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23승…‘흙신’ 위에 조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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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23승…‘흙신’ 위에 조코비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조코비치. [로이터=연합뉴스]
“홀로 왕좌를 차지하다.”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주최 측은 메이저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노박 조코비치(36·세계랭킹 3위·세르비아)의 업적을 이렇게 표현했다. 조코비치는 11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단식 결승에서 카스페르 루드(25·세계 4위·노르웨이)를 3시간 13분 만에 3-0(7-6〈7-1〉, 6-3, 7-5)으로 완파했다. 우승 상금은 230만 유로(약 32억원).
메이저 대회 23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조코비치는 라이벌 라파엘 나달(37·세계 15위·스페인)을 제치고 남자 선수로는 역대 최다 우승 신기록을 썼다. 둘은 프랑스오픈 이전까지 메이저 22승으로 이 부문 공동 1위였다. 프랑스오픈에서만 14회(메이저 22승) 우승한 나달은 부상으로 올해 불참했다. 만 36세 20일(1987년 5월 22일생)인 조코비치는 또 남녀 단식을 통틀어 프랑스오픈 최고령 우승 기록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나달이 세운 만 36세 2일이었다.
세 번째 프랑스오픈 우승을 차지한 뒤 코트 위에 대자로 쓰러진 조코비치. [로이터=연합뉴스]
우승이 확정되자 조코비치는 흙코트에 ‘대(大)’자로 드러누워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 관중석으로 올라가 코칭스태프와 가족을 얼싸 안았다. 시상식을 위해 다시 코트에 내려온 그는 오른쪽 가슴에 자신의 우승 횟수를 의미하는 숫자 ‘23’을 새긴 트레이닝 재킷으로 갈아입었다. 2위 루드는 “조코비치는 테니스 역사를 다시 썼다. 그의 위대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면서 경의를 표했다.
오랜 라이벌인 나달도 이날 “메이저 23승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 못했다. 그것을 조코비치가 해냈다”면서 축하했다. 조코비치는 “일곱 살때 처음 윔블던 우승을 꿈꿨다. 23번째 메이저 우승을 이룬 지금이야말로 내 테니스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개막 전까지만해도 조코비치는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월 호주오픈 우승 후 오른쪽 팔꿈치 부상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예상을 뒤엎고 펄펄 날았다. ‘미스터리 패치’도 그가 펄펄 난 비결 중 하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3회전 도중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상의를 벗은 그의 가슴 한가운데에 동전 크기의 패치를 부착한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영국 더선이 밝혀낸 이 패치의 정체는 ‘스마트 패치’라는 장비다. 더선은 피부에 붙이면 통증을 완화하고 피로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팬들은 조코비치가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와 닮은 꼴이라며 패치의 정체를 궁금해 했다. 스타크는 영화 속에서 가슴에 원형 모양의 ‘아크 리액터(소형 핵융합 원자로)’를 장착하고 나온다. 아이언맨처럼 조코비치도 둥근 패치의 힘으로 ‘무적’이 됐다는 것이다.
조코비치의 메이저 대회 23승
조코비치는 “아이언맨을 좋아해서 직접 흉내를 내봤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패치의 정체는 비밀”이라고 말했다. 4라운드(16강)까지 그는 스마트 패치를 착용하고 나왔지만, 이날 결승전에서는 몸에 아무것도 부착하지 않았다.
조코비치의 도전은 계속된다. 그는 앞으로 1승만 더 거두면 역대 남녀를 통틀어 메이저 단식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달성한다. 이 부문 최다 기록 보유자는 1960년부터 1973년에 걸쳐 24차례 우승한 마거릿 코트(호주)다. 조코비치가 7월 윔블던과 8월 US오픈까지 석권하면 꿈의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테니스 역사상 로드 레이버(1962, 1969년·호주)와 돈 버지(1938년·미국), 두 선수밖에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조코비치의 역사적인 우승을 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스타들이 이날 경기장을 찾았다. 프랑스의 축구 스타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와 올리비에 지루(AC밀란), 최근 은퇴를 선언한 스웨덴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미국프로풋볼(NFL) 수퍼스타 톰 브래디, 영화배우 휴 그랜트 등이 경기장을 찾아 조코비치가 대기록을 달성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캘린더 그랜드슬램=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싹쓸이하는 대기록.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을 우승한 조코비치가 윔블던과 US오픈까지 석권하면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 이후 54년 만에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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