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단은 더 준다고 했는데" 4년 50억? 인센티브가 절반…임찬규 왜 이런 계약 맺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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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단은 더 준다고 했는데" 4년 50억? 인센티브가 절반…임찬규 왜 이런 계약 맺었나
▲ 임찬규 ⓒ곽혜미 기자
▲ 임찬규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엘린이' 임찬규가 LG와 4년 최대 50억 원에 달하는 FA 계약을 맺었다. 구단이 몸값 협상에서 '상한선'을 무기로 삼을 수 있는 대샐러리캡 시대에, 아무리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우승까지 했다고 해도 이 정도 계약은 쉽지 않아 보였다.
계약 내용을 보면 이해가 간다. LG 트윈스는 21일 오전 "FA 투수 임찬규와 20일 4년 총액 50억 원(계약금 6억원, 연봉 20억원, 인센티브 24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임찬규는 표면적으로는 4년 50억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을 이끌어냈지만, 사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48% 24억 원이 인센티브로 채워져 있다. 보장액은 4년 26억 원에 불과하다.
▲ LG 임찬규(왼쪽)와 김인석 대표. ⓒ LG 트윈스
#4년 50억 원? 보장액은 26억 원
사실 임찬규의 요청이 있었다. 임찬규는 계약 발표 후 메신저 인터뷰에서 "구단에서 보장금액을 더 올려준다고 했었다. 하지만 보장금액을 낮추더라도 내가 열심히 하고, 올해처럼 잘해서 (인센티브를)받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달라고 부탁드렸다. 팬들에게도 구단에도 나에게도 당당한 계약이었으면 했다. 당당히 받아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시리즈 우승 뒤에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6년 계약을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계약은 'KBO FA 표준' 4년으로 정해졌다. 임찬규는 "사실 6년은 어느 투수에게도 어려운 조항이다. 그냥 '혹시 가능하냐'고 물어봤을 뿐이고 강력하게 원한 것은 아니었다. 현실을 잘 알고있다. 내가 무턱대고 그런(요구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 4년도 사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소문과는 거리가 있는 계약 내용이다. 스토브리그 초반만 하더라도 한 지방 구단이 임찬규에게 60억 원대 계약을 제안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임찬규 측이 요구한 조건이 지나쳐 LG가 협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익명성에 기댄 말 한마디에 여론이 요동쳤다. 임찬규에 대한 비난이 뒤따랐다.
▲ FA였던 임찬규가 2일 LG 팬미팅 행사 러브기빙페스티벌에 등장곡 \'텔미\'와 함께 깜짝 등장했다. ⓒ 신원철 기자
정작 임찬규는 웃어넘겼다. 지난 2일 러브기빙페스티벌 행사에 깜짝 참가한 임찬규는 이런 소문에 대해 "아니지 않을까요?"라며 웃더니 "그런 소문이 어디서 나올까 궁금하기는 했는데, 사실 나도 구단도 에이전트도 사실무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고 흘려보냈다.
6년 아닌 4년, 최대 50억 원 가운데 인센티브 24억 원으로 이 소문들 또한 해소됐다. LG를 향한 임찬규의 진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임찬규 ⓒ곽혜미 기자
▲ 임찬규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찬규에게 LG, LG 팬이란
임찬규는 계약 발표 보도자료에 구단을 통해 "엘린이 출신으로서 자랑스러운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계속 입을 수 있어서 기쁘다. 다른 구단은 생각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LG트윈스 선수로 남고 싶었는데 좋은 계약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이번 시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팬들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팬들이 항상 웃을 수 있도록 내년, 내후년에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엘린이라는 단어는 임찬규에게 자부심과 같다. LG 구단에 대한 로열티, 그리고 LG 팬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담긴 계약 소감이다.
▲ 임찬규 ⓒ곽혜미 기자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보며 눈물 흘리고, 2023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하며 또 눈물을 흘렸다. 이번 FA 계약으로 야구 팬일 때도 선수일 때도 언제나 LG와 함께 하는 사람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종신 LG'가 마음대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임찬규도 안다. FA 계약 후 자신이 LG에 남을 수 있도록 끝까지 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임찬규는 "나에게 LG란 26년 동안 사랑했던 존재다. 그런데 그 사랑이 짝사랑이 아닌,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서 너무 좋다. 이 인연과 헤어지지 않게 늘 다정다감하게 잘하겠다"고 문학적인 표현으로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더욱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LG 팬들에게는 "나에게 LG팬이란, 항상 죄송하게만 생각했던 분들이었는데 이제는 행복한 함께 울고 웃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남고싶다"고 전했다.
▲ 임찬규(오른쪽)를 축하하고 있는 차명석 단장 ⓒ연합뉴스
#5점대 투수→다승 3위, FA 재수 대성공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1시즌 동안 LG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고 298경기에서 65승 72패 8세이브 5홀드 1075⅔이닝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했다. 2023시즌에는 중간 투수로 시즌을 시작하여 팀이 어려운 시기에 선발로 자리를 잡아주었고, 다승 14승으로 국내투수 중 최다승(전체 3위)을 기록했다." LG가 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소개한 임찬규의 커리어다. 11시즌 가운데 올해가 최고의 시즌이었다.
임찬규는 30경기에서 1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양쪽에서 커리어 하이 기록이다. 14승은 전체 3위이자 한국인 투수 1위 기록. 더불어 데뷔 후 세 번째로 규정이닝을 채우면서 평균자책점 9위에 올랐다. 올해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는 모두 17명이다.
FA 재수가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임찬규는 첫 FA 자격을 앞둔 지난해 23경기에서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에 그쳤다. 2021년 구속 회복과 함께 평균자책점 3.87이라는 좋은 성적을 냈고, FA 직전 시즌의 기세를 이어 2022년 최고의 활약을 기대했으나 결과가 따라오지 않았다. 임찬규는 FA 신청을 2023년 시즌 뒤로 미루고 절치부심했다.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했으나 롱릴리프라는 궂은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1군에 남을 수 있었다.
▲ 임찬규 ⓒ곽혜미 기자
임찬규가 다시 빛을 볼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왔다. 시즌 초반 이민호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하자 그 자리에 들어가 4월 중순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다시 선발투수의 이닝을 갖추기 위해 빌드업 과정이 필요했지만 결국은 규정이닝을 채웠다. 139이닝으로 맞이한 10월 15일 마지막 등판에서 5⅔이닝 1실점으로 14번째 승리까지 따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비록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11월 10일 3차전에 나와 3⅔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21년 전 이날은 LG가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9-10, 9회말 끝내기 패배로 준우승에 머문 날이다. 임찬규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이 경기를 보며 오열하다 다음 날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고 돌아봤다.
2023년 한국시리즈 3차전은 그에 못지않은 명승부였다. 임찬규가 내려간 뒤 경기가 3-4로 뒤집어졌으나 결국 LG가 8-7 승리로 kt 위즈를 꺾고 시리즈 우위를 점했다. 임찬규는 9회초 터진 오지환의 역전 홈런 때 눈물을 글썽였다.
한편 임찬규는 지난 14일 SNS 인스타그램을 통에 성대결절 수술을 받았다며 근황을 공개했다. 회복을 위해 2주 동안은 말을 할 수 없고, 4주차 까지도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고 한다. FA 계약 후 메신저로 인사를 건네며 '추운 날씨가 목 회복에 안 좋지 않나'라고 했더니 "계약 잘됐는데 목 좀 나가면 어떠리…"라는 임찬규다운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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