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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쓰러진 김하성, 비매너 블로킹에 제대로 당했다... 차라리 발로 차고 들어갔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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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쓰러진 김하성, 비매너 블로킹에 제대로 당했다... 차라리 발로 차고 들어갔어야 했나


김하성이 31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경기에서 3회말 홈 슬라이딩을 시도하다가 충돌 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상대의 비매너 플레이가 가져온 너무나 아찔한 순간이었다.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태그업 상황에서 홈을 파고들다가 상대 포수와 충돌해 어깨를 다쳤다. 차라리 발로 차고 들어갔다면 그나마 어깨 부상은 피할 수 있었을까.

김하성은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펼쳐진 텍사스 레인저스와 2023 메이저리그(MLB)와 홈 경기에 1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했으나, 4회초 수비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김하성은 최근 리드오프로 사령탑의 중용을 받으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했다. 샌디에이고 홈 팬들은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뜨겁게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하고 있다. 그런 김하성이기에, 이번 부상이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김하성은 양 팀이 0-0으로 맞선 1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김하성은 상대 텍사스 선발 코디 브래드포드를 상대로 볼 3개를 연속으로 잘 골라냈다. 이어 4구째 스트라이크를 한 차례 지켜본 뒤 5구째 가운데로 몰린 공을 받아쳤으나 파울로 연결됐다. 6구째 바깥쪽 높은 공을 공략했으나 역시 파울. 그리고 7구째 몸쪽으로 들어온 91.5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잘 골라내며 볼넷으로 출루했다. 1회부터 선두타자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김하성이었다. 이어 1사 후 후안 소토가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사이, 과감하게 2루를 훔친 김하성. 올 시즌 김하성의 21번째 도루였다. 하지만 매니 마차도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홈을 밟지는 못했다.

김하성(오른쪽)이 31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경기에서 1회 2루 도루에 성공하는 순간. /AFPBBNews=뉴스1
김하성은 팀이 여전히 0-0으로 점수를 뽑지 못하고 있던 3회말 선두타자로 두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이번에도 김하성은 상대 투수로부터 총 7개의 공을 던지게 만들며 괴롭혔다. 초구 몸쪽 스트라이크 이후 2구째는 높은 볼. 이어 3구째 기습번트를 시도했으나 파울이 됐다. 1-2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지만, 김하성은 4구와 5구 모두 파울을 쳐내며 끈질기게 버텼다. 6구째는 볼. 볼카운트 2-2에서 7구째 91.2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힘차게 잡아당겼다. 타구는 3루수와 유격수 사이 깊숙한 방면으로 향했다. 이 공을 상대 유격수 에즈키엘 듀란이 가까스로 잡은 뒤 논스톱 1루 송구로 연결했으나 김하성이 먼저 1루에 도착한 뒤였다.
◆ 단 두 타석 만에 멀티 출루, 쾌조의 컨디션 자랑했는데... 김하성의 투혼과 상대 포수의 비매너 플레이가 부른 '부상'
단 두 타석 만에 멀티출루에 성공한 김하성. 이날 경기에서 김하성의 타격감과 주루 컨디션 모두 얼마나 좋은지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번 이닝을 끝으로 더 이상 김하성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후속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가운데, 소토가 볼넷을 골라내며 김하성은 2루까지 갔다. 이어 마차도의 우전 안타로 3루 진루에 성공한 김하성. 샌디에이고의 만루 기회. 다음 타자 잰더 보가츠가 중견수 방면으로 뜬공을 툭 쳐냈다.

안타까운 김하성의 부상 상황은 여기서 발생했다. 보가츠의 타구를 잡은 텍사스 중견수 레오디 타베라스가 힘있게 홈으로 공을 뿌렸다. 동시에 김하성은 타구가 잡히자마자 과감하게 홈으로 돌진했다. 타베라스의 홈 송구는 한 차례 바운드된 이후 샘 허프의 미트 안에 들어가지 않은 채 뒤로 흘렀다. 이때 김하성은 몸을 날리며 오른손을 뻗은 채 투혼의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그러나 포수 허프가 무릎으로 완전히 홈 플레이트를 막아버리면서 김하성은 처음에 오른손으로 홈플레이트를 터치하지 못했다. 동시에 오른손이 허프의 무릎에 막히면서 충격이 고스란히 김하성의 어깨로 전해졌다.

