 먼저 제시해 주어 감사하다"며 "가을야구의 함성을 광주에서 들을 수 있도록 팀 동료들과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선수 생활을 하는 마지막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았던 선수로 타이거즈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KIA는 올해 김종국 감독과 계약 마지막 해를 보낸다. 김 감독은 2022년부터 지휘봉을 잡았고 첫해 5위(70승73패1무), 지난해 6위(73승69패2무)로 2년 연속 중위권에 머물렀다. 올해 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하면 김 감독과 KIA의 동행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최형우를 다년계약으로 묶고, 소크라테스 브리토 총액 120만 달러에 재계약하면서 중심 타선의 화력은 그대로 유지했다. 주포 나성범 역시 건강하게 올 시즌을 맞이하면 타선의 폭발력은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불혹이 넘은 최형우에게 여전히 기대야 하는 게 KIA 타선의 현실이지만, 어쨌든 KIA는 두 자릿수 홈런에 80타점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베테랑 최형우라를 우산으로 삼고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전략을 이어 가려 한다.
▲ 계약 기간 마지막 해로 접어드는 김종국 KIA 감독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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