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성인용품? 섹스?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웠지만"…연우진, '정숙한 세일즈'에 쏟은 진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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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연우진(40)이 시대를 앞서간 풍기문란 착한 로맨스에 진심을 다했다.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최보림 극본, 조웅 연출)에서 미국에서 살다 온 '아메리칸 스타일'의 경찰 김도현을 연기한 연우진. 그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정숙한 세일즈'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을 전했다.
지난 2016년 영국 ITV에서 방영된 '브리프 엔카운터스'를 리메이크한 '정숙한 세일즈'는 '성(姓)'이 금기시되던 그때 그 시절인 1992년 한 시골 마을,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씨스터즈' 4인방의 자립, 성장, 우정에 관한 드라마다.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게 불편하고, 되레 불편해하는 게 고상하고 도덕적이라 여겼던 시대적 분위기 속 휘황찬란 성인용품을 판매하며 마을에 긍정적 풍기문란을 일으킨 시대를 앞서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무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지난 17일 종영한 '정숙한 세일즈'는 전국 8.6%, 수도권 9.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완벽한 유종의 미를 거뒀다(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특히 '정숙한 세일즈'에서 '90년대 로맨스킹'으로 등극, 탄탄한 연기력과 환상의 케미를 선보인 연우진의 활약이 돋보였다. 연우진이 극 중 연기한 김도현은 미국의 부유한 집안으로 입양돼 자란 아이비리그 명문대 출신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특진에 특진을 거쳐 고속으로 승진하지만 친모를 찾기 위해 연고도 없는 금제 경찰서로 내려온 뒤 '방판 씨스터즈' 리더 한정숙(김소연)과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다. 연우진은 한정숙과 로맨스는 물론 친모 오금희(김성령)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까지 소화하며 안방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날 연우진은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순간 이 작품을 만났다. 이 작품은 지방에서 촬영을 진행해서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처음 이 작품을 받고 난 뒤 마음가짐은 스트레스 받지 말고 힘든 순간이 있어도 나름의 방법으로 이겨내자고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던 것 같다. 지방 촬영을 이어가면서 많이 걷기도 했고 러닝도 하며 순간을 즐기려고 했다. 지금 스스로 가장 기특한 순간은 그걸 잘 지켰던 내 모습인 것 같다. 나만의 방법으로 풀어내려고 했고 나름 힐링을 하면서 건강한 시간으로 작품을 채운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물리적으로는 전 작품과 차기작을 맞물려 촬영을 해야 했다. '정숙한 세일즈' 제안을 받고 검토 시간도 넉넉하지 않았다. 전작 촬영 말미에 밤을 새워가며 대본을 읽었다. 물리적인 시간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고 당시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이 작품의 톤 앤 매너는 나중에 잡았지만 처음 이 작품의 톤이 굉장히 무거웠다. 내 감정을 후벼파는 순간이 많겠다 싶었던 대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의 기획 의도가 무엇보다 좋았다. 멜로 부분도 좋았지만 그 시대가 담고 있는 이야기도 좋았고 덩달아 나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지점도 있었다 그 시대의 상처, 편견으로부터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감사하게 다가왔다. 그 속에서 멜로도 있어 이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며 금기시 했던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대한 설정에 대해서도 "대본을 받아보고 나서 이 드라마에서 말하고자 하는 '섹스'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다. 그때도 말하기 어렵고 지금도 사실 입 밖으로 꺼내기 쉽지 않은 단어인 것 같다. 실제로 현재 성인용품 가게가 주변에서 들어서고 성인용품 가게를 다녀 왔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얼마나 심했겠냐. 그런 세상과 편견으로부터 한발짝 나아갈 수 있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 시대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나온 성인용품은 단순히 매개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했지 자극적이고 부담스럽다 생각은 안 했다. 우리가 살아갔던 어머니들의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김도현도 그 시대 상처의 피해자다. 피해자 아픔을 파헤치는 인물이라 그런 지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애정을 담았다.
'정숙한 세일즈' 배경이 됐던 금제의 최고 미남으로 첫 등장부터 존재감을 드러낸 연우진은 "미국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온 형사이기 때문에 의상 콘셉트 잡을 때 많은 회의를 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산 설정 때문에 듀스의 고(故) 김성재와 같은 헤어스타일을 해볼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너무 가벼워지는 것도 있더라. 그래서 반대로 클래식한 느낌의 각이 잡힌 재킷을 입게 됐다. 그런 모습이 그 당시 결핍이 있는 모습과 주인공이 숨기려고 하는 지점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줄 것 같았다. 아무래도 김도현이 금제 시골로 가면 비주얼적으로 이질감이 느껴질 것이다. 어색함이 주는 아이러니함이 있지 않나.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 초반 유튜브 채널 '짠한형'에서 잘생긴 외모로 나를 몰아가는 분위기였는데 그때는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떨리는 마음을 감추려고 더 그런 콘셉트를 잡았던 것 같다. 실제로는 '잘생겼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솔직히 기존에 해왔던 모습보다는 잘생기게 나온 것 같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상황이 주는 힘이 있겠지만 금제에서 쉽게 보지 못할 법한 캐릭터이길 바랐다. 잘생긴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도 했다. 3kg 감량을 했는데 촬영지였던 논산에서 정말 많이 뛰었다. 개인적으로 태닝한 피부가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선크림도 안 바르고 뛰었다. 그 시절 아빠들의 모습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러닝에 푹 빠졌다는 연우진은 "개인 계정 스토리에도 러닝한 모습을 찍어 올렸는데 가끔 유명한 선배들로부터 러닝 크루에 대한 제안이 들어올까 어쩌지 걱정하기도 했다. 나 혼자 부담스러워하고 있는데 아직은 연락이 없더라"고 넉살을 보였다. 그는 "기안84가 러닝을 하는 모습을 보고 러닝에 빠졌다. 기안84가 러닝을 하면서 스스로 도취되고 자신에 빠져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엇다. 그렇게 시작돼 러닝에 매료됐다. 다만 현재는 혼자 뛰는 게 좋다. 러닝의 좋은 점이 정말 많지 않나? 러닝의 전과 후가 삶이 많이 달라졌다.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이 러닝 시간이다. 건강한 삶 속에서 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몇 살까지 살고 싶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기도 하지만 러닝 이후에는 일단 5만km만 뛰고 죽자는 마음도 생겼고 2만km를 뒬 수 있을 때가지 연기를 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고 밝혔다.