김하성(오른쪽)이 31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경기에서 3회말 홈 슬라이딩을 시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김하성이 31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경기에서 3회말 옆으로 파고들면서 홈 슬라이딩을 시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김하성이 31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경기에서 3회말 홈 슬라이딩을 시도 과정에서 충돌 후 쓰러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
김하성이 만약 옆으로 비껴가면서 파고들지 않고, 정면으로 돌진했다면 어깨가 탈구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 홈 충돌 방지 규정을 위반한 명백한 허프의 비매너 플레이였다. 이후 김하성은 엉금엉금 기어가며 다시 홈을 터치했고, 주심은 양팔을 벌리며 세이프를 선언했다. 슬라이딩 후 고통스러운 듯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움켜줬던 김하성. 그 와중에도 끝까지 홈플레이트를 일단 찍고 보는 투혼을 발휘한 것이다. 결국 김하성의 득점이 인정됐다. 하지만 김하성은 부상으로 더 이상 그라운드에 남아있을 수 없었다. 4회 수비를 앞두고 매슈 배튼으로 교체되며 이날 자신의 경기를 마무리했다.

야구 경기에서 홈 플레이트는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결정적인 상황에서 포수는 자기도 모르게 홈플레이트를 가로막기도 한다. 과거에는 그런 비매너 플레이를 펼치는 포수를 향해 아예 몸으로 들이받으며 밀고 들어가는 선수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홈 충돌 방지 규정이 생기면서 그런 비매너 플레이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날 허프는 자기 글러브에 공이 들어오기도 전에 미리 무릎으로 홈 플레이트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천만다행으로 김하성의 부상 상태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1일 미국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의 케빈 에이스 기자에 따르면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김하성의 오른쪽 어깨가 약간 뭉쳤다. 아마 내일(8월 1일) 경기 출전은 힘들 것으로 보이는데, 매일 상태를 체크할 것"이라면서 1일짜리 부상자 명단(day-to-day)에 등재했다고 밝혔다. 일단 하루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아 심각한 부상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날 김하성의 투혼 속에서 5-3으로 승리한 샌디에이고는 내달 1일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쿠어스 필드에서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일단 김하성은 콜로라도와 첫 경기에서는 출전 없이 휴식을 취할 전망이다.

김하성이 31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경기에서 3회말 홈 슬라이딩을 시도 과정에서 충돌 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AFPBBNews=뉴스1김하성이 31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경기에서 3회말 홈 슬라이딩을 시도 과정에서 충돌 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사령탑 "일단 하루 휴식 취할 것, 상태 지켜보겠다", 김하성 "내일 상태 지켜보고 괜찮으면 바로 뛰고 싶다"
김하성 역시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지역 라디오 방송 샌디에이고 스포츠 760의 마티 카스웰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한 영상에서 "충돌 당시 상황에서는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괜찮아졌다. (검진 결과) 일단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내일 일어난 뒤에 (어깨 상태가) 더 좋아질 수도, 안 좋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 일단 내일 상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하성은 홈 충돌 당시 상황에 대해 "슬라이딩을 할 때 포수가 무릎으로 블로킹을 들어왔다. 아웃 판정이 내려졌더라도, 비디오 판독을 했다면 세이프로 번복됐을 것 같다"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감독은 하루 정도 휴식을 시사했지만, 투혼의 김하성은 쉬고 싶은 생각이 없는 듯하다. 김하성은 "내일 상태를 지켜보고 괜찮으면 바로 경기에 나갈 생각이다. 최대한 빨리 선발 라인업에 복귀하고 싶다"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김하성은 최근 공수에서 그야말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후반기 16경기 동안 타율 0.379(58타수 22안타), 4홈런 8타점 5도루로 펄펄 날아다녔다. 김하성은 올 시즌 101경기에서 타율 0.279, 14홈런 39타점 57득점, 출루율 0.374 장타율 0.447 OPS(출루율+장타율) 0.821을 기록 중이다. 이날 텍사스전 역시 1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으로 6경기 연속 안타 및 8경기 연속 멀티 출루 행진에 성공했다. 그의 한국 스승인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지난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연수를 다녀온 바 있다. 염 감독은 최근 "샌디에이고 홈 팬들이 정말 김하성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타격과 주루, 수비 등 모든 플레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김하성의 플레이를 보면 간절함이 느껴진다. 팬들은 다 똑같다. 열심히 하는 선수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김하성은 향후 10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역시 김하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투혼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텍사스 포수 샘 허프. /AFPBBNews=뉴스1

김하성이 31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경기에서 3회말 홈 슬라이딩을 시도 과정에서 충돌 후 더그아웃에 들어온 뒤 아파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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