이름처럼 정숙하게 살아온 주부였지만 생계를 위해 성인용품 방문판매에 뛰어 든 한정숙 역의 김소연과 호흡에 대해서도 인상적이었다는 연우진은 "김소연 선배를 떠올릴 때 이렇게 숭고한 분을 어떻게 표현 해야 할지 고심이 된다. 소연 선배를 떠올리면서 말을 할 때 단어 선택도 조심스럽다. '짠한형'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소연 선배와 차에서 연기하다 창문을 내리고 밖을 바라보는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 주인공으로 본 배우인데 오랜 시간 건강히 그 자리를 지키면서 연기한다는 모습을 다시 느꼈다. 소연 선배는 장인 정신이 있다. 정말 힘든 시간을 잘 버텨온 연기자다 싶다. 지금의 순간까지 너무 존경심이 생기는 장인이다. 요즘 소연 선배가 연기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하더라. 그 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고 그 행복에 함께해서 감사했다. 연기를 할 때마다 롤모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동안은 정말 훌륭한 선배들을 많이 이야기 하긴 했지만 지금은 좀 더 구체화가 됐다. 그 롤모델이 김소연이다. 나도 소연 선배처럼 변함없이 꾸준히 지금의 자리를 잘 지켜내고 싶다. 그런 부분에 예술적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우리 드라마에 서태지와 아이들 이야기도 나오는데 실제 내 학창시절 마음에 품고 있었던 뮤즈였다. 그 이름만으로 느껴지는 힘이 있었다. 이제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내 가슴 속에 자리 잡은 스타가 김소연이다. 연기를 하면서 잊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김소연 선배를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소연 선배를 보고 다시 연기하는 순간 열정이 다시 피어나는 느낌이었고 그런 힘을 준 것 같다"며 "소연 선배와 서로 많이 친해지려고 노력했는데 서로 낯을 많이 가려서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소연 선배가 지나가는 말로 '지금까지 현장에서 선배라고 부르는 사람이 없었는데?'라는 말을 했는데 이후에 고민해 '누나'라고 불렀더니 더 어색해 하는 것 같았다. 소연 선배도 내게 쉽게 말을 못 놓더라. 서로의 성격이라고 여겼다. 가까스로 말은 놓긴 했지만 최근에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눴을 때 아직 극 중 이름인 '도현씨'라고 부르더라. 아직도 어색하다"고 웃었다.
이어 "아무래도 우리 드라마는 시대극이라 분장팀에게 모든 배우가 분장을 받았다. 우리 중 소연 선배가 스케줄이 제일 많았지만 제일 먼저 앞장서 분장을 받으며 다른 배우 기다리는 걸 마다치 않았다. 스케줄도 본인이 마지막까지 해도 괜찮다고 했다. 게다가 그런 힘든 부분을 내색 하지 않고 티도 잘 안 냈다. 좋아도 힘들어도 항상 포커페이스를 잘 하는 배우다. 다만 시청률이 잘 나오고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좋을 때 삐죽삐죽 튀어나오는 리얼한 반응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방판 씨스터즈'의 브레인이자 김도현의 친모로 반전 재미를 안긴 오금희 역의 김성령과 추억도 특별했다. 연우진은 "일단 김도현의 친모 서사가 담긴 방송분을 보고 실제 어머니가 너무 슬퍼하셨다. 방송을 보면서 감정 이입을 많이 하셨더라. 어머니가 '정숙한 세일즈'의 열혈 팬이었다. 김성령 선배와 함께 연기하면서 실제로 소녀 같은 매력을 많이 느꼈다. 일부 모자 관계에 대한 의문이 있는 시청자도 있지만 드라마를 디테일하게 봤다면 곳곳에 모자 관계에 대한 서사가 드러났고 아무래도 성령 선배가 동안이라 낯설었던 시청자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어색함이 없었다. 성경 선배 얼굴만 봐도 몰입이 됐다. 너무 아름답고 소녀 같은 마음을 품고 있지만 그 이면으로는 따뜻함과 섬세함에 있어서는 실제 어머니 같은 감사함이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연우진은 연기의 원동력에 대해 '가족'을 언급하며 "늘 결혼 생각은 하고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기 보다는 일단 나부터 좋은 사람이 돼야할 것 같다. 인연이 닿는다면 항상 결혼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늦긴 했지만 여기에서 더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연기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연기라는 일을 통해 내 가족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도 가족이 내 연기의 원동력이다. 이번 작품도 개인적으로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쉽게 몰입했던 것 같다. 가족의 소중함을 잘 알고 많은 사랑을 받고 컸기 때문에 우리 가족 같은 가정을 빨리 꾸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고백했다.
'정숙한 세일즈'는 김소연, 김성령, 김선영, 이세희, 연우진이 출연했고 '김비서가 왜 그럴까' '간 떨어지는 동거'의 최보림 작가가 극본을, '저스티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의 조웅 PD가 연출을 맡았다.